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곽명동 기자] 홍석재(32) 감독은 중앙대 영화과 시절, 윤종빈(36) 감독을 영웅으로 여겼다. 1학년 때부터 익히 명성을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윤종빈 감독은 4학년 졸업작품 ‘용서 받지 못한 자’로 충무로를 깜짝 놀라게했다. “아, 나도 종빈 형처럼 멋진 작품을 내놓을 수 있을까.”
단편영화를 찍으며 실력을 쌓은 홍석재 감독은 결국 선배의 명성에 버금가는 장편 데뷔작 ‘소셜포비아’를 연출했다. ‘소셜포비아’는 SNS에서 벌어진 마녀사냥으로 인한 한 사람의 죽음이 자살인지 타살인지 파헤쳐가는 SNS 추적극. ‘SNS 마녀사냥’을 중심축으로 온라인에서 벌어지는 명예살인, 사생활 침해, 사적 복수, 현피 등을 생생하게 담아내 호평을 받았다.
각종 영화제를 휩쓴 이 영화는 개봉 3일 만에 11만 1829명을 동원하며 독립영화 사상 가장 최단 기간에 10만 관객을 돌파했다. 지난 12일 개봉해 16일까지 16만 5271명을 끌어 들이며 연일 화제를 뿌리고 있다.
학창시절 ‘대부’를 좋아하던 윤종빈 감독과 ‘아라비아의 로렌스’를 좋아하던 홍석재 감독. 술자리에서 어떤 영화가 좋은지를 놓고 토론을 벌였던 영화학도가 극장에서 재회했다.
윤종빈 감독은 16일 CGV압구정 3관에서 열린 ‘소셜포비아’ GV 현장을 찾았다. 그는 후배 감독의 장편 데뷔작을 어떻게 평가했을까.
“군더더기 없는 심플한 전개가 뛰어났어요. 홍 감독의 장점이 잘 살아 있더군요. 덕담을 건네러 왔는데, 오히려 제가 덕담을 듣고 가야할 것 같아요.(웃음)”
윤종빈 감독은 2012년 제11회 미쟝센영화제에서 홍석재 감독의 ‘Keep Quiet’를 보고 “세 번을 봐도 지루하지 않았으며 당장 상업영화로 데뷔해도 손색이 없다. 제작사에서는 빨리 홍석재 감독을 컨택해야 놓치지 않을 것이다”라고 극찬한 바 있다. 윤종빈 감독의 안목은 틀리지 않았다.
‘소셜포비아’는 추적과 역추적의 플롯으로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한다. 미스터리를 동력으로 삼아 스릴러를 끌고 가는 솜씨도 인상적이고, SNS에서 벌어지는 ‘쏠림 현상’을 리얼하게 담아낸 연출력도 발군이다. 특히 온라인상의 ‘여성 혐오증’을 다룬다는 점도 특징이다.
“여성 혐오증은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인 현상인 것 같아요. 유럽에선 ‘밀레니엄:여자를 증오한 남자들’이라는 소설과 영화도 있었죠. 특히 한국에선 20대에 사회적 관계가 역전되면서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남성들이 울분을 토로하는 것 같아요.”
변요한, 이주승, 류준열의 호연도 흥행의 일등공신이다. 변요한(지웅 역)은 관찰자 시점을 유지하면서 영화의 균형을 잡았고, 이주승(용민 역)은 미스터리한 기운을 머금은 표정연기로 극의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류준열(BJ 양게 역)은 ‘제2의 류승범’이 떠오를 정도로 날 것 그대로의 생생함이 살아 있다.
“변요한 씨가 ‘양’의 느낌이라면, 이주승 씨는 ‘음’의 느낌이 들어요. 제가 배우의 기운을 영화에 잘 활용한 것이 아니라, 배우들이 최적의 연기를 펼친 거예요. 류준열 씨는 처음 봤을 때부터 캐릭터에 딱 맞다는 확신이 들었죠.”
한 관객이 극중의 변요한, 이주승 씨가 극중 이야기가 마무리된 이후에 어떻게 살아갈 것이라고 생각하냐고 묻자, 홍 감독은 “제작진이 이야기할 때 이주승 씨는 경찰이 되고(드라마 ‘피노키오’), 변요한 씨는 회사원(드라마 ‘미생’)이 됐을 것이라고 말한다”고 답해 객석의 웃음을 자아냈다.
“‘소셜포비아’는 결국 서로를 흥분시켜 난장판을 만드는 이야기예요. 모두가 헛것을 쫓고 있죠. 저는 인물보다 당대의 사회적 현상에 관심이 많아요. 이번에 SNS의 사회적 쏠림 현상을 다뤘는데, 기회가 주어진다면 스타크래프트 프로게임 리그가 처음 만들어지던 순간을 영화로 만들고 싶습니다.”
[소셜포비아 GV현장. 사진 = CGV아트하우스 제공]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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