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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울산 김진성 기자] “뭐 그냥 그렇지 뭐.”
모비스 유재학 감독은 15일 SK전서 대기록을 세웠다. 정규시즌 개인통산 500승. 아무나 할 수 없는 대기록이다. 일단 정글 같은 프로에서 감독 생활을 오래해야 한다. 그리고 성적이 좋아야 한다. 두 가지 모두 충족한 지도자는 그렇게 많지 않다. 그런 점에서 유재학 감독은 특별하다. 모비스도 유 감독의 500승 기념행사를 성대하게 열었다.
SK전 승리 직후 모비스 구단이 축하 메시지 영상을 상영했다. 과거 모비스의 우승을 이끈 크리스 윌리엄스의 모습이 보이자 유 감독은 “울컥했다”라고 했다. 하지만, 더 이상의 감정 표현은 없었다. 경기 전후 500승이 자꾸 거론되자 멋쩍게 웃기만 했다. 그리고 그저 “영광이다. 운이 좋다”라는 말만 반복했다.
▲만수의 중심은 유재학 아닌 모비스
유 감독의 별명은 ‘만수’다. 실전서 만 가지 수를 적용할 수 있다고 해서 붙여진 유명한 닉네임. 그의 중심은 철저히 모비스 농구에 맞춰져 있다. 심지어 “경기가 없는 날엔 면도도 하지 않는다”라고 했다. 그렇게 농구에만 몰두하지만, 올 시즌 모비스는 썩 좋은 경기력은 아니다. 하위권 팀들을 상대해도 5~10점 박빙 승부가 많다. 상위권 팀들을 압도하지 못하는 건 당연하다.
기본적으로 비 시즌에 대표팀을 지휘하느라 모비스를 관리하지 못한 게 컸다. 함지훈, 이대성의 컨디션이 여전히 100%가 아닌 건 부상 후유증 때문이다. 하지만, 유 감독이 비 시즌 모비스를 철저히 돌봤다면 그 악재를 최소화할 수도 있었다. (물론 김재훈-조동현 코치가 매우 관리를 잘 했기 때문에 지금의 모비스가 있다.)
유 감독은 이대성과 함지훈의 컨디션을 급격히 끌어올릴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했다. 결국 양동근, 리카르도 라틀리프, 문태영에 대한 의존도가 현격히 높은 현 시스템으로 플레이오프를 치러야 한다는 것. 유 감독의 특기인 플레이오프용 전술 마련 및 실전 적용이 쉽지 않다는 의미. 그래서 유 감독은 선두를 달리고 있지만, 걱정이 많다. 2위 동부에 2경기 앞섰지만, 아직 정규시즌 우승이 확정적인 건 아니다. 유 감독은 “4강 직행만 어느 정도 안정권”이라는 생각. 이런 상황서 자신의 500승을 생각할 겨를은, 당연히 없다.
또 하나. 프런트 입장에선 기왕이면 울산에서 500승 세리머니를 펼치고 싶었다. 실제 경기 후 과거 우승 멤버들과 농구 후배들의 축하 메시지 상영 등 감격스러운 장면이 연출됐다. 울산 팬들도 모두 함께했다. 물론 마음대로 되는 건 아니었다. 사실 모비스가 10일 원주에서 동부를 잡았다면 울산에서 세리머니를 하지 못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모비스는 동부에 졌고, 전주에서 KCC를 잡았으며, 여세를 몰아 홈에서 SK마저 잡고 유 감독의 500승을 완성했다. 구단 입장에선 어쨌든 최상의 시나리오. 하지만, 유 감독은 “애당초 그런 걸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라며 손사래를 쳤다.
▲원칙주의자
유 감독은 자신만의 원칙을 그 어떤 상황서도 지킨다. 그는 “연세대에서 코치로 4년간 최희암 감독님을 모셨다. 시간에 철저한 원칙 같은 건 그 분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라고 했다. 또 “사람들과의 관계가 중요하다. 구단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어서 오랫동안 감독을 하고 있는 것 같다”라고 했다. 유 감독은 “감독 생활 초창기에 부진했을 땐 그대로 잘리는 줄 알았다”라고 웃었다. 농담이었지만, 자신만의 원칙을 지키지 않았다면 실제 그렇게 됐을 수도 있었다.
시즌 중반 유 감독의 ‘불만족 인터뷰’가 화제에 올랐다. 결과적으로 잘 나갈 때였는데, 몇몇 선수들의 컨디션 난조를 걱정했다. 또 백업 선수들의 부족한 수비력을 아쉬워했다. 당시 유 감독의 불만족 인터뷰는 일각에선 ‘엄살’로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시즌 막판 그런 요소들이 결합되면서 결과적으로 경기력이 떨어진 건 사실. 유 감독의 불만족 인터뷰는 엄살이 아닌 팩트였다.
유 감독은 자신만의 원칙을 토대로 만들어진 절대적인 기준선이 있다. 불만족 인터뷰도 그 연장선상이라고 보면 된다. 모비스는 지금 유 감독 특유의 절대적인 기준선에 충족하지 않는다. 유 감독 특유의 날카로운 시선에는 모비스 몇몇 선수들의 경기력도 불안한 부분이 있다.
이런 상황서 유 감독에게 500승이 눈에 들어올 리 없다. 그에겐 그저 “오래 하면 하는 것”이 500승. 600승, 심지어 1000승도 그렇게 무덤덤하게 맞이할 사람이다. 이래서 농구관계자들은 그를 ‘대단한 사람’, 혹은 ‘명장 중의 명장’이라고 극찬한다. 괜히 ‘만수’가 아니다.
[유재학 감독.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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