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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허설희 기자] 통쾌한 활약이 없으면 어떠랴. 작품 자체를 완벽하게 만들고 이야기를 짜임새 있게 만드는데에는 무조건 활약이 능사는 아니다. 탄탄한 작품이 되려면 인물 개개인이 아닌 이야기 전체가 보여야 할 터. 특히 박경수 작가의 작품이라면 꼭 그래야 한다.
때문에 SBS 월화드라마 '펀치'(극본 박경수 연출 이명우)에서 배우 김아중이 연기한 신하경 역시 활약만으로 평가해서는 안되는 인물이었다. 유일하게 정의를 지키는 인물이었기에 다소 답답하기도 하고 다른 인물에 비해 강렬한 모습이 부족했지만 오히려 시청자들의 몰입도른 높이는데는 큰 역할을 했다. 이 모든 것이 다 김아중의 철저한 계산과 작품에 녹아드는 집중력 덕이었다.
김아중은 '펀치' 종영 후 진행된 마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마지막까지 좋았다. 신하경 검사로서 마무리를 잘 한 것 같다. 딸 예린이(김지영)를 위한 세상을 만들자는 신념 하나로 왔는데 어쨌든 그런 세상을 잘 만들 거라는 기대를 갖게 하는 열린 결말로 끝난 기분이라 좋았다"고 입을 열었다.
그는 "신하경의 활약에 대해서는 팬들도 좀 아쉬워 하는 부분이 있다. 사실 신하경이 다른 인물처럼 욕망에 충실하고 직진하는 인물이었다면 아쉬움도 있었을 것 같은데 유일하게 선(善)이었기 때문에 아쉽지 않았다"며 "늘 신념대로 움직이지만 늘 실패하거나 어떤 배역에 부딪혀서 고뇌하는 역할이었기 때문에 다른 악역들처럼 활약이 있었다면 오히려 신하경, 작품은 훼손됐을 거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처음부터 작가님이 '하경이의 역할은 시작의 문을 열어주고 대중 가까이에서 대중의 눈으로 드라마를 열고 마무리하는 것'이라고 했다. 어쨌든 이제껏 드라마에서 다루지 않았던 역할이라 좋았다. 예를 들면 사랑에 대한 감정이 남아 있는 남녀가 서로의 신념이 대립해 이혼을 하고 가치관으로 대립하는 관계 묘사가 일단 정말 좋았다. 그런걸 연기할 수 있다는 게 너무 행운이었고 힘들긴 했지만 전 남편에 대한 애증과 시한부 선고를 받은 내 아이 아빠에 대한 연민 등을 고민할 수 있는 역할을 언제 또 만날 수 있을까 싶었다."
김아중은 인물이 활약을 보지 않았다. 극중 자신이 맡은 역할과 그로 인해 더 탄탄해지는 작품의 짜임새를 봤다. 나무보다 숲을 본 것. 그 과정에서 더 자신의 인물을 이해하고 연기 자체에 대한 생각을 깊게 할 수 있었다.
김아중은 "작품 전체의 짜임새를 봤다. 1회 대본을 보고나서 내 캐릭터가 눈에 들어왔다기 보다는 인물 구도가 정말 재밌었다. 남자끼리는 멜로 이상으로 끈끈한데 남녀 사이는 대립하는 구도들이 재밌었고 그걸 풀어내는 작가님의 드라마 짜임새가 정말 좋아 처음부터 참여하고 싶다고 했다"고 말했다.
사실 김아중도 신하경이 시청자들로부터 아쉬운 소리를 들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때문에 작품 전 김아중은 박경수 작가에게 '작가님 작품 특성상 자기의 욕망에 충실하고 자신의 치부를 솔직하게 드러내는 캐릭터들이 더 매력적으로 그려지는데 하경이는 그에 반해 정의와 신념만을 따르고, 그렇다고 감정 표현이 많은 아이도 아니고 이상적으로 보일 수 있다. 시청자와 거리가 있지 않을까요?'라고 물었다.
그러자 박경수 작가에게 '그래서 시작할 때 하경이 시점으로 하는 거다. 그러니 시작을 잘 열어줬으면 좋겠다. 중간 중간 시청자들과 하경이가 멀어질 때도 있고 가까워질 때도 있는데 그 조절은 내가 하겠다'는 답이 돌아왔다.
김아중은 "사실 정의를 찾는 선 역할이 더 이상적으로 느껴지고 답답하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시청자들이 하경이에게 답답한 순간이 있더라도 공감을 얻을 수 있었던건 예린이었다"며 "내 자식을 위한 세상을 만들기 위한 신념이 있었기 때문에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래서 박정환(김래원)과의 취조실 장면이 제일 명장면이라 생각한다. 예린이 이야기를 하면서 하경이 심경이 잘 표현된 것 같아 좋았다. 하경이의 명장면은 1회에 몰려 있는데 특히 레스토랑에서 박정환에게 자신의 신념을 이야기 하는 장면도 좋았다"고 덧붙였다.
"연기를 오래, 많이 하신 분들 사이에서 하다 보니까 '아, 연륜이 이런 거구나' 많이 느꼈다. 나도 좀 많이 해서 이런 경험치를 좀 많이 쌓고 싶다는 생각도 많이 했다. 특히 박혁권 선배님은 연기 공부도 같이 해주셔서 의지도 많이 했다. '펀치' 이후로 연기가 재밌다는걸 다시 한 번 느기면서 더 많이 연기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연기적으로 내가 무언가에서 벗어나거나 딱 달라진 게 있진 않지만 그 전보다는 조금 더 나를 수식하고 꾸미는 것, 나를 설명하는 것들을 철저하게 배제하게 된 것 같다. 좀 더 진솔하게 간결하게 연기해보자는 개인적인 목표를 지켰다."
[배우 김아중. 사진 = 나무엑터스 제공]
허설희 기자 husullll@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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