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대전 강산 기자] "본인 루틴을 유지하라고 했다. 억지로 우리 스타일에 맞추는 건 안 된다."
SK 와이번스 새 외국인 투수 메릴 켈리는 아직 단 한 번도 실전 등판에 나서지 않았다. 베일에 쌓여 있다는 표현이 맞다. 하지만 큰 걱정은 안 해도 될 것 같다. 김용희 SK 감독의 배려 속에 차근차근 몸을 만드는 중이다.
켈리는 지난해 12월 18일 SK와 총액 35만 달러에 계약했다. 당시 SK 구단 측은 켈리에 대해 "150km대 빠른 공과 슬라이더, 커브, 체인지업, 싱커 등 다양한 변화구를 구사하고, 경기운영 능력과 볼 회전이 좋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직 메이저리그 경력은 없지만 마이너리그 통산 125경기(76선발)에서 39승 26패 평균자책점 3.40을 기록했고, 지난해에는 탬파베이 레이스 산하 트리플A 더햄 불스에서 28경기(15선발) 9승 4패 평균자책점 2.76의 빼어난 성적을 올렸다. 하지만 아직 단 한 번도 실전 투구를 하지 않아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전날(10일) 대전 한화 이글스와의 시범경기에 선발 등판할 예정이었으나 이마저도 한파로 취소됐다. 향후 등판 일정은 미정.
김 감독은 "기대하고 있었는데 실전에서 던지는 걸 못 봤다"면서도 "연습 때 보여준 내용이나 태도를 봤을 때 잘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외국인 선수를 데려오면 우리가 키우는 게 아니라 기량을 뽑아내야 한다"며 "그간 켈리가 지켜온 루틴이 있는데, 억지로 우리 스타일에 맞출 수는 없다. 본인 루틴에 맞춰 가라고 했다. 켈리는 전투력이 강한 투수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계속 연습하더라"고 평가했다.
켈리도 김 감독의 배려에 고마운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일정상 4~5번 정도 등판할 것 같다. 첫 2경기는 조정이 불가피하지만 이후에는 시즌에 맞춰서 잘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어 "내 루틴을 유지하려고 한다. 감독님께서 많이 배려해주셨다는 게 중요하다. 내 루틴대로 할 수 있도록 정말 많이 도와주셔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켈리는 지난 7일과 8일 롯데 자이언츠와의 시범경기를 지켜봤다. 마운드에 오르지는 않았지만 벤치에 앉아 상대 타자들을 관찰하기에는 충분했다. 그는 "롯데 타자들이 홈런 4개를 쳤다. 타자들이 내 공에 어떻게 반응할지는 모르겠지만 꽤 좋아 보인다. 타자들을 상대해 나가면서 성향을 파악할 것이다"고 말했다.
지난 시즌 중반 SK에 합류해 2년째 한국에서 뛰게 된 트래비스 밴와트는 켈리의 든든한 후원자다. SK 관계자에 따르면 켈리가 코치진 미팅 때 고글을 쓰고 있는 걸 발견하고는 직접 벗겨주기도 했다. 이미 한국 무대를 경험한 밴와트의 조언 하나하나가 켈리에겐 큰 힘이 된다. 그는 "밴와트는 최고다(Awesome). 경기 내용뿐만 아니라 심판들과 팬들의 성향도 자세히 알려준다"고 말했다.
켈리의 향후 등판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하지만 조만간 시범경기를 통해 만나볼 수 있을 듯하다. 김 감독의 배려가 켈리를 춤추게 할까. 또 하나의 흥밋거리다.
[SK 메릴 켈리. 사진 = 대전 강산 기자]
강산 기자 posterbo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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