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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살인의뢰' 박성웅 "깐족거리는 악역이라면 한번 더?" (인터뷰)

시간2015-03-22 10:00:01 이은지 기자 ghdpssk@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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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은지 기자] 배우 박성웅은 그동안 작품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영화 '신세계'에서는 조직 서열 3위 이중구 역을, 영화 '황제를 위하여'에서는 사채 조직의 황제 정성하 역을 통해 선 굵은 연기를 펼쳤다. 큰 키에 다부진 체격. 그의 신체조건은 가만히 서 있어도 주변인을 압도한다. 최근 개봉한 영화 '살인의뢰'에서는 이런 박성웅의 이미지를 극대화시켜 역대급 살인마를 만들었다.

'살인의뢰'에서 박성웅은 부녀자 10명을 잔혹하게 살해한 살인마 강천 역을 맡았다. 존재만으로 큰 산이 서 있는 듯 한 모습이고, 전사(前事)가 없는 강천은 관객들에게 더욱 무서운 존재로 각인된다. 존재 자체가 절대악인 강천에 대해 "무섭지 않으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이다"고 했다.

"강천은 이유가 없어요. 전사가 없어서 더 무서웠고, 그래서 연기하기가 더 힘들었죠. 하지만 감정이 없는 것은 편했어요. 현장에 빨리 가고 싶었어요. 준비보다는 현장에서 보여줄 수 있는 게 많은 인물이었으니까요."

악역을 하다 보니 이제 살인마까지 왔다. 지금까지 본 적 없는 살인마 강천 역을 제의받은 박성웅은 어떤 기분이었을까. 대본을 보기 전엔 "도대체 날 어떻게 보기에"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건달도 아니고 연쇄살인마라니. 그래도 배우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으니 시나리오를 읽었다. 흥미롭게 읽었고, 박성웅은 그렇게 강천이 됐다.

박성웅은 영화 '신세계'에서 기억에 남을만한 대사를 쏟아냈다. "딱 죽기 좋은 날씨네"라든가 "살려는 드릴게"는 수많은 패러디를 탄생시켰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살인의뢰'에서는 이런 대사를 만날 수가 없다. "대본에 가장 충실했다"고 했지만, 사실 대사가 없다고 보는 게 맞다. 강천의 입을 통해 들을 수 있는 말은 고작해야 한 두 마디다. 인상 깊은 대사는 없지만 각인되고 싶은 장면은 있었다. 바로 박성웅의 마지막 장면이다.

"마지막 장면은 제 아이디어였어요. 크랭크인하기 전 손용호 감독에게 '마지막은 내가 연구를 해 보겠다'고 했었죠. 그래서 나온 장면이에요. 극장에서 확인하세요(웃음). 손용호 감독이 아주 큰 소리로 'OK'를 외치더라고요. 만족스러워요."

경기장에 나가서 뛰고 싶은 선수의 마음이었다. 외울 대사도 많지 않았고, 캐릭터의 과거에 대해 연구할 필요도 없었다. 오로지 현장뿐이었다. 강천 역이 어려웠던 것은 바로 '기다림'이었다. 촬영이 빨리 시작되길 바랐고, 본격적으로 시작됐을 때 기쁜 마음이었다며 "드릴을 돌릴 때 기뻤다"고 농을 던졌다.

촬영이 시작된 것은 기뻤지만, 심적인 스트레스는 상당했다. 피해자를 연기한 김상경이나 김성균 만큼이나 큰 스트레스였다. 특수 분장을 한 배우들을 죽이는 촬영은 한 후엔 그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숙소에 멍하니 앉아서 잠을 잘 수조차 없었다.

박성웅의 행보가 궁금해졌다. 악역으로 시작해 살인마로 정점을 찍었다. 자신의 신체 조건을 극대화시켜 역대급 살인마를 완성시켰다. 당분간 그 누구도 박성웅에게 악역을 맡기려 하지 않을 것이다. 강천이라는 산을 무너트리기는 지금은 힘들어 보이니 말이다. 박성웅도 같은 생각이었다. 하지만 인생이 언제나 계획대로 흘러가는가. '그럼에도' 끌리는 캐릭터가 생길수도 있었다.

"사실 지금 들어오는 시나리오에 악역은 없어요. 그래도 얄밉게 나쁜 역이라면 끌릴 것 같아요. 약간 허세가 가득했고 너스레를 떠는 악역이었잖아요. 각을 잡고 폼을 잡아왔어요. 깐족거리는 악역은 새롭잖아요. 제가 해보지 않은 캐릭터니까요. 새로운 장르의 악역이 온다면 나만의, 박성웅 표의 연기를 보여주고 싶기도 해요."

[배우 박성웅. 사진 = 김성진 기자 ksjksj0829@mydaily.co.kr]

이은지 기자 ghdpssk@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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