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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그래도 박하나, 배혜윤을 건졌다.”
삼성 이호근 감독은 올 시즌을 끝으로 3년 계약을 마친다. 이 감독의 마음은 썩 편하지 않다. 삼성은 2년 연속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다. 당연히 이 감독의 재계약 여부는 불투명하다. 그래도 이 감독은 박하나와 배혜윤을 보면 흐뭇하다. 리빌딩이 절실한 삼성. 중심축을 찾았다. 이 감독은 “올 시즌 수확은 박하나, 배혜윤”이라고 했다.
두 사람 모두 사연이 있다. 무너질 수 있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이 감독이 큰 힘이 됐다. 박하나는 숙명여고를 졸업하고 신세계에 입단했다. 하나외환 시절까지 6시즌동안 많은 기회를 받았다. 하지만, 좀처럼 치고 올라오지 못했다. 올 시즌 삼성으로 FA 이적했다. 29경기서 평균 11.3점 3.0리바운드 1.9어시스트 1.3스틸. 3점슛 성공률은 33.9%. 장족의 발전. 배혜윤은 숭의여고를 졸업하고 신세계, 우리은행을 거쳤다. 우리은행서 처음으로 우승 맛을 본 뒤 이선화와의 트레이드를 통해 삼성으로 옮겼다. 올 시즌 성적은 29경기서 평균 8점 4.9리바운드 2.0어시스트 1.1스틸. 기록은 지난 시즌보다 약간 떨어졌다. 그러나 전체적인 팀 비중은 더 높아졌다.
▲선수 만들어 보겠다
작년 여름이었다. 이 감독은 기자와의 전화통화서 “선수 한번 만들어볼 테니까 두고 봐”라고 했다. 당시 박하나를 두고 말이 많았다. 최근 야구 FA시장에서 80~90억원 얘기가 나오며 많이 무뎌졌지만, 여자농구서는 큰 규모인 2억1100만원에 3년 계약을 맺었다. 직전 시즌 하나외환서 7500만원에 고작 평균 6점씩 올렸다. 계약을 성사시킨 삼성과 박하나 모두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았다.
이 감독은 박하나를 혹독하게 훈련시켰다. 한편으로 박하나가 받은 상처를 보듬어줬다. 농구계에서 이 감독의 인품, 좋은 인간관계는 정평이 났다. 이 감독이 진심으로 박하나에게 다가서면서 박하나도 이 감독과 삼성에 마음을 열었다. 결국 박하나는 올 시즌 기량이 만개했다. 이 감독은 자신이 내뱉은 말을 지켰다.
배혜윤도 우리은행서 2012-2013시즌 첫 통합우승의 맛을 본 뒤 이적했다. 의외였다. 배혜윤은 공부가 하고 싶다며 우리은행을 떠났다. 결국 임의탈퇴. 그러나 배혜윤의 행선지는 삼성이었다. 우리은행과 삼성이 배혜윤과 이선화를 맞바꿨다. 배혜윤을 향한 우리은행의 배려. 임의탈퇴를 풀고 선수생활을 지속시켜줬다. 삼성도 배혜윤을 품었다. 이 감독도 배혜윤에게 많은 정성을 쏟았다는 게 농구관계자들 후문. 결국 배혜윤은 지난 2시즌을 거치며 삼성의 중심으로 거듭났다.
▲삼성 리빌딩 중심축
박하나와 배혜윤 모두 좀 더 과감해졌다. 흔히 지도자들이 “자신감이 붙었다”라고 말하는 배경. 이 부분은 쉬운 것 같지만, 평생 극복하지 못하고 무너지는 케이스가 많다. 일단 농구선수가 이 단계를 극복할 경우 테크닉 향상은 수월해진다.
박하나는 한 마디로 기량 애버리지가 확 올라갔다. 일단 외곽슛을 적극적으로 던지기 시작했다. 더 이상 어이 없는 플레이를 하지 않는다. 또 페이크와 원 드리블 이후 던지는 중거리 슛 정확도도 굉장히 좋아졌다. 과감한 돌파와 속공 전개도 괜찮다. 전체적으로 농구에 눈을 떠가는 과정에 들어섰다. 스스로 몸값 논란을 딛고 정신적으로 성장한 것도 눈에 띈다. 다만, 수비력, 파울을 유도하는 지능적인 플레이, 2대2 공격, 경기 흐름에 의한 세밀한 조율은 아직 조금 부족하다. 스스로도 “아직 몸 값 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미선 언니가 쉴 때 1번 포인트가드로 뛴다. 1번 역할이 부족하다. 돌파한 뒤 다음 플레이를 빨리 결정해야 한다”라고 했다. 박하나는 장기적으로 2~3번을 오가는 자원으로 성장해야 한다. 가능성은 충분하다.
배혜윤은 우리은행 시절부터 좋은 힘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빅맨에게 필요한 테크닉은 투박했다. 물론 우리은행 시절 막판 성장했다. 여기에 임의탈퇴 논란을 겪으면서 멘탈이 확실히 강해졌다는 게 농구관계자들의 지적. 실제 배혜윤은 승부처에서 냉정하게 플레이 한다. 가드들도 믿고 배혜윤에게 공을 투입한다. 켈리 케인과의 능숙한 2대2 플레이도 눈에 띈다. 우리은행에선 볼 수 없었던 모습. 테크닉도 성장했다는 증거. 포스트업 기술 역시 많이 좋아졌다. 삼성은 향후 5~10년 믿고 맡길 수 있는 토종 4~5번 자원을 확보했다.
삼성은 그동안 좀처럼 리빌딩 속도를 내지 못했다. 하지만, 올 시즌에는 성과를 냈다. 비록 두 시즌 연속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지만, 박하나와 배혜윤으로 팀의 내실을 다졌다. 이 부분은 분명히 고무적이다.
[박하나(위), 배혜윤(아래). 사진 = WKBL 제공,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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