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강산 기자] 2015시즌 한화 이글스처럼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는 팀이 또 있을지 모르겠다.
'야신' 김성근 감독이 부임하면서 한화의 도약을 기대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그뿐만 아니라 외부 FA 권혁과 송은범, 배영수를 모두 품에 안으며 마운드가 한층 두터워졌다. 새 외국인 투수 미치 탈보트와 쉐인 유먼, 외국인 타자 나이저 모건에 대한 기대치도 높았다. 지난 3년 연속, 최근 6시즌 중 5차례 최하위라는 굴레에서 벗어나겠다는 의지도 대단했다. 일본 고치와 오키나와에서 진행된 전지훈련 강도는 어느 때보다 높았다.
그러나 시범경기 12경기 성적은 3승 9패. 주전 포수 조인성의 종아리 부상 등 악재가 겹쳤고, 베스트 멤버가 모이지 못했다. 외국인 타자 나이저 모건은 단 한 번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사실상 1.5군이나 다름없었다. 지난 20일 롯데 자이언츠전서는 실책 5개를 저지르며 무너졌다. 기대했던 경기력과 거리가 있었다. 김 감독은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했고, 삼성 라이온즈와의 마지막 시범경기 2연전을 1승 1패로 마쳤다. 과연 한화의 올 시즌은 어떨까.
▲공격력
베스트 멤버가 모두 모인다면 누구에게도 밀리지 않는다. 일단 시범경기에 단 한 번도 나오지 않은 모건이 김 감독에게 얼마나 어필하느냐도 중요하다. '국가대표 테이블세터' 이용규와 정근우는 출루만 하면 상대 배터리를 흔들어 놓을 수 있다. 김경언 김태균 송광민 최진행 김회성은 언제든 한 방을 터트릴 수 있다. 모건의 포지션과 타순에 따라 달라질 수 있겠지만 시범경기를 통해 나온 구상은 여기까지다.
문제는 포수와 유격수인데, 일단 포수는 정범모와 지성준이 돌아가면서 메울 전망. 유격수는 권용관과 강경학 등이 경쟁한다. 한상훈이 발목 부상에서 회복하면 경쟁은 더욱 치열해진다. 베테랑 포수 조인성의 초반 공백이 아쉬울 수밖에 없다.
▲투수력
지난해 한화의 팀 평균자책점은 6.35. 프로 출범 원년인 1982년 삼미 슈퍼스타스의 6.23을 넘어 역대 최악이었다. 김 감독도 전지훈련 내내 마운드 강화에 온 힘을 쏟았다. 일단 선발진은 외국인 투수 미치 탈보트와 쉐인 유먼, 그리고 배영수와 송은범 유창식으로 출발할 가능성이 크다. 이태양도 밸런스를 찾으면 언제든 선발진에 들어올 수 있다. 지난해와 견줘 양적으로는 확실히 풍부해졌다.
불펜을 살펴보자. 마무리는 윤규진이 유력하다. 안영명과 박정진, 권혁이 셋업맨으로 나설 전망. 이들 셋이 선발투수와 윤규진을 이어주는 연결고리 역할을 해야 한다. 뜻대로 되면 '안정진 트리오'에 이어 '안정권 트리오'라는 애칭이 탄생한다. 부활을 노리는 송창식과 루키 김민우,사이드암 정대훈 허유강도 언제든 1군에서 힘을 보탤 준비가 돼 있다.
▲주목할 선수
최진행과 이태양이다. 최진행은 올 시즌 지명타자로 나간다. 좌익수는 송광민이 맡는다. 김 감독은 최진행의 타격 지도에 많은 공을 들였다. 시범경기 초반 극도의 부진을 보였으나 히팅포인트가 맞기 시작했고, 타구 질도 점차 좋아졌다. 지난 17일 넥센전부터 20일 롯데전까지 3경기 연속 멀티히트를 때려냈다. 기다리던 홈런은 나오지 않았지만 질 좋은 타구가 나오고 있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마운드에서는 이태양의 역할이 중요하다. 선발 진입에 대한 확답을 듣진 못했지만 기죽지 않고 시즌을 준비하겠다는 각오다. 스스로도 "올해가 정말 중요하다"며 각오를 다지고 있다. 지난 8일 LG 트윈스와의 시범경기 이후 실전 등판 없이 밸런스 잡기에 한창이다. 12일 두산전을 앞두고는 불펜에서 190구를 던지며 문제점을 찾았다. 지난해 활약이 반짝이 아님을 증명해야 한다. 본인은 "내 공에 대한 확신은 있다. 프로라면 자신 있게 해야 한다"고 했다. 긍정적인 마인드는 최대 강점이다.
▲변수
마운드다. 아직 한화 마운드는 상수보다 변수에 가깝다. 외국인 투수 2명 외에 확실한 선발 요원 없이 출발했던 지난 2년보단 상황이 나아졌지만 아직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 많은 투수들이 전지훈련 기간에 투구폼을 교정했다. 시즌 초반 다소 혼란을 겪을 수 있다. 냉정히 말해 6점대였던 팀 평균자책점을 단번에 3점대로 끌어올리긴 어렵다. 일단 수많은 변수를 하나씩 상수로 바꿔 가는 게 중요하다. 타선에서는 모건의 실전 감각이 관건.
▲총평
10구단 체제다. 올해도 최하위면 프로야구 역대 최초 9위와 10위 모두 한화의 몫이 된다. 선수들에겐 상상하기조차 싫은 시나리오다. 그래서 어느 때보다 많은 땀을 흘렸다. 이용규는 "다른 팀들 다 열심히 했다고 하는데, 우리는 죽어라 했다"고 말했다.
고치와 오키나와 캠프 취재 당시 선수들에게 이전에 보이지 않던 절박함이 느껴졌다. 선수들은 "훈련한 게 억울해서라도 올해 잘해야 한다"는 말을 입에 달고 다녔다. 문제는 선수들의 의지가 성적으로 나타나야 한다. "이제 열심히보다 잘하는 게 답이다"는 이용규의 말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한화 이글스 김성근 감독. 사진 = 마이데일리 DB]
강산 기자 posterbo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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