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창원 윤욱재 기자] 원정길에서도 훈련은 게을리 할 수 없다.
시범경기는 오후 1시에 시작한다. 원정팀은 오전 10시를 전후로 야구장에 도착해 경기에 앞서 훈련을 실시한다. 15일은 마산구장에서 NC와 한화의 경기가 있는 날. 그런데 오전 10시가 넘었는데도 일부 한화 선수들이 보이지 않았다.
이유는 있었다. 바로 일부 선수들이 마산 용마고로 향해 따로 특별타격훈련(특타)을 진행한 것이다. 다름 아닌 그들의 사령탑 김성근(73) 감독도 그곳에 함께 하고 있었다. 김성근 감독에게 용마고는 아련한 추억으로 남은 곳이기도 하다. 지금은 '야신'으로 불리는 그에게도 지도자로서 새 인생을 시작할 때가 있었다. 바로 1969년 용마고의 전신인 마산상고에서 처음으로 지휘봉을 잡은 것이었다. 당시 그의 나이는 27세였다.
하지만 그에게 있어 추억의 향수를 일으키는 것은 중요한 일이 아니었다. 이날 특타에 나선 선수는 8명. 그 가운데 간판타자 김태균도 포함돼 있어 눈길을 끌었다. 원정 경기에 앞서 그것도 팀의 4번타자가 특타에 나선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었다.
그런데 특타를 지휘하고 마산구장으로 들어온 김성근 감독은 대뜸 "태균이를 부른 건 내 실수였다. 내가 착각을 했다"라고 이야기를 했다. 농담이 아니었다. "62번(오준혁)을 불러야 하는데 52번(김태균)을 불렀다"는 것이다. 하지만 특타를 하러 제 발로 온 김태균을 돌려 보내지는 않았다. 김성근 감독은 "(돌려보낼) 차가 없어서"라고 웃음을 지었다.
재밌는 에피소드도 있었다. 김성근 감독은 "김태균의 타구가 좌측으로 많이 갔다. 공이 민가로 들어가니까 할머니가 뭐라고 했다. 그래서 당기지 말고 밀어 치라고 했다"라고 이야기해줬다.
감독의 착각으로 특타를 진행했지만 묵묵히 따라 온 것은 그만큼 주장으로서, 또한 팀의 간판으로서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김성근 감독은 전날(14일) NC전을 복기하면서 2루수로 나온 강경학의 호수비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강경학의 수비도 좋았지만 김태균이 잘 잡았다. 작년엔 못 잡았던 공이다"라고 만족을 표하기도 했다.
[김성근 감독. 사진 = 마이데일리 DB]
윤욱재 기자 wj3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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