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6강 플레이오프 종반전에 접어든 LG와 오리온스.
LG가 주도권을 잡은 상태다. 14일 고양에서 열리는 4차전을 잡을 경우 4강 플레이오프 티켓을 거머쥔다. 오리온스도 4차전을 잡을 경우, 5차전이 열리는 창원에서 얼마든지 재반격할 수 있다. LG가 유리한 고지에 섰지만, 낙관을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두 팀 모두 불안요소를 최소화해야 승산을 높일 수 있다.
지난 4경기서 나타난 두 팀의 불안요소는 분명했다. LG는 데이본 제퍼슨의 흥분이다. LG는 제퍼슨의 테크니컬 파울과 퇴장으로 경기를 망칠 뻔했다. 오리온스는 승부처에서 갑작스럽게 나타나는 집중력 결여 현상이다. 1차전과 3차전서 결국 무너진 원인. 4차전서 이런 부분을 제어할 수 있는 팀이 유리한 고지에 설 수 있다.
▲제퍼슨의 흥분
지난 2월 17일 LG-KGC인삼공사전. LG는 승리했지만,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었다. 1쿼터 중반 제퍼슨이 상대 수비수의 파울을 제대로 불어주지 않는다는 제스처를 취했다. 이후 제퍼슨은 수비에 소극적으로 임했고, 백코트도 느렸다. 2쿼터 중반에도 동료가 패스를 제때 넣어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투덜거렸다. 씩씩거리며 백코트를 느리게 했고, 수비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 자연스럽게 LG에 악영향을 미쳤다. 당시 국내선수들의 고른 활약으로 KGC를 잡았지만, 제퍼슨의 흥분과 돌발행동은 고개를 갸웃거리게 했다. 매 순간 흐름이 중요한 플레이오프서는 치명타가 될 수 있기 때문.
LG로선 악재가 터졌다. 플레이오프 3차전서 제퍼슨이 또 다시 흥분했다. 3쿼터 중반. 우측 사이드에서 스크린을 하던 도중 허일영을 밀었다는 이유로 공격자 반칙이 지적됐다. 김진 감독은 “애매한 부분이 있었다”라고 했다. 느린 그림상으로는 제퍼슨의 몸이 움직이면서 허일영이 넘어지긴 했다. 이때 제퍼슨은 도저히 참지 못한 채 심판에게 어필했다. FIBA룰상 주장 외엔 어필을 할 수 없는 상황. 제퍼슨은 테크니컬파울을 받으며 순식간에 파울트러블에 걸렸다. (올 시즌부터 테크니컬파울도 개인파울에 포함된다.)
오리온스는 이번 6강 플레이오프 승부처에서 제퍼슨을 잘 막아내고 있다. 힘이 좋은 이승현에게 1차적으로 맡긴 뒤, 제퍼슨이 골밑으로 치고 들어올 경우 이승현 그 이상으로 힘이 좋은 길렌워터가 더블팀을 가한다. 제퍼슨으로선 체력도 떨어지고, 짜증도 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에이스는 냉정해야 한다. 제퍼슨은 결국 4쿼터 재투입, 5반칙 퇴장 당했다. 이후 김시래의 냉정한 활약으로 LG가 3차전을 잡긴 했다. 그러나 LG로선 제퍼슨의 3쿼터 흥분과 심판 어필은 아찔했다. 4강 플레이오프에 올라가더라도 이 부분은 시한폭탄. 다만, LG는 3차전서 크리스 메시가 의외로 잘해줬다. 타고난 힘을 바탕으로 수비와 리바운드는 물론, 수준급 득점력도 뽐냈다. 제퍼슨을 대체하는 카드로 충분히 통할 수 있다는 게 확인됐다.
▲순간적인 집중력 결여
오리온스는 정규시즌 막판 6연승을 내달렸다. 내용도 좋았다. 트로이 길렌워터와 리오 라이온스의 황금분할을 찾았다. 길렌워터는 외곽에서 겉도는 모습을 줄이고 골밑에서 건실하게 활약하며 팀 중심을 잡았다. 라이온스는 외곽에서 이승현, 허일영 등과 함께 효율적인 움직임으로 힘을 보탰다. 좋은 멤버들이 모였지만, 따로 움직이는 듯한 느낌이 강했던 오리온스는 시즌 막판 조직력이 몰라보게 좋아졌다. 최종전서 SK에 분패, 5위로 플레이오프에 올라왔지만, 기세는 나쁘지 않았다.
LG와의 6강 플레이오프서도 내용은 괜찮다. 특히 제퍼슨을 막는 섬세한 수비법이 인상적이다. 결정적으로 길렌워터의 활약 순도가 제퍼슨을 능가했다. 2차전 37점을 퍼부었고, 3차전 패배 속에서도 23점으로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여전히 문제점은 남아있다. 승부처에서 순간적으로 선수들의 움직임이 둔해지면서 집중력이 떨어지는 양상이 있었다. 1차전서 20점차로 대패했지만, 3쿼터 중반까지는 대등한 승부를 벌이다 확 벌어진 결과.
3차전서 그런 모습이 또 다시 나왔다. 오리온스는 초반 미스매치를 잘 활용하며 주도권을 잡았다. LG가 원 가드 시스템이 익숙하지 않은 김시래를 배려, 유병훈과 투 가드 시스템을 사용하면서 오리온스 빅 라인업의 위력이 극대화된 것. 그러나 오리온스는 4쿼터 승부처에서 무너졌다. 분명 상황은 오리온스에 유리했다. LG 제퍼슨이 3쿼터 도중 파울트러블로 벤치로 물러났다. 4쿼터에 재투입, 5반칙 퇴장했다. 4쿼터 초반 전광판 고장으로 15분간 휴식한 이후에도 처음엔 LG가 턴오버를 범하는 등 흔들렸다.
LG로선 심리적으로 쫓길 수 있었다. 오리온스는 그걸 역이용할 수 있었다. 하지만, 오리온스가 도리어 흔들렸다. LG는 메시가 공수에서 강력한 몸싸움으로 길렌워터에게 밀리지 않았다. 길렌워터가 골밑에서 자리를 잡지 못해 힘들어하자, 오리온스 국내선수들의 움직임은 일시적으로 둔화됐다. 발놀림 자체가 줄어들면서 찬스를 잡지 못했다. 대신 턴오버가 속출했다. 결국 오리온스는 허무하게 역전패를 당했다. 기본적으로 승부처에서 확실하게 중심을 잡아줄 국내선수가 없는 약점이 드러났다. LG는 제퍼슨 퇴장 후 김영환이 선수들을 불러모아 심리적 안정을 시키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그러나 오리온스의 경우 길렌워터 대신 투입된 라이온스는 출전시간이 적어 컨디션 관리가 쉽지 않았다. 또 포인트가드 이현민은 김시래와 비교할 때 존재감이 미미하다. 공수에서 많은 역할을 해줄 수 있는 김동욱과 김도수는 몸 상태가 100%가 아니다. 예전의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하는 실정. 단 1경기만 패배해도 올 시즌을 접는 오리온스로선 이 문제가 최대 아킬레스건이다.
[제퍼슨(위), 오리온스 선수들(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