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곽명동기자] 다큐멘터리는 리얼이다. 픽션은 허구의 드라마를 찍는다. 다큐멘터리는 현실이 빚어내는 마법을 담는다.‘파울볼’에는 불가능의 반대말이 가능이 아니라, 도전이라는 사실을 증명하는 마법같은 순간이 담겨있다.
19일 오후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열린 ‘파울볼’ GV 현장. 200여명의 관객들은 영화가 시작할 때부터 끝날 때까지 눈시울을 적셨다. 야구 인생에서 한 번 실패했던 선수들이 “버틸 때까지 버티고” “나를 안되는 신이 있다면 그 끝을 보고 싶다”며 투혼을 불사르는 모습에 고개를 숙였다. 원더스 선수들은 삶의 최전선에서 몸을 던졌다.
3년 동안 고양 원더스 선수들과 그들을 이끌었던 김성근 감독의 리더십을 ‘파울볼’(4월 2일 개봉)에 담은 김보경 감독은 “다큐멘터리를 촬영하면서 저를 포함한 스태프 모두 자존감을 갖게 됐다”면서 “고난 속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묵묵히 자신의 꿈을 찾아가는 원더스 선수들의 모습이 내 삶을 바꿨다”고 말했다.
“다큐를 찍을 당시에 무척 힘들었어요. 극영화에서 오래 일했는데 일이 잘 안 풀렸고, 수술까지 받아 심신이 많이 지친 상태였죠. 우연한 계기로 다큐를 시작했는데, 김성근 감독과 원더스 선수들의 열정적인 삶을 보면서 용기를 얻게 됐습니다.”
야구는 문외한이었다. TV에서 야구가 나오면 채널을 돌렸다. 고양 원더스를 따라다니면서 야구에 관심이 생겼다. 김성근 감독의 책을 읽고 인터뷰를 찾아 읽으며 ‘야신’의 삶을 이해했다. 인생에서 한번 실패한 선수들의 마음도 공감했다. 지루해 보이는 훈련 속에서도 눈빛이 살아 있었다. 절박함 속에서 앞으로 전진하려는 선수들의 노력을 모두 카메라에 담았다. 10테라 분량에 달했다. 처음엔 4시간 버전이었다. 길었다. 87분으로 줄였다. 내래이터 조진웅씨에게는 “슬퍼하거나 동정하지 말고, 담담한 어조로 말해달라”고 부탁했다.
“2014년 9월 11일을 잊을 수 없네요. 갑자기 구단이 야구단 해체를 통보한 날이었죠. 카메라에 고스란히 잡혔는데, 감정이 북받쳤어요. 카메라가 살짝 흔들렸죠. 충격적인 소식을 들은 선수들은 다시 마음을 추스르더니 운동장에 나가 훈련을 하더라고요. 이런 상황에서도 운동하는 모습을 보고 많은 걸 배웠죠. 꿈을 버리면 안된다는 것을요.”
2012년 헬스 트레이너, 대리운전기사 등으로 살아가던 전직 야구선수들이 독립구단 고양 원더스의 김성근 감독을 찾아왔다. 최고령 투수 최향남, 신인왕 출신 김수경도 다시 글러브를 잡았다. 훈련은 지옥이었다. 죽음의 계단을 오르락 내리락했다. 뛰고 또 뛰었다. 잡고 또 잡았다. 야구에 끝은 없었다. 언제나 도전만이 허락됐다. 이를 악물었던 선수들은 3년간 90승 25무 61패를 거뒀다. 31명이 프로구단에 진출했다. 그리고 해체됐다.
박동희 야구전문기자는 “KBO는 한번도 고양 원더스 문제를 공식 안건으로 올려 논의한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새로운 통닭집이 들어오려고 하면 기존 통닭집은 자신을 프리미엄으로 생각해요. 같은 시장안에 새통닭집이 나오니까 경계하는 거죠. 마르지않은 샘물을 제공해준 고양 원더스를 누구도 바라지 않았어요. 선수들은 훌륭하다며 데려갔으면서요. 정말 치사하죠.”
고양 원더스의 탄생부터 해체의 순간까지 관심을 갖고 취재했던 박 기자는 “나는 선수 이름을 모르는데, 선수들이 나를 알아봐 줄 때가 제일 미안했다”면서 “이 영화는 그들의 이름을 되찾아주는 의미 있는 다큐이면서, (독립구단의 처음과 끝을 기록했다는 점에서) 역사에 남을 만한 작품”이라고 밝혔다
“저도 영화 보면서 울었습니다. 이런 말이 생각나더군요. ‘불가능의 반대말은 가능이 아니라, 도전이다’. 김성근 감독과 고양 원더스는 끝없이 도전했습니다. 이 영화가 그들의 도전을 잘 담아냈다고 생각합니다.”
[사진 위 김보경 감독, 아래 박동희 야구전문기자. 사진제공 = 이노기획]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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