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G 30실점' KIA , 최정예 멤버에 예방주사 맞았다

[마이데일리 = 강산 기자] '5득점 41피안타 30실점.'

KIA 타이거즈가 일본프로야구 야쿠르트 스왈로스, 라쿠텐 골든이글스와 치른 2차례 연습경기에서 거둔 성적이다. 라쿠텐 타선이 얼마나 강했길래 경기당 평균 15점씩 내줬을까.

KIA는 16일(이하 한국시각) 일본 오키나와 긴베이스볼스타디움서 열린 라쿠텐과의 연습경기 2차전서 장단 23안타를 맞고 2-16 대패했다. 전날(15일) 야쿠르트전 3-14 패배에 이은 연이틀 완패로 자존심을 구겼다.

하지만 KIA가 상대한 야쿠르트, 라쿠텐 타자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이해가 가는 측면도 있다. 벌써 '정말 큰일이다'라고 속단하기에는 이르다. 야쿠르트와 라쿠텐 모두 정예멤버가 나왔다. 일본 무대 정상급 타자들도 즐비했다.

먼저 15일 야쿠르트전을 살펴보자. 이날 야쿠르트는 야마다 데츠토-모리오카 료스케-라스팅스 밀리지(미렛지)-다카이 유헤이-하다케야마 가즈히로-다나카 히로야스-오비키 케이지-나카무라 유헤이-아라키 다카히로로 이어지는 라인업을 꾸렸다.

모두 지난해 1군 베스트 멤버로 봐도 무방하다. 야마다는 143경기 타율 3할 2푼 4리 29홈런 89타점(이하 2014년 기준), 유헤이는 141경기 타율 3할 1푼 6리 23홈런 90타점을 기록한 핵심 타자였다. 하다케야마도 113경기 타율 3할 1푼 17홈런 79타점으로 잘 쳤고, 다나카(77경기 타율 0.254 3홈런 10타점), 나카무라(99경기 타율 0.298 홈런 41타점)도 핵심 멤버였다. 오비키는 FA 자격을 얻어 니혼햄에서 야쿠르트 유니폼으로 갈아입은 유격수다.

2013년 홈런왕 블라디미르 발렌틴이 빠졌을뿐 사실상 베스트 멤버가 나섰다. 미렛지와 교체된 이하라도 지난해 96경기 타율 0.306 4홈런 29타점을 기록한 핵심 선수다. 이날 다나카와 오비키를 제외한 선발 전원이 안타를 때렸고, 아라키는 홈런까지 터트렸다.

16일 만난 라쿠텐도 그랬다. 히지리사와 료-마키다 아키히사-아카미나이 긴지-가비 산체스-고토 미쓰다카-휠러-시마우치 히로아키-고세키 쇼타-아베 도시히토가 선발 출전했는데, 히지리사와와 긴지는 일본 국가대표 출신이다. 고토는 이대호가 오릭스 버펄로스에서 뛴 2012년 주장을 맡아 잘 알려진 인물. 4번타자 가비 산체스는 메이저리그에서 통산 61홈런을 때린 타자다.

산체스와 교체된 시마 모토히로는 라쿠텐 주전 포수이자 국가대표팀 포수. 이날 6타수 5안타 2타점을 기록한 시마우치는 지난해 66경기 타율 2할 4푼 2리 2홈런 18타점에 그쳤지만 1군 무대 2년째인 2013년 97경기에서 타율 2할 8푼 4리 6홈런 38타점으로 가능성을 보여준 외야수다. 또한 라쿠텐 4번째 투수로 나선 아오야마 고지는 최근 5년간 총 58홀드를 올린 필승조 일원이고, 캄 미콜리오는 지난해 히로시마에서 25세이브(센트럴리그 3위)를 올린 정상급 마무리다. 둘 다 1이닝을 2탈삼진 퍼펙트로 막았다.

2차례 연습경기에서 5득점 30실점이라면 팬들로선 실망할 법도 하다. 하지만 속단은 금물이다. KIA는 2경기에 베스트 멤버를 출전시키지 않았다. 실전 감각 익히기 차원으로 봐도 무방한데, 일본 정상급 선수들과 겨루는 건 장기적으로 봤을 때 분명 도움이 된다. 최근까지 현역으로 뛰던 한 투수는 "1990년대 중반만 해도 일본 팀이 경기를 많이 해주지 않았다. 요즘은 요미우리 자이언츠와 붙는다는데, 그 때는 상상도 못 할 일이었다. 기껏해야 긴테츠(현 오릭스) 2군과 겨우 연습경기를 했을 정도"라고 했다.

KIA는 예방주사를 맞았다. 정상 전력을 갖춘 일본 팀을 상대로 세게 맞았다. 지금은 아프겠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분명 좋은 약이 될 수 있다. 예를 들면 연습경기에서 지난해 일본시리즈 우승팀 소프트뱅크 호크스를 이겼다고 치자. 선수들의 자신감 회복에 큰 도움이 되는 건 물론이나 아시아 챔피언이 되는 건 아니다. 당장 결과에 일희일비할 필요가 없는 이유다.

[KIA 타이거즈 선수들. 사진 = 마이데일리 DB]

강산 기자 posterbo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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