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일본 오키나와 김진성 기자] “오른손이 없다.”
삼성 타선의 특징은 강력한 왼손 라인업. 이승엽 최형우 채태인 박한이 등 이름만 들어도 쟁쟁한 왼손 강타자들이 즐비하다. 지난해 맹활약한 신예 박해민 역시 왼손타자. 상대적으로 오른손 라인업은 빈약한 느낌이 있다. 박석민과 야마이코 나바로라는 강타자들이 있지만, 왼손에 비하면 부족하다.
특히 타격이 강해야 살아남는 외야수의 경우 좌타 편중이 심각하다. 올 시즌 공식적으로 등록된 오른손 외야수는 강봉규, 이상훈, 신인 최민구가 전부. 배영섭은 군 복무 중이다. 김헌곤도 상무에 입대했다. 박한이, 최형우, 박해민 등 주전 외야수들은 물론, 이영욱, 박찬도, 우동균 등 백업 외야수들 역시 모두 왼손타자. 류중일 감독은 26일 넥센과의 오키나와 스프링캠프 연습경기를 앞두고 “오른손 타자가 부족하다. 올 시즌에도 딱히 눈에 띄는 자원이 없다”라고 아쉬워했다.
▲류중일 감독이 안치용 해설위원에게 놀란 사연
류 감독은 사연을 하나 소개했다. “얼마 전에 안치용(은퇴)이 찾아왔다. 해설위원이 됐더라”고 웃었다. 안치용은 LG, SK서 활약한 오른손 외야수. 지난 시즌을 끝으로 유니폼을 벗었다. 올 시즌부터 KBS N 스포츠 해설위원으로 새 출발한다. 안치용 위원이 삼성의 스프링캠프를 취재차 찾아 류 감독에게 인사했는데, 류 감독은 미처 은퇴 사실을 알지 못했던 것.
류 감독은 “진작 나한테 연락하지”라고 웃었다. 이어 “안치용 정도면 아직 괜찮다. 우리 팀에서 오른손 대타로는 충분히 매력이 있을 텐데”라고 아쉬워했다. 실제 안치용은 아직 만 36세. 현역으로 충분히 뛸 수 있는 나이. 과거 삼성만 만나면 좋은 타격을 했다. 2008년 LG 시절 사이클링히트도 대구 삼성전서 달성했다. 때문에 류 감독에게 인상이 깊게 남아있는 것도 사실.
류 감독이 안 위원에게 입맛을 다실 정도로 삼성의 우타 외야수는 부족하다. 우여곡절 끝에 무산됐지만, 한화 FA 보상선수로 오른손 외야수 정현석을 데려오려고 했던 것도 이유가 있었다. 지금은 없던 일이 됐지만, 괌 1차 스프링캠프서 박해민을 오른손 타자로 전향시키려고 했던 것도 우타 외야수 갈증을 풀어보려는 의도. 류 감독은 “베테랑 강봉규가 실력이 더 늘길 바라는 건 무리다. 최민구는 아직 신인”이라고 선을 그었다.
▲삼성만의 고민 아니다
이런 고민은 류 감독만 갖고 있는 건 아니다. 류 감독은 “리그 전체적으로도 잘 치는 오른손 외야수가 많지 않다”라고 했다. 넥센 이택근 정도를 제외하곤 딱히 강타자라는 인상을 심어주는 오른손 외야수가 많지 않다. 류 감독은 “전부 우투좌타”라고 했다. 삼성의 경우 박해민, 우동균, 박찬도 등이 우투좌타 외야수다. 리그를 대표하는 강타자 최형우도 우투좌타.
국내야구에 우투좌타가 넘쳐난다. 대부분 본래 오른손잡이였는데 살아남기 위해 왼손으로 치는 법을 익힌 케이스. 아무래도 왼손타자가 오른손타자보다 타격 후 베이스에 먼저 도달할 확률이 약간 더 높기 때문에 유리한 부분이 있다. 그러나 류 감독은 과거에도 “강제로 왼손 타법을 배웠기 때문에 태생적으로 파워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라고 했다. 정교한 왼손타자는 많지만, 거포 갈증은 여전한 이유. 우투좌타가 즐비한 요즘은 오히려 오른손 외야수가 희귀한 시대다. 심지어 한 방을 갖춘 오른손 내야수도 예전보다 많지 않다. 넥센 박병호, 삼성 박석민, SK 최정 등은 확실한 가치가 있다. 류 감독은 “좋은 우타자를 키우는 게 쉽지 않아졌다”라고 했다.
좋은 타격능력을 지닌 오른손 외야수가 있다면 타순을 짜는 데 상당히 도움이 된다. 왼손 강타자들 사이에 끼워 넣을 수도 있고, 중심타선 주위에 배치할 수도 있다. 류 감독도 박석민과 나바로만으로는 그런 효과를 극대화할 수 없다는 걸 아쉬워한다. 다른 팀들 역시 마찬가지. 타고투저의 시대지만, 여전히 강력한 오른손 외야수에 대한 아쉬움은 남아있다.
[류중일 감독(위), 안치용 해설위원의 현역 시절 모습. 사진 = 일본 오키나와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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