영화
[마이데일리 = 김미리 기자] 배우 정진영이 다시 한 번 아버지로서 관객들의 마음을 먹먹하게 만들었다. 영화 '국제시장'에서 덕수의 아버지로 관객들의 눈물을 쏙 빼 놓은데 이어 영화 '강남 1970'에서 선혜(김설현)의 아버지이자 종대(이민호)를 친자식처럼 거둬준 강길수 역을 맡아 또 다른 애달픔을 선사한 것.
연이어 아버지 역으로 돌아온 정진영은 "부성애는 보통 남자에게 다 있는 것이다. 그들의 지경이나 처지가 다 다르지 않나. 아버지마다 다 똑같은 아버지가 아니다. 자식을 보호하고 사랑하는 아버지라는 점에서는 같지만 다 다른 아버지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강남 1970'의 아버지는 건달로 가족을 지키다 떳떳하게 살기 위해 건달이라는 직업을 버린,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가족을 지키지 못한 그런 아버지"라며 "'강남 1970'은 많은 루저들의 이야기라는 생각이 든다. 달성하지 못한, 이루지 못한 이야기들이다. 길수의 욕망은 떳떳하게 가족을 지키고 싶었던 것이지만 그게 안 되는 세상이었다"고 씁쓸함을 내비쳤다.
정진영이 이번 영화에 출연하게 된 건 유하 감독의 손에서 탄생한 시나리오 때문. 강남 개발사를 배경으로 한 권력이 폭력을 소비하는 이야기에 마음을 빼앗겼다. 강길수가 연기할 만한 아픔이 있는 인물이라는 점도 그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여기에 유하 감독의 작품인 만큼 출연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정진영은 "시나리오를 굉장히 재미있게 봤다. 문학적 서사가 강하고 잘 짜인 시나리오였다. 이 영화에 대한 기대를 가지고 있었고, 현장에서도 다들 혼신의 힘을 다해 만들어 냈다"고 회상했다.
특히 정진영은 그동안 많이 회자되어 왔던 이민호, 김래원, 김설현 등의 배우 외에도 권력이 폭력을 소비하는 이야기인 '강남 1970'에서 빼놓고 논할 수 없는 '권력자'들을 연기한 서태곤 의원 역의 유승목, 중앙정보부 김부장 역의 엄효섭, 정치깡패 명동파 보스 역의 양기택, 재정위원장 박승구 역의 최진호 등 탄탄한 연기력의 배우들을 향한 믿음을 내비쳤다.
정진영은 "이 영화의 중량감은 어디 내놔도 손색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뒤 영화 속에서 비춰지는 권력자들의 모습에 대해 "단단한 배우들이다. 그런 부분이 우리 영화의 든든함인데 액션 수위에 눌려서 그 이야기를 잘 안 하는 것 같다. 단지 배경이 아니다. 그들의 이야기다. 권력자들의 이야기는 우리 영화의 중요한 요소"라고 강조했다.
정진영은 이번 영화가 땅과 가족, 두 가지 화두에 대한 영화라며 '강남 1970'을 마냥 쉽고 가볍게 볼 수 없는, 생각해 볼만 하지만 묵직한 무게감을 지닐 수밖에 없는 이유에 대해서도 전했다.
정진영은 "이 영화는 땅과 가족 두 가지 화두가 있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가족을 위한 땅인데, 그 땅이 투기 대상이 되면서 가족들이 끊임없이 버려진다. 불평등 거래가 이뤄지고, 정당한 딜이 없는 거래들이 이뤄진다"며 "영화에 담겨져 있는 수위들은 어쩌면 가려진 현실의 흉포함을 반영하고 드러내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게 불편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애써 모른척하거나 눈 감으려 했던 현실의 흉포함들이 보여지니까 말이다"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정진영은 이 영화를 어떻게 보길 원할까. 그는 영화의 관람팁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지만 이 영화를 통해 관객들이 '현실의 흉포함'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을 전했다.
정진영은 "자기 스스로 영화를 소화시킬 권리가 있다. 다만 배우로서, 참여한 사람의 입장으로서는 이 영화가 가지고 있는 불편함에 대해 여러분의 머릿속에서 무언가 환기하는 영화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영화 '강남 1970'은 '말죽거리 잔혹사'에 이어 유하 감독이 다시 1970년대로 눈을 돌린 작품이자, '비열한 거리'에 이어 가진 것 없는 젊은 남자들의 꿈과 의리, 배신의 이야기를 다룬다는 점에서 유하 감독의 '거리3부작'의 완결편에 해당한다.
일확천금이 가능했던 격동과 낭만의 시대인 1970년, 권력과 폭력이 공생하는 강남이권다툼의 최전선에서 성공을 향한 욕망을 좇는 두 남자의 이야기를 그렸으며,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임에도 관객들의 큰 사랑을 받으며 200만 관객 돌파를 향해 순항 중이다.
[배우 정진영. 사진 =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김미리 기자 km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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