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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은지 기자] 한없이 밝고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안방극장에 힐링을 선사하던(KBS 2TV 주말드라마 '가족끼리 왜이래') 김상경이 무거워졌다. 영화 '살인의뢰'에서 김상경은 일명 '촉귀신'으로 통하는 강력계 형사 태수로 분했다.
태수는 언제나 건들거리고 진지함이라고 찾아볼 수 없지만 범인 검거에 대한 '촉'만큼은 뛰어난 인물이다. 그러던 어느 날 뺑소니 범을 잡았지만 알고 보니 연쇄살인마였다. 그리고 그날, 동생이 사라졌다. 형사이자 피해자인 태수 연기를 한 김상경은 '살인의 추억'과 '몽타주'에 이어 또 다시 형사 역을 맡으며 이른바 '형사 3부작'에 정점을 찍었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피해자' 형사로.
일단 시나리오가 매력적이었다. '살인의 추억'과 '몽타주' 단 두 편이었지만, 김상경에게는 '형사 전문 배우'라는 수식어가 있다. 억울한 별명이었지만, 대중이 그렇게 본다면 어쩔 수 없었다. 그럼에도 김상경은 '살인의뢰'를 선택했다. '살인의 추억'에서 벗어나고 싶어 10년여 동안 형사 역을 꺼렸는데, 또 다시 선택한 것은 그만큼 매력적이 있다는 것이다.
"3년 전, 후가 있다는 것과 그로인해 변해가는 태수, 확실한 결론 등이 매력적이었어요. 형사지만 피해자라는 것도 지금까지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했죠."
김상경은 지금까지 해 왔던 형사와는 다른 모습을 만들어냈다. 형사라는 직업의식으로 범인을 잡는 것이 아니었다. 형사이자 피해자다. '살인의 추억'이나 '몽타주'때 느낀 답답함, 혹은 목마름을 해소할 수 있었다. 당사자가 아닐 때의 감정을 표현해야 했고, 그만큼 절제해야 하면서 느낀 답답함이다. 하지만 '살인의뢰'에서는 그럴 필요가 없었다. 모든 울분을 토해냈다.
체력보다 감정적으로 힘들었다. 피해자의 감정을 고스란히 받았고, 촬영이 힘들 정도였다고 했다. 그만큼 뒤에 오는 후유증이 클 수도 있었지만 당시 함께 촬영 중이었던 드라마 '가족끼리 왜이래'가 안식처가 됐다. '살인의뢰'에서 울고 '가족끼리 왜이래'에서 웃고 나니 감정이 정화되는 듯 한 느낌을 받았다.
"조울증 환자 같긴 했지만, 오히려 머리가 시원해지더라고요. '가족끼리 왜이래' 촬영장은 저에게 힐링이 되는 공간이었어요."
'살인의뢰'는 스럴러지만 사회적으로 파장이 클 '사형제도'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김상경 역시 영화가 개봉 된 후 문제가 될 것이라는 예상은 하고 있었다. 그의 생각이 궁금했다. 과연 김상경은 사형 제도를 찬성할지, 반대할지. 일단은 찬성이었다. 하지만 완벽한 찬성은 아니었다.
"지금은 태수의 감정이 남아 있기 때문에 (사형 제도를) 찬성하는 쪽이 많아요. 동생이 죽은 감정이 남아 있어요. 이 영화에 참여하지 않았다면 이성적으로 생각 했겠죠."
마지막으로 물었다. 김상경에게 형사란? "숙명"이란다. 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의 밝은 성격이 단적으로 들어났지만 의외였다. 실제로 김상경은 '살인의 추억' 이후 의도적으로 형사 역할을 피했다. 그래서 10년간 형사 역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숙명'이라니. 그래도 숙명은 숙명인가보다. '살인의 추억'은 김상경에게 "이름표를 달아 준 작품"이라고 하니 말이다.
[배우 김상경.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
이은지 기자 ghdpssk@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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