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베일을 벗었다. 신정자가 합류한 신한은행.
첫 경기서 대어를 잡았다. 1일 춘천에서 선두 우리은행을 2차 연장 대혈투 끝에 격파했다. 몇 차례 심판의 석연찮은 판정이 있었지만, 여자농구를 대표하는 라이벌답게 매우 좋은 경기력이 정면 충돌했다. 신한은행 정인교 감독의 말을 빌리면 “부딪히는 소리”가 제대로 들린 경기.
올 시즌 조직적인 완성도가 부족했던 신한은행. 이날만큼은 달랐다. 신정자가 투입되지 않았을 때도 경기력이 좋았다. 신정자가 가세한 신한은행이 더 강해질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게 포인트. 14분54초 출전(4점 4리바운드)에 그쳤지만, 나름대로의 존재감을 발휘했다. 정 감독은 “4점도 알토란 같은 점수였다. 수비와 리바운드서 제 몫을 해줬다. 이 경기를 통해 신정자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졌다”라고 했다.
▲엇갈린 전망, 둘 다 맞다
신한은행이 신정자를 영입했을 때 전문가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골밑이 뻑뻑해질 것”이라는 전망과, “더 좋아질 것”이라는 전망. 외곽 플레이를 즐기는 신정자와 곽주영의 동선이 겹칠 것이라는 전망과, KDB생명과 대표팀에서 쌓은 신정자와 곽주영의 좋은 호흡이 그대로 실전서 발휘될 것이란 전망.
결국 실전서 뚜껑을 열어봐야 했다. 첫 경기만 보면 상반된 전망은 모두 맞았다. 정 감독은 “뻑뻑했다”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전력상 분명히 도움이 된다”라고 강조했다. 현 시점서는 당연히 뻑뻑한 부분이 있다. 하지만, 전력이 업그레이드 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게 정확한 평가다. 우리은행 위성우 감독 역시 같은 결론을 내렸다.
일단 뻑뻑한 건 사실. 정 감독은 “신정자와 곽주영, 신정자와 하은주가 같이 뛸 수 있다”라고 했다. 하지만, 신정자와 하은주는 단 1초도 같이 뛰지 않았다. 그리고 신정자와 곽주영이 같이 뛰는 시간도 그리 길진 않았다. 신정자와 곽주영, 신정자와 하은주가 동시에 기용될 경우 미스매치가 발생한다. 극단적으로는 크리스마스가 2번을 볼 수 있기 때문에 신정자, 곽주영, 하은주가 동시에 뛰는 것도 가능하다. 이럴 경우 남자농구 SK, 오리온스가 즐기는 빅 라인업이 탄생한다.
빅 라인업은 미스매치를 활용한 확률 높은 공격을 시도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느린 공수전환, 외곽 수비의 약점이 발생한다. 정 감독이 신정자와 곽주영이 같이 뛰는 시간을 길게 가져가지 못한 것도 강점보다는 약점이 실전서 도드라졌기 때문이다. 당연하다. 신정자는 아직 팀에 합류한지 얼마 되지 않았다. 기본적인 팀 패턴을 완벽히 숙지하지 못한 상황. 아직 호흡이 원활하지 않다. 패스가 뚝뚝 끊기는 장면이 많았다. 또한, 신정자와 곽주영은 기동력이 괜찮다. 하지만, 하은주는 상대적으로 느리다. 양지희가 하은주의 느린 발을 감안, 중거리포로 공략하는 건 우리은행 주요 공격루트. 신한은행이 리바운드서 54-39로 앞섰음에도 우리은행이 대등한 승부를 한 건 속공 열세(8-13)때문이었다. 우리은행이 신정자와 곽주영이 동시에 투입된 신한은행의 약점을 정확히 공략했다.
