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강산 기자] 한화 이글스 김성근 감독이 야심차게 꺼내 든 카드, 바로 송광민의 좌익수 전환이다. 이 카드가 적중하면 그야말로 대박이다. 얻는 것이 너무나 많다.
김 감독이 '좌익수 송광민'을 처음 언급한 건 오키나와 2차 캠프가 진행 중이던 지난달 28일이다. "3월 1일 LG 트윈스와의 연습경기에 송광민을 좌익수로 내보낼 것이다"고 선언했다. 송광민이 캠프 기간에 내야가 아닌 좌익수 위치에서 수비 훈련을 소화했지만 실전에서 나갈 거라곤 쉽게 예상하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송광민은 올 시즌 한화의 주전 3루수 후보였기 때문이다.
지난 시즌 초반 주전 유격수로 나선 송광민은 수비에 어려움을 겪었다. 타격에도 영향이 있었다. 그러나 3루수 변신 이후 공수 양면에 안정감이 생겼다. 그런 그에게 좌익수 전환은 다소 낯설 법도 하다. 하지만 송광민은 "내 자리가 없다"면서도 "팀 승리를 위해서라면 감독님 구상대로 가야 한다. 상황에 따라 3루수로도 나서야 할 것 같아 많이 바빠질 것 같다"며 웃었다. 팀 승리를 위해서라면 주어진 역할을 확실히 소화하겠다는 각오다.
외야 경험이 없는 건 아니다. 송광민은 2008년 우익수로 78경기에 출전한 바 있다. 우익수와 좌익수는 또 다르지만 생각보다 적응이 빠르다. 지난 12일 대전 두산전서는 자신의 키를 넘어가는 타구를 백핸드 캐치로 건져냈다. 당시 김 감독은 "송광민이 공격과 수비 모두 감을 잡은 것 같다"고 칭찬했다. 이날 중견수로 나섰던 이용규는 "가능한 건 내가 커버해줘야 한다"며 책임감을 보였다.
송광민은 최근 4경기 연속 좌익수로 선발 출전했다. 타율도 3할 7푼 5리로 좋다. 지난 15일 NC 다이노스전서는 경기 중반 3루수로 자리를 옮겼다. 시즌 중에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지난해까지 주로 좌익수로 뛰던 최진행은 지명타자로 고정됐다. 송광민의 좌익수 전환으로 생긴 또 다른 변화가 있다. 스프링캠프 내내 우익수 훈련을 받았던 박노민이 다시 포수로 돌아갔다. "송광민이 들어가면서 외야에 틈이 없어졌다"는 것이 김 감독의 설명이다.
송광민이 좌익수로 정착할 경우 최상의 시나리오를 살펴보자. 먼저 송광민의 주 포지션이었던 3루에는 장타력을 갖춘 김회성이 들어가고, 안정된 수비로 주목받고 있는 주현상이 뒤를 받친다. 이렇게 되면 최진행은 지명타자로 나서 타자로 타격에 전념할 수 있다. 외국인 선수 나이저 모건이 돌아오면 송광민-모건-이용규가 외야에 포진하게 된다.
송광민은 13일 경기 후 "아직 적응이 안 돼서 긴장하고 있다. 아직 펜스 플레이 연습도 안 해봤고, 공도 많이 안 와서 더 해봐야 한다. 야간경기도 뛰어봐야 한다"면서도 "감독님께서 많은 걸 바라지 않으시니 기본에 충실하겠다. 내야수로 뛰어 봐서 그런지 스타트에는 문제없다. (이)용규도 많이 도와준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이미 "송광민을 좌익수로 테스트해보고 괜찮으면 계속 기용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리고 2경기를 치른 뒤 "너무 잘하고 있다"고 칭찬하며 자신감을 심어줬다.
송광민을 향한 타구가 많지 않아 직접적인 평가를 하긴 이르다. 하지만 과정은 분명 순조롭다. 김 감독도 "연습을 많이 한 것도 아닌데 정말 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 누구도 현시점에서 송광민에게 '외야 괴물' 오카다 요시후미(지바 롯데 마린스)나 야마토(한신 타이거즈), 또는 토리 헌터(미네소타 트윈스)급 수비를 기대하지 않는다. 외야수의 기본 덕목만 잘해주면 그만이다.
적응력에선 이미 합격점을 받은 지 오래다. 공익근무요원 소집해제 후 시즌 중반 복귀한 2013년 타율 2할 6푼 1리 7홈런 33타점으로 팀 타선에 힘을 보탰다. 지난 시즌에는 유격수에서 3루수로 포지션이 바뀌는 와중에도 103경기 타율 3할 1푼 6리 11홈런 58타점의 성적을 남겼다. 한화가 후반기 초반 상승세로 중위권을 위협한 것도 송광민의 활약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올해 좌익수 정착이 성공적으로 이뤄진다면 팀 전력은 극대화되고, 본인 운신의 폭도 넓어진다. 그래서 더 기대가 크다.
[송광민. 사진 = 마이데일리 DB]
강산 기자 posterbo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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