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일본 오키나와 김진성 기자] 김광현과 윤희상에겐 공통점이 있다.
일단 올 시즌 SK 선발진의 주축. 김용희 감독은 두 사람과 트래비스 밴와트, 메릴 켈리를 일찌감치 1~4선발로 낙점했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지난해 나란히 ‘좌절’한 경험이 있다. 아픔을 치유하고, 새 출발을 다짐한 스프링캠프. 김광현과 윤희상의 올 시즌 꿈은 명확하다. 좌절을 거울삼아 살아있음을 알려주는 것. 다시 말해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하는 것이다.
▲좌절
김광현은 부상과 부진을 딛고 최근 2년간 23승을 챙겼다. 지난해엔 13승9패 평균자책점 3.42, 에이스로 완벽하게 돌아왔다. 머뭇거리지 않았다. 시즌 이후 메이저리그 도전을 공식적으로 선언했다. 포스팅시스템을 통해 샌디에이고와 1개월 독점협상에 임했다. 하지만, 계약은 결렬됐다. 샌디에이고가 김광현의 진면목을 알아보지 못했을 수 있다. 분명한 건 김광현은 좌절 속에서 자신의 가치를 더욱 높여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는 점.
윤희상은 2012년과 2013년을 통해 롱런 기반을 다졌다. 직전 2년간 18승, 3점대 평균자책점(3.36, 3.87)으로 수준급 우완선발로 공인 받았다. 그러나 2014년은 최악의 한 해. 7경기서 1패 평균자책점 5.08. 남자에게 너무나도 소중한 급소에 부상했다. 돌아오자마자 오른 손등에 부상했다. 모두 상대 타자의 타구에 정통으로 맞아 벌어졌던 일. 너무나도 불운했다. 현재 깨끗하게 회복한 상태.
▲체인지업과 200이닝
김광현은 선발투수인데 구종이 다양하지 않다. 직구와 슬라이더만으로 먹고 살았다. 제구도 썩 정교한 편은 아니다. 그런데 그 직구와 슬라이더의 위력이 너무나도 뛰어났다. 타자들은 김광현이 무슨 공을 던지는지 알면서도 제대로 치지 못했다. 그런데 지난해 커브를 장착하면서 더 강력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강력한 투 피치 투수가 제3의 구종을 유인구로 장착한 효과는 어마어마했다.
하지만, 김광현은 체인지업에 대한 갈증이 여전히 남아있었다. 지난 시즌에도 꾸준히 체인지업을 구사했다. 김광현은 “아직 내 것이 아니다”라는 말만 반복했다. 올 시즌 김광현은 체인지업을 완벽한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게 목표이자 꿈. 27일 일본 나고 시영구장에서 열렸던 니혼햄과의 연습경기. 선발로 등판한 김광현은 2이닝을 삼진 3개를 곁들여 완벽하게 틀어막았다. 특히 2회 마지막 타자 브랜든을 헛스윙 삼진으로 처리할 때의 공이 체인지업이었다.
김광현은 브랜든을 체인지업으로 헛스윙 삼진 처리하자 덕아웃에서 동료들과 격하게 기쁨을 표했다. 그는 “실전에서 체인지업으로 헛스윙 삼진을 잡아본 건 처음”이라고 했다. 김광현은 여전히 조심스럽다. “20개의 공 중에 단 4개였다. 아직 체인지업은 완벽히 내 것이 아니다. 직구 위력을 더욱 끌어올리기 위해, 힘을 빼고 승부하는 요령을 익히기 위해 체인지업이 필요하다”라고 했다.
김광현은 좌절을 딛고 힘차게 올 시즌을 준비 중이다. 그는 “투구수를 늘리는 과정이다. 지금 컨디션이 좋으면 오히려 시즌 초반 좋지 않을 수 있다”라고 했다. 컨디션엔 사이클이 있다. 김광현은 “내 느낌상 지난해 이 시기 컨디션이 올해 이 시기보다 더 좋았다”라고 했다. 결국 올 시즌에 대한 느낌이 더 좋다는 의미. 직구 144km를 찍은 김광현은 “200이닝에 대한 욕심이 있다”라고 했다. 좌절을 딛고 체인지업을 완벽하게 장착한다면, 200이닝은 꿈 아닌 현실이 될 수도 있다.
▲건강
윤희상은 김광현에 이어 니혼햄전 두번째 투수로 나섰다. 김광현보다 1이닝을 더 많이 소화했다. 3이닝 2피안타 1실점 호투. 5회 제레미 허미다에게 실투성 직구로 솔로포 1개를 허용했지만, 특유의 위기관리능력과 경기운영능력은 여전했다. 그는 경기 후 “몸 상태는 많이 좋아졌다. 개인적인 목표는 없다. SK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아프지 않고 한 시즌을 잘 마무리했으면 좋겠다”라고 했다.
지난해 불운했던 윤희상은 건강을 회복했다. 마인드도 달라졌다. “지난해 부진했는데도 선발투수로 인정 받았다. 8년간 2군을 전전했다. 이런 대우를 받아도 되나 싶다”라고 했다. 불운에 시달리면서 자신보다 팀을 더 생각하는 마인드로 바뀌었다. 개인적인 욕심을 버리고 팀만 생각하기로 한 것.
윤희상은 “SK가 우승전력을 갖췄다고 주위에서 말하는데 솔직히 불안하다”라고 했다. 본인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일 것을 다짐했다. “선발로테이션을 지키는 건 목표가 아니라 임무이자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개인적인 목표를 세운다고 다 이뤄지는 것도 아니다. 지금은 그저 투구수를 늘리는 것에만 집중하고 있다”라고 했다. 초심으로 돌아간 윤희상의 꿈. SK의 꿈이기도 하다.
[김광현과 윤희상(위), 김광현(가운데), 윤희상(아래). 사진 = 일본 오키나와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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