그래도 신한은행은 좋은 장면을 많이 연출했다. 신정자와 곽주영이 동시에 투입됐을 때 곽주영이 순간적으로 이승아와 매치됐다. 곽주영은 이를 정확히 공략했다. 또 우리은행이 도움수비를 시도했을 때 곧바로 외곽으로 패스아웃, 김단비, 김규희에게 수 차례 오픈 찬스가 났다. 성공률이 높진 않았지만, 미스매치 장점을 극대화한 장면. 정 감독은 “본래 찬스를 만드는 데는 능력이 있는 선수들이다. 문제는 %다.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라고 했다.
신정자가 2차 연장전서 몇 차례 리바운드를 걷어내며 골밑을 지켜낸 것도 눈에 띄었다. 최근 신한은행은 제공권이 고민이었다. 제시카 브릴랜드의 부상으로 골밑에 아킬레스건이 있었다. 신정자 가세로 이 부분이 치유됐다.
▲PO 경쟁력은
이제 1경기 치렀다. 정 감독은 “최소한 한 라운드 정도는 치러야 한다”라고 했다. 이어 “당장 1승이 중요한 게 아니다. 부딪히는 소리가 제대로 나는 게 중요하다”라고 했다. 다분히 플레이오프를 의식한 발언. 신한은행은 우리은행에 3경기 차로 추격했다. 5일 백투백 매치마저 잡을 경우 2경기 차까지 추격한다. 하지만, 그 이후 잔여경기는 고작 9경기. 우리은행의 전력을 감안하면 신한은행의 정규시즌 우승 가능성은 여전히 높다고 볼 수 없다. 잔여 10경기서 신정자 가세로 형성된 빅 라인업의 조직적 완성도를 극대화해 플레이오프서 대권을 노리는 게 현실적이다.
1일 경기서 두 팀 모두 정상적인 전력이 아니었다. 신한은행은 최윤아가 무릎 부상으로 4경기 연속 결장했다. 그 빈 틈을 김규희와 윤미지가 메웠다. 김규희는 수비력은 최윤아보다 낫다. 하지만, 전체적인 경기조율능력과 외곽슛 능력은 최윤아보다 떨어진다. 실전서 그대로 드러났다. 최윤아의 경우 신정자가 가세한 빅 라인업을 좀 더 조화롭게 이끌 수 있고, 파생되는 오픈찬스를 3점포로 공략할 수 있다. 때문에 최윤아가 게임체력 문제를 해결하면, 신정자 효과는 극대화될 수 있다. 물론 신정자 곽주영, 신정자 하은주의 실전효과를 높일 수 있는 준비도 필요하다.
하지만, 신한은행이 신정자 효과를 극대화하더라도, 플레이오프서 우리은행을 확실히 누른다는 보장은 없다. 우리은행도 1일 경기서 이은혜가 허리 통증으로 결장했다. 이승아가 5반칙 퇴장한 뒤 임영희가 볼 운반까지 맡느라 체력 부담이 극심했다. 임영희의 승부처 위력이 떨어진 이유.
또한, 이승아와 이은혜 로테이션이 정상적으로 가동될 경우, 우리은행 특유의 스피드는 더욱 강해진다. 신한은행 빅 라인업 약점을 공략하는 파괴력이 더욱 강해질 수 있다는 의미. 그리고 사샤 굿렛과 양지희의 수비력도 무시할 수 없다. 베테랑 강영숙 카드도 있다. 우리은행은 신한은행 빅 라인업에 대응할 수 있는 힘을 갖고 있다.
결국 6~7라운드를 살펴봐야 한다. 당장 5일 맞대결서 또 다른 변수가 나올 가능성도 충분하다. 신한은행은 점점 신정자 효과를 극대화할 것이다. 우리은행도 전술변화에 민감한 위성우 감독이 그대로 당하고만 있을 확률은 낮다. 신한은행을 지켜본 다른 팀들 역시 그냥 당하진 않을 것이다. 분명한 건 신정자 효과의 실체는 존재하고, 정규시즌 막판, 플레이오프에 엄청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신정자(위, 아래), 신한은행 선수들(가운데). 사진 = W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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