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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허설희 기자] 뮤지컬 '로빈훗', 항상 강조해도 모자란 '정의'가 극 전체를 꽉 잡았다.
뮤지컬 '로빈훗'은 숲의 도적떼를 규합해 정의를 실현하려는 로빈훗과 로빈훗의 도움으로 진정한 왕의 재목으로 성장하는 필립 왕세자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 유준상, 이건명, 엄기준이 로빈훗 역, 박성환, 규현, 양요섭이 필립 왕세자 역을 맡았다.
'로빈훗'은 정의를 실현하는 영웅담인 만큼 극에서 그리는 사회적 문제, 대립되는 관계가 돋보인다. 사회적으로 시끄러운 것이야 예나 지금이나 똑같지만 최근들어 유독 굵직한 사회적 이슈 및 사건 사고가 많은 것이 사실. 때문에 '로빈훗'을 통해 부각되는 정치 및 경제 문제를 비롯 권력과 빈부격차, 사회적 분열 등이 더 크게 와닿는다.
부정부패가 난무한 사회에서 타오르는 복수심을 정의로 풀기 위해 약자의 편에 선 로빈훗, 그를 만나 정의에 대해 깨달아가는 왕세자, 또 권력으로 부정부패를 정당화시켰지만 정의의 힘에 의해 척결되는 욕심 많은 자들이 마주하게 되면서 결국 '정의'가 승리하는 모습은 '로빈훗'의 정의에 대한 메시지를 더욱 돋보이게 만든다.
"나라를 만들어 좋은 왕이 되고 싶거든 정치를 잘하는 놈에게 정치를 맡기고, 세상 이치를 잘 아는 놈들에게 법을 만들게 하고, 정직한 놈들에게 권력을 줘. 우리는 나라를 흔들고 권력을 쥐고 싶은 게 아냐. 우리가 원하는 건 사람처럼 살 수 있다는 희망"이라는 로빈훗의 대사가 더 촌철살인으로 다가오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극을 이끄는 로빈훗 유준상은 몸을 던지는 액션 연기와 대극장임에도 불구하고 폭발하는 감정 연기로 집중력을 높인다. 필립 왕세자 역 양요섭은 보컬 면에서 한층 성숙해진 가창력으로 무대를 장악한다. 존 왕자 역 서영주 특유의 유머 코드도 돋보인다.
초반 이야기를 다잡는 1막 전개 템포가 빠른 것도 '로빈훗'에 더욱 몰입하게 만드는 요소다. 초반 로빈훗의 좌절과 이후 정의를 실현하고 왕세자를 만나는 과정, 부정부패가 만연한 세태 등이 그려지는 장면은 화려한 액션과 어우러져 속도감을 끌어 올린다. 이에 왕용범 연출 특유의 관객 맞춤형 뮤지컬이 완성된다.
빠른 템포와 정확한 메시지로 한껏 달아오른 분위기는 2막에서 다소 처지는 느낌이 있어 아쉽다. 1막에서 쫀쫀했던 이야기는 점차 늘어지고 다소 산만하다. 수미상관 갑작스러운 마무리로 인해 1막과 2막 간의 적절한 강약 조절에 아쉬움이 남는다.
욕망을 추구하든 정의를 실현하든, 자아성찰을 하든 자신만의 확고한 뜻이 있는 남자 캐릭터들과 달리 여자 캐릭터들은 존재감이 부족하다. 사랑보다 권력을 택한 마리안은 시종일관 여자의 삶은 다 이렇다는 듯 일반화를 해 불편함을 주고, 로빈훗을 도와 주체적인 삶을 사는 조이 역시 이를 뛰어넘는 확실한 캐릭터 구축에 실패했다..
몇가지 단점이 있지만 '로빈훗'은 전체적으로 긍정적인 에너지를 준다. 정의에 목마른 요즘 '로빈훗'의 영웅담은 꽉 막혔던 관객들의 마음을 시원하게 날려준다.
3월 29일까지 서울 구로구 디큐브아트센터, 공연 시간 150분. 02-764-7857
[뮤지컬 '로빈훗' 공연 이미지. 사진 = 쇼홀릭 제공]
허설희 기자 husullll@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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