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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허설희 기자] '호성아. 그것만은 막고 싶다'. 최근 종영된 SBS 월화드라마 '펀치'(극본 박경수 연출 이명우)에서 윤지숙(최명길)이 이호성(온주완)에게 자주 하던 말이다. 자신의 악행에는 관대하고 자신을 지키기 위해 다른 이들을 해한 윤지숙이 이호성을 이해시키기 위해 매번 이태준(조재현)을 들먹이며 이호성을 불렀다.
하지만 윤지숙 외의 악인이 또 있었으니, 윤지숙이 그렇게도 불러대던 '호성이' 배우 온주완이다. 극중 온주완이 연기한 이호성은 초반 정의를 지키는 선(善)이었지만 자신의 욕망을 채우는 주변인들을 보며 자신 또한 한순간 욕망을 드러내 이후 악(惡)으로 추락한 인물이다. 때문에 윤지숙과 함께 이호성을 향한 시청자들의 원성도 상당했다.
온주완은 최근 진행된 마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아직 종영이 안 받아들여진다. 아쉽고 허탈하다. 쫑파티 하고 집에 들어가 OST를 틀어놓고 자려고 누웠는데 이상하게 눈물이 나더라"고 입을 열었다.
사실 시청자들은 박정환(김래원), 신하경(김아중)과 친구였지만 이들을 배신한 이호성이 마지막엔 다시 선에 설 것이라 기대했다. 한순간 악해진 그였기에 더 그랬다. 온주완 역시 "나도 도와줄 줄 알았다. 나는 얼마나 기다렸겠나"라고 말할 정도. 하지만 이호성은 더 악해졌고, 그만큼 방송 내내 욕도 많이 먹었다. 별명까지 이름과 욕을 조합한 것이었다.
그는 "욕은 익숙해졌다. 사실 내가 이호성이란 캐릭터를 막판에 망가뜨리거나 이랬다면 나에 대한 욕을 하셨을 것"이라며 "'온주완이 저 배역에는 안 어울린다' 이렇게 받아들이셨을 거다. 그래서 그 캐릭터를 비하하고 그런건 충분히 나에게는 좋은 거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반응을 보니 '윤지숙이 나쁘네', '이호성이 나쁘네' 하시더라. 사람이 그렇다. 나쁜 사람이 조금만 착해지면 '아, 불쌍해' 이러는데 호성이처럼 자기가 이 시대에 남은 마지막 선인 양, 책만 보는 신선처럼 굴던 사람이 확 돌변해 버리니까 시청자들이 뒤통수 맞은 느낌이 드는 거다. 재미있는 댓글을 봤는데 '호성아. 너 욕 먹는다고 어깨 움츠리지 말고 가슴 쫙 펴라. 명치 한 대 때리게'라더라.(웃음) 근데 진짜 정환이가 막판에 내 명치를 때렸다. 작가님도 그 댓글을 보셨나 싶었다.(웃음) 사실 진짜 펀치를 맞은 사람은 나밖에 없다."
그렇다면 마지막까지 악했던 캐릭터에 대한 아쉬움은 없었을까. 온주완은 "사실 받아들이고 안 받아들이고의 입장은 종이 한장 차이라고 생각한다"고 운을 뗐다.
그는 "17회에 하경이가 윤지숙에게 뺑소니 교통사고를 당하고 쓰러져 있을 때 호성이가 오는데 원래 18회 대본에는 호성이가 하경이를 두고 일어서서 가는 거였다. 쓰러져 있는 하경이를 봤는데도 그냥 떠난다는 것은 못 받아들이겠더라"고 고백했다.
이어 "감독님에게 사랑했던 친구가 교통사고를 당했는데 신고도 안하고 가는 것은 진짜 못 받아들이겠다고 했다. 다른건 다 '오케이' 하겠는데 그건 못 받아들이겠더라"며 "그래서 하경이 옆에만 있게 해달라고 했다. 뭘 하는지는 안 나와도 떠나는 것만은 쓰지 말아달라고 계속 얘기했다"고 털어놨다.
"계속 물었다. '혹시 이 사건을 계기로 호성이가 윤지숙 장관한테 등을 돌려서 하경이 편에 서나요? 아니면 이 사건을 계기로 자폭을 해서 논개처럼 윤지숙 장관을 끌어 안고 뛰어드나요?'라고 물었는데 감독님이 '결정된 게 없어. 고민하고 있어'라고 하시더라. 덜 나쁜 사람 편에 서서 계속 갈지에 대한 고민이었다. 그래서 나는 끝지점을 모르고 달려갔다. 그래서 더 호성이가 회기할 수 있는, 복귀 열차를 타고 다시 선한 사람으로 돌아갈 수 있는 여지를 좀 남겨뒀었다. 근데 성당에서 윤지숙에게 '기도하세요. 덮을 수 있습니다'라고 하는 순간 난리가 난 거다. 그 때부터 받아들였다. 작가님, 감독님을 믿었다."
그래도 이호성의 마지막은 온주완의 마음을 복잡미묘하게 만들었다. 신하경에게 징역을 구형 받는 이호성에 대해 대본에는 '호성이는 체념한듯'이 전부였기 때문. 그 때부터 배우로서 받은 숙제를 풀어야 했다. 체념만 하면 안 될 것 같았다. 그래서 일부러 신하경을 더 바라봤다. '그래 하경아. 돌이켜보니 너의 길이, 너의 선택이 맞아. 나는 잘못된 선택을 했고 내 죄는 내가 받는게 맞아'라고 속으로 말하며 신하경을 바라봤다. 그렇게 온주완은 이호성의 마지막을 받아들였다.
온주완은 "이렇게까지 반응이 좋았던 적은 없는 것 같다. 시청자들도 워낙 작가님을 신뢰하고 배우들을 신뢰해서 그랬던 것 같다. '갓정환', '갓경수' 같은 별명도 그런 신뢰감들이 많이 쌓여서 생긴 것이 아닐까"라며 "어쨌든 좋은 드라마로 월, 화요일을 채워드린 것 같아서 좋다. 연령층이 누가 됐든 시청자 분들에게 너무 감사하고 배우들에게도 되게 고맙다. 감독님, 작가님은 물론이다. 많이 배웠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온주완은 윤지숙 말투로 말했다. "호성아. 널 변호할 생각은 없어. 5년 살고 나와."(웃음)
[배우 온주완. 사진 = 사진 = 송일섭기자 andlyu@mydaily.co.kr]
허설희 기자 husullll@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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