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준비는 잘 되고 있다.”
신한은행은 정규시즌 2위를 확정한 뒤 플레이오프 모드에 돌입했다. 7라운드 승패는 사실상 신경을 쓰지 않았다. 핵심은 빅 라인업 완성도 극대화 작업. 신정자를 영입할 때부터 목표는 플레이오프와 챔피언결정전. 정인교 감독은 일찌감치 “신정자와 곽주영을 같이 쓰지 않으면 의미가 없는 것”이라고 했다. 단기전서 빅 라인업으로 승부수를 던질 것이란 의미.
정 감독은 10일 하나외환과의 정규시즌 최종전을 앞두고 “그동안 빅 라인업을 꾸준히 사용했다. (KB와의 플레이오프)준비는 잘 되고 있다”라고 했다. 이어 “하나외환은 KB와 비슷한 부분이 있다. 우리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신한은행은 하나외환에 졌다. 어차피 전력을 다한 경기가 아니었다. 직전 3연승 역시 마찬가지. 결과가 아닌 내용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자연스럽게 KB와의 플레이오프를 전망할 수 있다.
▲속공 허용과 외곽 수비
하나외환은 속공과 3점슛을 즐긴다. 신지현과 엘리사 토마스를 앞세운 속공이 위력적이다. 올 시즌 리그 최고 3점슈터로 거듭난 강이슬도 있다. 정 감독은 빅 라인업으로 밀어붙였다. 신정자 곽주영 김단비 크리스마스를 동시에 기용했다. 제공권 우위는 확실했다. 초반 주도권을 잡은 이유. 정 감독은 “하은주도 양념처럼 사용할 수 있다”라고 했다.
경기가 진행되면서 빅 라인업의 약점이 드러났다. 하나외환은 신한은행의 공격 실패를 곧바로 속공으로 연결, 맹추격했다. 신정자, 곽주영의 발이 그렇게 느린 편은 아니다. 하지만, 신지현, 토마스 등의 스피드를 완벽히 상쇄시킬 정도는 아니었다. 물론 후반 백업 멤버를 다수 투입한 이후 내준 다수의 속공은 큰 의미는 없었다. 그래도 정 감독은 “KB도 속공에 능한 팀이다. 남은 기간 이 부분을 잘 대비해야 한다”라고 조심스러워 했다.
빅 라인업의 또 다른 약점은 느린 외곽수비. 하나외환은 강이슬이 전반전서 효율적인 패스 플레이와 스크린에 의한 후속 움직임으로 몇 차례 오픈찬스를 만들었다. 강이슬의 3점포로 경기 흐름이 바뀌었다는 걸 감안하면 신한은행으로선 간과할 수 없는 대목. 정 감독은 “우리 빅 포워드들이 외곽 수비도 곧잘한다”라고 했지만, 분명 세밀한 보완은 필요하다. 실제 센터 없는 농구를 하는 KB는 빅맨들의 스크린에 의한 가드, 포워드들의 외곽포가 주요 공격루트. 신한은행 포워드들이 외곽에서 KB 스크린을 뚫어내고 외곽슛을 봉쇄할 수 있을 것인지가 관심사다. 정 감독은 “KB에 2번 졌을 때 3점슛을 많이 얻어맞았다”라고 했다.
사실 신한은행 빅 라인업의 남다른 장점은 스피드다. 위에 거론한 통상적인 빅 라인업 약점을 최대한 상쇄할 수 있는 저력을 갖고 있다. 특히 김단비와 크리스마스는 좋은 스피드를 갖고 있다. 하지만, 신정자 곽주영 하은주가 활용될 때 빅 라인업 특유의 세부적인 약점은 여전히 존재한다. KB는 그 빈틈을 노릴 게 확실시된다. 신한은행이 유기적인 움직임으로 약점을 최대한 상쇄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플레이오프 과제
정 감독은 “슈팅 %를 끌어올려야 한다”라고 했다. 결국 빅 라인업은 승부처에서 집중적으로 가동하게 돼 있다. 그때 공격 성공률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의미. 불안한 부분이 있다. 경기운영능력이 좋은 간판 포인트가드 최윤아가 실전서 빅 라인업을 진두 지휘한 경험이 많지 않다. 최윤아는 무릎부상에서 회복, 서서히 경기력을 끌어올리고 있다. 정 감독은 “워낙 큰 경기 경험이 많다. 잘해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런데 이 부분에 대한 플랜B는 사실상 없다. 백업가드 김규희는 수비력은 일품이지만, 공격력은 썩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한다.
또 하나. 최윤아는 정규시즌서도 유독 연전을 버거워했다. 연전 막판, 체력이 떨어져 제대로 뛰질 못했다. 비 시즌 체력훈련 대신 재활에 매달리느라 어쩔 수 없이 부작용이 생긴 것. 2개월간 재활에 집중하면서 이 부작용은 상당히 해결됐을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플레이오프가 3차전까지 이어질 경우, 2차전과 3차전은 백투백으로 진행된다. 이때 최윤아가 버텨낼 수 있느냐가 빅 라인업의 완성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최윤아가 플레이오프서 빅 라인업에 성공적으로 적응할 경우, 신한은행이 마지막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는 외곽슛. 정 감독은 “외곽에서 1~2개만 터지면 경기 흐름을 잡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 부분은 KB의 움직임과도 연관이 있다. KB가 신한은행 빅 라인업에 골밑 미스매치를 이유로 더블팀을 적극적으로 시도할 게 확실시된다. 신한은행이 외곽에서 효율적인 패스 플레이를 통해 오픈 3점포로 공략해야 한다.
이런 변수들과 과제를 극복하지 못할 경우, 신한은행이 KB와의 플레이오프서 고전할 가능성은 커진다. 반대로 신한은행이 빅 라인업 부작용과 약점을 실전서 극복할 경우, 의외로 플레이오프를 쉽게 통과할 수도 있다. 신한은행은 KB와의 매치업에서 기본적으로 우위를 점한다.
[신한은행 선수들(위), 최윤아(아래). 사진 = WKBL 제공,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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