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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미리 기자] 최근의 상업영화보다 더 흥미롭고 재미있는 영화가 등장했다. 바로 '제2의 한공주'를 예고하는 영화 '소셜포비아'다.
'소셜포비아'(감독 홍석재 제작 KAFA FILMS 배급 CGV아트하우스)는 SNS에서 벌어진 마녀사냥으로 인한 한 사람의 죽음이 자살인지 타살인지 파헤쳐가는 SNS 추적극으로 변요한과 이주승이 호흡을 맞췄다.
이 영화는 지난 2008년 벌어진 한 사건을 모티브로 했다. 베이징 올림픽 결승에서 패배한 선수의 미니홈피에 악플을 남긴 한 여성의 신상정보가 털렸고, 이후 분노한 남성들이 그 여성의 집에 찾아가기 위해 근처 PC방에 모이는 일이 벌어졌다. 홍석재 감독은 이 사건을 지켜보며 '당시 사람들이 실제 그녀의 집을 방문했으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라는 상상을 하게 됐다. 그 결과 '소셜포비아'라는 영화가 탄생했다.
모티브부터 위험한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이 영화는 생중계 형식의 긴박한 스릴러로 완성됐다. 사건이 벌어지고 해결해 나가려는 과정이 빠르게 펼쳐진다. 긴장감 또한 놓치지 않았다. 변요한과 이주승을 따라가다 보면 러닝타임 102분이 짧게만 느껴진다. 한 명의 등장인물처럼 적재적소에서 제 역할을 톡톡히 해주는 음악, 검은 화면에 메시지들을 보여주며 실제 모니터를 보고 있는 듯한 착각을 들게 하는 감독의 연출력 등도 큰 장점이다.
변요한은 얼떨결에 현피(웹상에서 벌어진 분쟁의 당사자들이 실제로 만나 싸움으로 이어지는 것을 나타내는 신조어)에 참여하게 되는 모습부터 점점 변화되어가는 모습까지, 지웅이라는 캐릭터가 변요한을 위해 만들어졌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지웅 그 자체다. 여기에 그동안 독립영화 속 변요한을 좋아했던 팬들이라면 드라마 '미생' 이후 다시 과거로 돌아온 듯한 변요한의 모습을 볼 수 있어 반가울 듯 싶다.
대중들에게 변요한 만큼 알려지진 않았지만 독립영화 쪽에서는 믿고 맡기며, 믿고 보는 배우 이주승도 더할 나위 없다. 강약을 자유자재로 오가며 SNS 중독자 용민의 모습을 완벽히 표현해 낸다. 변요한의 눈으로 따라가게 되는 영화지만 존재감으로 따지자면 변요한 못지않다. BJ양게 역의 류준열은 이번 영화가 데뷔작이라는 생각조차 하지 못하게 만든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이 영화의 가장 큰 미덕은 관객이 생각하도록 만든다는 점이다.
'소셜포비아'는 SNS 세상에 살고 있는 우리의 모습, 알맹이가 없는 청춘, 타인의 고통을 재미로 받아들이는 사람들, 무자비한 마녀사냥, 알아야만 할 현실이 가십에 묻혀버리는 사회 등을 담아냈다. 영화를 보는 재미에 푹 빠지지만 영화를 보고 난 뒤엔 영화가 던지는 메시지에 대해 곰곰이 생각하게 된다. 또 "에고는 강한데 그 에고를 지탱할 알맹이가 없는 것"이라는 대사가 찝찝하게 머릿속에 맴도는 경험을 하게 된다.
'소셜포비아'는 개봉 전부터 호평세례와 함께 묵직한 울림까지 안기며 관객들의 사랑을 받았던 영화 '한공주'와 비견됐다. 그리고 진짜 '제2의 한공주'가 될 수 있을지 궁금증을 불러 일으켰다. 결과는? '소셜포비아'가 '제2의 한공주'라는 타이틀을 달기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영화적 재미로서나 영화가 지닌 메시지로서나 말이다. 15세 이상 관람가. 오는 12일 개봉.
[영화 '소셜포비아' 포스터, 스틸. 사진 = KAFA FILMS, CGV아트하우스 제공]
김미리 기자 km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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