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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여기 냉면이 진짜 맛있어요." 배우 금단비의 추천에 경기 평택시까지 내려가 한 식당에 마주 앉았다. 냉면 마니아답게 한 그릇을 뚝딱한 금단비는 "요즘 사람들이 많이 알아보지 않냐?"는 질문에 "'압구정백야 아기 엄마 맞죠?' 하면서 알아봐 주시는데, 감사하고 또 감사해요"라고 말했다. 수줍게 웃는 금단비의 얼굴은 김효경 그대로였다.
MBC 일일드라마 '압구정백야'에서 시누이 백야(박하나)에게 모진 시집살이를 당하고 남편까지 불의의 사고로 잃은 비련의 여인 김효경을 연기하는 금단비다. 남편 백영준(심형탁)의 죽음 이후 백야와는 서로가 서로에게 의지하는 끈끈한 가족이 됐고, 요즘에는 잘 나가는 화가 육선중(이주현)의 적극 구애를 받아 애틋한 러브라인을 연기 중이다.
3일 방송에 전파를 탄 배우 이주현과의 키스신은 2002년 미스코리아로 데뷔 이후 처음이었다. 크고 작은 작품에 여럿 출연해 많은 역할을 소화했지만 유독 키스신만큼은 경험이 없었다.
"그래서 다른 드라마 속 키스신들을 찾아봤어요. 카메라 각도 같은 것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모르니까요. 드라마 속에선 육선중 화가가 적극적인 입장이니까 (이)주현 오빠가 '그냥 가만히 있으면 돼. 내가 알아서 할게' 하더라고요." 키스신 얘기만 꺼냈을 뿐인데 얼굴이 순식간에 붉어진 금단비는 "너무 민망했어요. 근데 안 그런 척했어요. 쿨한 척했죠."
청순가련 캐릭터 효경처럼 실제로도 순한 성격의 금단비는 "아들 준서로 나오는 아기가 처음에는 안기만 해도 엄청 울었는데, 요즘에는 절 보면 방긋방긋 미소 짓고 웃어요"라며 웃는다.
효경이 금단비의 성격을 쏙 빼 닮은 건 임성한 작가 특유의 관찰력 덕분이다. 임 작가는 인지도에 상관없이 철저한 오디션 후 캐스팅하는 것으로 유명한데, 배우들의 실제 성격을 섬세하게 포착해 캐릭터 속에 녹여내는 데 일가견이 있다. 금단비도 "대본 볼 때마다 진짜 저를 보는 것 같아서 저도 신기해요"라고 했다.
사실 금단비와 임 작가의 인연은 금단비의 드라마 데뷔작인 2005년 SBS '하늘이시여'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때 배우 윤정희가 연기한 여주인공 이자경의 유일한 절친 문옥을 연기했는데, 제법 당당한 연기로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윤정희와는 지금까지도 돈독한 사이다.
임 작가는 '하늘이시여'에서 자신이 발굴한 금단비를 이듬해 MBC '아현동 마님'에도 발탁하며 연기의 꿈을 펼치게 했고, 6년여 만에 '압구정백야'로 다시 캐스팅했다. 그동안 얼마나 연기력을 갈고 닦았는지 임 작가가 지켜보는 중이다. 그렇다고 임 작가와의 인연으로 캐스팅된 것도 아니다. '압구정백야'에 합격하기까지 우여곡절의 오디션을 거쳤다.
그럼에도 금단비에게 임 작가는 "저에게는 정말 은인이시죠"라고 고마워할 정도로 각별한 존재다. 금단비의 배우 인생을 열어준 셈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신기한 이야기도 하나 꺼냈는데 "'하늘이시여' 때 출산 연기를 한 적 있어요. 그때 제가 낳은 딸 이름이 효경이에요. 근데 지금 '압구정백야'에서 제 이름이 효경이잖아요. 너무 신기하지 않아요?"라고 한다. 효경을 금단비가 연기할 운명이었던 건지, 금단비를 발탁한 임 작가 나름의 배려였던 건지, 임 작가만이 알 일이다.
"끊임없이 공부해야 하지만 연기하고 있는 지금이 즐거워요. 몸은 힘들지만 연기하는 재미에 푹 빠졌어요. 촬영장에 있는 순간은 전혀 힘든 줄 모르겠어요." 10년 만에 긴 머리를 단발로 싹둑 자르면서까지 연기 열정 불태우고 있는 금단비는 "육선중 화가와의 요즘 촬영이 재미있어요. 앞으로요? 저도 어떻게 될지 궁금한데요?"라며 효경처럼 꾸밈없는 얼굴로 환하게 웃었다.
[사진 = MBC 방송 화면 캡처-마이데일리 사진DB]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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