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일본 오키나와 김진성 기자] 진화를 위한 몸부림이다.
넥센의 스프링캠프 모자에 ‘7전8기’라는 말이 적혀있다. 2008년 창단한 넥센은 올해 8번째 시즌을 맞는다. 넥센은 지난해 창단 처음으로 한국시리즈를 경험했다. 하지만, 삼성의 뒷심에 무너졌다. 그들의 올 시즌 목표는 명확하다. 한국시리즈 우승이다.
오키나와 리그를 치르는 넥센의 행보는 다른 팀들과 좀 다르다. 삼성 LG SK KIA 한화와는 달리 베이스캠프가 따로 없다. 대신 베이스캠프를 차린 팀들을 매일 찾아가서 훈련 및 경기를 치른다. 미국 애리조나에서 효율적인 훈련을 했고, 오키나와에서 그 성과를 확인하려는 의도. 연습경기 중간전적은 2승. KIA와 삼성을 상대로 연이어 승리했다.
▲윤석민의 도전
넥센의 스프링캠프 최대과제는 강정호의 공백을 메우는 것. 염경엽 감독은 대체자로 윤석민을 지목했다. 김하성, 김지수 등 유격수를 볼 수 있는 요원들이 있다. 그러나 염 감독은 타격이 강한 윤석민을 유격수로 정착시키려고 한다. 강정호의 공백을 최대한 만회하고자 하는 의도. 윤석민은 타격보다 유격수 수비 훈련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염 감독은 윤석민을 오키나외리그 전 경기에 유격수로 출전시키기로 했다.
26일 삼성전서도 윤석민의 유격수 수비는 화두였다. 명유격수 출신 삼성 류중일 감독은 “숏 스탑(유격수)은 아무나 하는 건 아니다”라고 했다. 유격수 경험이 없는 선수가 단기간에 수비력을 향상시키는 건 쉽지 않다는 의미. 실제 윤석민은 몇 차례 불안한 모습. 기본적으로 자신에게 날아오는 타구를 안정적으로 처리했다. 하지만, 몸을 날려서 처리해야 할 타구에는 취약점을 드러냈다. 경기도중 상대의 강습타구를 잘 따라갔지만, 글러브에 맞고 튀겨나간 적도 있었다. 염 감독은 “그걸 잡았다면 본인이 한 단계 더 올라갔을텐데”라고 아쉬워했다. 윤석민의 도전은 현재진행형이다.
▲여전히 배고픈 박병호
삼성전 직후 박병호를 잠깐 만났다. 그는 “타구 비거리를 늘리기 위해 방망이 무게를 늘릴 것”이라고 했다. 880g에서 20g 더 무거운 900g 방망이로 연습경기에 나서고 있다. 삼성전서 3안타를 작렬하며 좋은 타격감을 과시했다. 그는 900g에 적응할 경우 올 시즌 끝까지 사용할 방침이다. 보통 타자는 체력이 떨어지는 여름에 방망이 무게를 떨어뜨린다. 박병호의 경우 최대한 오래 900g을 유지하는 내성을 키우고 있다. 3년 연속 홈런왕에 올랐지만, 단 1개의 홈런이라도 더 치고 싶은, 지극히 프로페셔널한 자세.
새 외국인타자 브래드 스나이더가 올 시즌 5번타자로 출전할 전망이다. 스나이더는 삼성전서 정인욱에게 스리런포를 날리는 등 5타점을 올리며 맹활약했다. 박병호도 반색했다. 그는 “왼손 거포가 뒤에 있어서 좋다”라고 했다. 강정호가 빠져나가면서 투수들이 박병호와의 승부를 피할 것이란 전망도 있었다. 그러나 스나이더가 맹활약한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박병호는 “일단 신경을 쓰진 않고 있다. 미국에서부터 꾸준히 강한 타구를 날리기 위해 준비해왔다”라고 했다. 5번타자의 우산효과를 보든, 보지 못하든 스스로 더 강해지는데 집중하겠다는 의미.
박병호는 넥센 타자들이 훈련량이 결코 많지 않음에도 오키나와 리그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것에 대해서도 나름의 분석을 내놨다. 그는 “몸 상태를 7~80%정도로 시즌을 치르는 게 가장 좋다”라는 논리를 폈다. 이유에 대해 묻자 “100%가 되면 곧 떨어진다는 의미”라며 “나뿐 아니라 우리 선수들 모두 80% 정도로 쭉 가는 걸 목표로 삼고 있다”라고 했다. 다른 팀보다 타격 페이스가 빠르지만, 박병호는 “우리는 항상 이렇게 준비해왔다”라고 했다. 타격의 팀으로 몇 년을 보내온 넥센. 주전타자들도 시즌을 준비하는 노하우가 생겼다.
▲과제는 투수력 보강
넥센은 KIA에 12-10, 삼성에 13-12로 승리했다. 화끈한 타격이 돋보였지만, 반대로 마운드는 불안했다. 여전히 넥센의 아킬레스건. 올 시즌에는 변화가 있다. 메인 셋업맨 한현희가 선발로 이동했다. 상무 마무리투수 출신 김정훈이 한현희의 몫을 대체할 수 있다는 염 감독의 계산이 섰기 때문. 두 가지 전제조건이 있다. 하나는 한현희가 선발로 성공적인 전환을 해야 하는 것. 또 하나는 또 다른 필승 셋업맨 조상우의 업그레이드.
한현희는 삼성을 상대로 선발 등판, 2이닝 4탈삼진 2실점을 기록했다.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일단 첫 실전에선 괜찮았다. 손혁 투수코치는 “체인지업 하나가 실투가 돼 실점했지만, 그 실투 하나를 지적하고 싶진 않다”라고 했다. 불펜투수와 선발투수의 경기운영은 완전히 다르다. 불펜 투수는 실투 하나로 패배할 수 있다. 그러나 손 코치는 “선발은 7이닝 3실점만 하면 된다. 실투 1개는 충분히 있을 수 있다”라고 했다.
다만, 조상우는 다소 아쉬운 모습. 9회 등판해 3점을 내줬다. 제구가 좋지 않았고, 직구 실투도 잦았다. 염 감독의 강도 높은 비판이 나왔다. 그는 “공이 빠르면 뭐하나. 제구가 안 된다. 스트라이크를 잡는 변화구, 타자를 잡아내는 결정구가 있어야 한다. 이런 점을 간과하면 평범한 투수밖에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 빠른 공을 지닌 조상우가 경기운영능력을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
넥센은 아직 지난해 모습과 크게 달라지진 않았다. 여전히 타격의 팀이고, 마운드는 약간 불안한 부분이 있다. 그러나 그 속에서 진화를 위한 몸부림도 감지된다. 올 시즌에도 넥센이 기대가 되는 이유다.
[넥센 선수들(위), 박병호(가운데), 한현희(아래). 사진 = 일본 오키나와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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