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강진웅 기자] 1982년 6개 구단 체제로 출범한 프로야구가 34살이 된 올해 10구단 시대를 맞는다. 800만 관중 시대를 기대하며 국내 최고 인기 프로스포츠로서 ‘제2의 도약’을 기대하는 시선이 많다. 그러나 이를 이루기 위해서는 수많은 난관을 극복해야 한다. 자칫 양적 성장에 도취돼 질적 향상에 제대로 집중하지 않는다면 양적 성장이 오히려 독으로 다가올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프로야구 10개 구단은 역사적인 10구단 첫 시즌에 꼴찌를 면하기 위해, 혹은 가을야구와 우승을 위해 스프링캠프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올해는 경기수가 팀당 144경기로 늘어나며 수많은 기록과 함께 새로운 스타의 탄생, 양적 확대로 인한 중계권료 인상 등 프로야구에 호재가 될 소식들이 많다. 또 포스트시즌 기회도 5위팀까지 주어진다. 여러 모로 흥미요소가 많은 2015시즌 프로야구다.
그러나 마냥 긍정적으로만 볼 수 없는 상황에 놓인 것 역시 사실이다. 가장 큰 우려는 지난 시즌부터 조짐이 보인 ‘하향평준화’다. 지난해 프로야구는 극심한 타고투저로 3할 타자가 무려 36명에 달했고 리그 평균자책점은 5.21를 찍었다.
또 올 시즌에는 1군 무대 경험이 거의 없는 선수들이 많은 신생팀 KT가 가세하며 아직까지 경기력에 물음표가 달려 있다. 특히 각 구단들은 ‘투수난’에 시달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올해는 걸출한 메이저리그 경력을 가진 외국인 타자까지 가세했기 때문에 자칫 지난해보다 더욱 심한 타고투저를 겪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외에도 지난해 프로야구는 경기 중 어이없는 실책이 빈번하게 나오며 경기의 흐름을 끊는 경우가 많았다. 프로야구 상위 4팀이 겨룬 포스트시즌에서도 실책이 심심치 않게 나왔다.
투타 불균형에 잇따른 실책으로 경기시간이 늘어지며 지난해 프로야구 한 경기 평균 경기시간은 역대 최장시간이었던 2009년 3시간 22분보다 5분 늘어난 3시간 27분을 기록했다. 경기가 늘어지면 팬들은 지루함을 더 느낄 수밖에 없다. 여기에 평일 저녁에도 프로야구 경기가 펼쳐지기 때문에 경기시간이 늘어나면 관중들의 귀가시간은 늦어지고, 이는 다음날 일상생활을 해야 하는 관중들에게 무리가 된다.
이에 한국야구위원회(KBO)는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과 함께 경기시간 단축을 위한 방안을 마련해 올 시즌부터 적용하기로 했다. 과연 이 같은 방안이 올 시즌 어느 정도 실효를 거둘 수 있을지 주목되는 부분이다.
지난 시즌 도중 몇몇 구단 관계자는 “2015년부터 경기수가 늘어나면 소위 ‘죽는 경기’가 많아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냈다. 선수층이 얇은 국내 프로야구 현실에서 경기수만 늘어나는 것은 시즌 중반 이후 경기 중 점수차가 크게 나는 상황이 된다면 지고 있는 팀쪽에서 소위 버리는 경기로 택하며 주력 선수들에게 휴식을 부여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만일 이 같은 우려가 현실이 된다면 소위 ‘재미없는 경기’가 양산돼 팬들이 떠나가고, 중계방송 시청률도 함께 떨어져 자칫 올해 방송사 한 곳이 더 참여하며 규모가 커질 것으로 기대되는 방송 중계권료도 추후 다시 떨어질 수 있다. 팬들은 프로야구 개막만을 기다리고 있는데, 개막 후 막상 수준 이하의 경기가 늘어난다면 실망하는 이들도 많은 것이다. 단순히 경기수가 늘어난다고 해서 관중수도 늘어난다는 보장은 없다.
경기력 이외에도 신생팀 KT는 신고선수(올 시즌부터 육성선수로 명칭 변경)의 방출과 잔여연봉 미지급 문제로 시즌 개막 전부터 홍역을 치렀다. 현재는 KT가 잔여연봉을 모두 지급하며 사태가 수습된 모양새지만 프로야구 이미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소식이었다.
지난해에는 선수단 CCTV 불법사찰 논란으로 촉발된 롯데 자이언츠에 대한 팬들의 불만, 그리고 무리수라는 지적이 있지만 부산 시민구단 추진까지. 미숙한 구단 운영으로 인해 프로야구계는 팬들의 분노를 일으키며 지적받지 않아도 될 일을 자초했다.
프로축구 K리그는 잇따른 구단 창단과 1·2부리그 승강제 도입 등으로 양적 성장을 이뤘다. 하지만 흥행에서 어려움을 겪었고, 일부 시도민구단은 재정 악화로 구단의 존폐 문제까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분명 프로야구도 참고해야 할 부분이다.
국내 최고 인기 프로스포츠라는 프로야구는 현재의 달콤함에 빠져 있어서는 안 된다. 과거 팬들이 외면했던 시기를 생각하며 항상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긴장해야 한다.
팬들에게 친화적으로 야구장을 리모델링하고, 어느 때보다 잦았던 감독 교체와 선수 이적 등 올 시즌 프로야구는 흥행 요소가 많다. 하지만 기존의 문제점들을 그냥 덮어두고 조용히 넘어가려 한다면 나중에 더 큰 문제로 프로야구에 해를 끼칠 수도 있다. 양적 성장을 이뤘지만 올 시즌 큰 고비를 만난 34살의 한국프로야구가 이를 어떻게 해결해 나갈지 지켜볼 일이다.
[사진 = 마이데일리 DB]
강진웅 기자 jwoong24@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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