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마이데일리 = 허설희 기자] 초연 작품의 강렬함이 재연, 삼연의 발전을 막는 경우가 있다. 관객들 호응에 힘입어 다시 무대에 돌아오는 것이지만 공연을 거듭할수록 더 발전하기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초연을 그리워 하는 관객도 있고 변형된 이후 공연에 실망하는 관객도 있다.
뮤지컬 '마마 돈 크라이'(이하 '마돈크')는 재연, 삼연 공연이 가질 수 있는 단점을 완벽히 날렸다. 초연에서 독특한 소재와 표현 방식으로 마니아층을 형성한 '마돈크'는 공연이 거듭될수록 더 발전된 모습으로 관객들을 만족시켰다.
'마돈크'는 천재 물리학자 프로페서V가 타임머신을 타고 불멸의 삶을 사는 뱀파이어인 드라큘라 백작을 만나면서 파멸로 치닫는다는 이야기. 독특한 분위기와 중독적인 매력의 록 넘버로 이뤄진 작품으로 2인극이다.
2010년 초연 당시 관객들은 '마돈크'의 독특함에 매료됐다. 창작 뮤지컬에 목 말랐던 관객들 욕구를 채워준 것은 김운기 연출의 B급 유머 코드와 뱀파이어 소재의 만남은 독특하면서도 묘한 표현 방식이었다.
3년만의 재연에서는 시각을 바꿨다. 백작이 전면에 드러나지 않았던 초연과 달리 재연에서는 본격 2인극으로 탈바꿈한 것. 프로페서V의 모놀로그 형식을 유지하되 남녀 모두를 홀리는 백작 매력이 더 커진 재연은 마니아층을 더 두텁게 만들었다.
그렇게 자리 잡은 '마돈크'는 오루피나 연출과 2년만에 돌아온 삼연에서 비로소 완벽한 구성을 만들어냈다. 재연에서 백작의 존재가 커졌지만 드라마가 다소 부족했던 것이 사실. 재연에서 프로페서V 혼자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느낌이 강했다면 삼연에서는 백작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강화되면서 진정한 2인극이 완성됐다. 백작은 더이상 이야기에서 동떨어진 그저 신비한 존재가 아니다.
등장인물 2인의 드라마가 더욱 강해지니 이해도 쉬워졌다. 내용이 물 흐르듯 흘러가니 독특한 소재임에도 대중성이 높아졌다. 처음부터 끝까지 이야기의 톱니바퀴가 제대로 맞아 떨어지게 됐다.
무대 및 소품은 더욱 재기발랄해졌다. 미로를 보는듯한 무대 배경은 '마돈크'만의 신비한 매력을 살린다. 백작이 앉아 있는 의자는 그의 기괴스러우면서도 매력 넘치는 오묘함을 한층 높였다. 프로페서V의 천재성을 드러내는 책장이나 엄마, 메텔, 나비 등을 표현하는 조명도 적절하게 배치했다. 프로페서V의 타임머신과 그로 인한 시간 여행 역시 센스 있는 소품과 무대 효과로 눈길을 사로 잡는다.
2인극인 만큼 두 배우의 호흡과 개성도 만만치 않다. 송용진 허규 김호영 서경수가 프로페서V, 고영빈 박영수 이충주 이동하가 드라큘라 백작 역을 맡은 가운데 이들의 연기력 및 가창력은 드라마가 강화된 작품을 더 알차게 만든다.
특히 다양한 연령대를 오가는 프로페서V 역의 연기력이 돋보인다. 모놀로그 형식을 유지하기 때문에 이야기를 이끄는 프로페서V의 열연이 놀라울 정도. 코믹부터 멜로, 혼란스러운 자아 등 다양한 상황에서 다채로운 연기를 선보인다. 백작 역들의 옴므파탈 매력도 상당하다.
관객들과의 호흡도 여전히 빛난다. 극 부분 부분 관객들을 이야기에 참여시키고 소통하며 소극장 매력을 배가시킨다. 록 콘서트장에 온듯한 커튼콜 또한 '마돈크'가 왜 중독자들을 만드는지 증명한다.
5월 32일까지 서울 종로구 동숭동 쁘띠첼 씨어터. 공연시간 100분. 1577-3363
[뮤지컬 '마마 돈 크라이' 공연 이미지. 사진 = 클립서비스 제공]
허설희 기자 husullll@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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