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김미리 기자] 미국 올 로케이션, 이국적 풍경, 강지환의 3년 만의 스크린 복귀작, 윤진서의 팜므파탈 변신. 여러 수식어로 치장한 '태양을 쏴라'는 과녁을 빗나갔다.
'태양을 쏴라'(감독 김태식 제작 필름라인 배급 조이앤시네마)는 세상의 끝까지 떠밀려 LA로 찾아 든 세 남녀의 엇갈린 운명을 그린 영화로, 강지환이 사랑에 모든 것을 걸어야 하는 남자 존, 윤진서가 존과 위험한 사랑에 빠지는 재즈 보컬리스트 사라, 박정민이 존의 둘도 없는 친구 첸, 안석환이 사라가 일하는 재즈바의 오너이자 존에게 일자리를 제안하는 조직 보스 역을 맡았다.
LA를 배경으로 한 만큼 '태양을 쏴라'는 미국에서 모든 촬영이 진행됐다. 화려한 도시의 모습은 무엇 하나 가지지 못한 존과 첸의 상황과 대비돼 두 사람의 운명을 더욱 슬퍼 보이게 한다. 사막의 모습도 이들이 살고 있는 메마르고 삭막한 세상을 은유적으로 보여준다.
때문에 '태양을 쏴라'의 해외 촬영은 당연해 보인다. 국내에서는 이보다 더 큰 효과를 낼 수 있는 촬영지를 찾을 수 없었을 테고, 불안한 청춘들의 모습을 보여주는데 익숙지 않은 이국적 풍경이 큰 몫을 했을 테니 말이다. 여기에 네온사인, 광활한 대지, 깎아낸 듯한 절벽 등이 선사하는 풍광들이 영상미를 배가시킨다.
배우들의 연기는 무난하다. 드라마 속 깔끔하고 세련된 이미지였던 강지환은 기존 모습 대신 상남자 면모를 발산하고, 윤진서는 팜므파탈 역을 무리 없이 소화해 낸다. 안석환의 경우 감정기복을 이해하기 힘든 캐릭터를 이만큼 연기해냈다는 것만으로도 박수 받을 만하다.
무엇보다 이번 영화에서 주목할 만한 배우는 바로 박정민이다. 상처받고 버려진 야생동물 같은 느낌을 오롯이 표현해 낸다. 뻔한 캐릭터들 사이에서 그마나 숨통을 틔워주는 인물이 바로 첸인데, 박정민의 연기력이 더해져 날짐승 같은 매력을 뽐낸다.
하지만 여기까지다. 화려한 비주얼과 박정민이 돋보이기는 하지만 그 외 단점을 웃고 넘길 수만은 없다.
'한 남자와 팜므파탈 여자가 있는데, 이들과 연관된 인물이 조직 보스다'라는 설정은 이들 앞에 펼쳐질 상황들을 너무 쉽게 예상케 한다. 똑똑한 관객들에게 눈에 빤히 보이는 스토리가 재미있을 리 만무하다. 뚝뚝 끊기는 편집도 문제다. 신과 신이 이어지지 않고 제각각인 탓에 영화에 몰입하기 힘들다. 이런 식으로 영화 초반 이들이 살고 있는 세상을 보여주는데, 내레이션으로 처리해도 무방할 상황들이 이어져 영화의 재미를 반감시킨다.
진지와 코믹 사이를 널뛰는 탓에 몰입해야 할지 웃어야 할지 종잡을 수 없다는 점도 아쉬운 부분이다. 베테랑 배우 안석환이 연기했음에도 조직 보스의 급격한 감정 기복을 이해할 수 없고, 음악은 분위기를 환기시키는데 그치지 않고 아예 전복시킨다. 여기에 윤진서가 재즈 보컬로 출연하는 만큼 노래를 부르는 장면에 더 공을 들였어야 했음에도 누가 봐도 립싱크인데다 싱크 또한 맞지 않아 완성도를 떨어뜨린다.
'태양을 쏴라'는 잔인한 운명을 가진 세 남녀의 감성 느와르라 스스로를 지칭한다. 하지만 진짜 잔인한 건 세 남녀의 운명 보다 관객들에게 아쉬움을 남길 수 있는, 눈에 빤히 보이는 배우와 스태프들의 고생을 헛되게 할 수도 있는 이 영화의 만듦새가 아닐까 싶다. 오는 19일 개봉.
[영화 '태양을 쏴라' 스틸. 사진 = 조이앤컨텐츠그룹 제공]
김미리 기자 km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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