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김미리 기자] 2015년 1분기 한국영화는 고전을 면치 못했다. ‘국제시장’이 지나간 뒷자리는 지나치게 조용했다. 기대작들이 씁쓸한 흥행 성적을 받았고, 흥행작 자리는 외화에게 넘어갔다. 외화는 웃었지만 한국영화는 울상 지었다.
지난해 12월 ‘국제시장’이 개봉한 후 68일째 되던 날인 지난달 23일 1400만(이하 15일 영진위 기준) 관객을 돌파하며 역대 흥행 2위 자리에 올랐다. 그 이후에도 흥행력은 건재했다. 박스오피스 TOP10 밖으로 한 차례 물러나긴 했지만 개봉 77일째가 되던 지난 4일까지도 흥행순위 10위권 안에 머물며 장기 흥행력을 과시했다.
반면 다른 한국영화들은 단촐한 흥행 성적표를 손에 거머쥐었다. 1월 하정우의 상업영화 데뷔작으로 주목 받았던 ‘허삼관’이 개봉했지만 누적관객수 95만명에 그쳤다. 그나마 자존심을 세워준 영화가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에도 219만명의 관객을 동원한 ‘강남 1970’. 그 밖의 1월 개봉작들은 ‘워킹걸’ 14만명, ‘오늘의 연애’ 189만명, ‘내 심장을 쏴라’가 38만명을 끌어 모으며 아쉬운 마음을 추슬렀다. 이와 상반되게 12월 31일 전야 개봉한 ‘테이큰3’가 200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시리즈 명성을 이어나갔고, 디즈니 애니메이션 ‘빅 히어로’가 280만 관객을 끌어 모으며 ‘의외의 복병’으로 활약했다.
2월 역시 한국영화 기대작들이 개봉했지만 반쪽의 성공이었다. 복고감성을 녹여낸 영화 ‘쎄시봉’과 전작의 흥행으로 기대를 높인 ‘조선명탐정:사라진 놉의 딸’이 개봉했지만 60~70년대 감성을 관객들에게 공감시키지 못했을 뿐 아니라 탄탄하지 못한 스토리로 혹평 받은 ‘쎄시봉’이 171만명, ‘킹스맨:시크릿 에이전트’에 가로막힌 ‘조선명탐정:사라진 놉의 딸’이 386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발목을 잡혔다. 전작 ‘조선명탐정:각시투구꽃의 비밀’(478만명)보다 뒤처지긴 했지만 ‘조선명탐정:사라진 놉의 딸’이 체면치레라도 했다.
이 시기 한국영화에 좌절을 안긴 영화가 ‘킹스맨:시크릿 에이전트’다. 역대 2월 개봉 외화 중 최고 흥행, 역대 청소년관람불가 외화 중 최단기 250만 돌파, 역대 청소년관람불가 외화 최초 400만 관객 돌파, 역대 청소년 관람불가 흥행 5위, 북미를 제외한 국가 중 최고 흥행 수익 등 다양한 기록들을 써내려가며 500만 관객 돌파를 눈앞에 둔 상황이다.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가 36만명으로 저조한 흥행 성적을 기록했음에도 ‘킹스맨:시크릿 에이전트’의 흥행 하나 만으로 외화 점유율이 치솟았다. 특히 3월에도 ‘킹스맨:시크릿 에이전트’가 건재한 흥행력을 과시하며 한국영화들을 위협했다.
3월이라고 별반 다르지 않다. 제작 단계에서 조선판 ‘색, 계’로 불리며 화제를 모았던 ‘순수의 시대’가 고전을 면치 못했다. 개봉 3주차에 접어들었지만 50만명도 못 되는 누적관객수를 기록했다. ‘살인의뢰’가 박스오피스 1위를 거머쥐며 한국영화 가뭄에 단비를 내려주는 듯 하지만 아직 한국영화 흥행을 단정 짓기에는 무리가 있는 상황. ‘킹스맨:시크릿 에이전트’가 다시 흥행 1위를 거머쥐었고,‘채피’와 ‘위플래쉬’가 ‘살인의뢰’의 자리를 호시탐탐 위협하고 있다.
이런 한국영화의 부진은 지난해 1분기와 사뭇 다른 모습이다. 당시 극장가는 ‘수상한 그녀’(누적관객수 865만명)가 흥행을 주도했다. 여기에 2013년 12월 개봉해 2014년 2월까지 흥행력을 과시한 천만영화 ‘변호인’(누적관객수 1137만명)이 한국영화 양대 산맥의 역할을 톡톡해 해냈다. 덕분에 애니메이션 최초 천만 관객을 돌파한 ‘겨울왕국’의 흥행에도 한국영화가 자존심을 지켜낼 수 있었다.
그렇다면 왜 유독 올해 한국영화가 힘을 쓰지 못하는 걸까. 이는 3~4년 주기로 뒤바뀌는 한국 영화와 외국 영화의 흥행 희비, ‘국제시장’ 흥행에 대한 반작용 효과 등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실제 영진위 집계가 이뤄진 2004년부터 한국영화와 외국영화 점유율을 비교해 보면 1월의 경우 2005년 외국영화, 2006~2007년 2년 동안 한국영화, 2008~2010년 3년 동안 외국영화, 2011년 한국영화, 2012년 외국영화, 2013~2015년 3년 동안 한국영화의 점유율이 더 높았다. 12월 역시 2004년 외국영화, 2005~2006년 2년 동안 한국영화, 2007~2009년 3년 동안 외국 영화, 2010년 한국영화, 2011년 외국영화, 2012~2014년 3년 동안 한국영화가 더 높은 점유율을 기록하며 동일한 흥행 패턴을 보였다.
여기에 ‘국제시장’이 흥행한 2014년 12월과 2015년 1월은 영진위가 집계한 이후 최고 매출액과 관객수(2014년 12월 매출액 986억 3816만 987원 관객수 1291만 1381명, 2015년 1월 매출액 1101억 2868만 3802원 관객수 1401만 9974명) 기록을 세웠다.
김형호 영화 칼럼니스트는 “박스오피스가 3~4년 주기로 한국영화와 외국영화 점유율이 변동된다. 전체 주기를 보면 한국영화보다 외화 쪽이 더 우세한 해가 올해다. 또 한국영화 흥행이 잘 안 된다고 이야기하는 시기가 ‘국제시장’ 이후다.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박스오피스를 보면 한국영화 시장이 역대 최고다. 그러다 보니 2월 시즌에 관객이 줄어들게 된 것이다. 영화는 소비패턴이 ‘일 년에 영화를 몇 편 본다’는 습관에 준하는데, 상대적으로 한국영화를 우선적으로 선택하는 관객들에게 텀이 생기기 때문에 1분기 한국영화 성적이 부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올 상반기 한국영화 흥행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4월에는 국내에서 촬영한데다 시리즈의 탄탄한 팬들까지 보유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 ‘어벤져스:에이지 오브 울트론’이 개봉한다. 주연배우까지 내한해 흥행에 탄력을 더할 예정이다. 폴 워커의 유작인 ‘분노의 질주:더 세븐’도 액션 쾌감을 전하고, 6월 ‘쥬라기 공원’ 시리즈의 14년 만의 귀환작인 ‘쥬라기 월드’도 가세할 계획이다.
이에 맞서는 한국영화는 임권택 감독의 ‘화장’, 강제규 감독의 ‘장수상회’, 류승룡 감독의 ‘베테랑’ 등이다. 과연 덩치 큰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공세 속에서 약세였던 한국영화가 다시 흥행 승기를 거머쥘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미리 기자 km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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