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청주 김진성 기자] “키워준 엄마 같은 고모다.”
비키바흐는 KB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도맡는다. 평균 신장이 6개구단 중 가장 낮은 KB에서 정통센터 역할을 한다. 과거 KDB생명서 무릎 부상으로 제 몫을 하지 못했지만, 건강한 비키바흐는 장점이 많다. 기동력도 갖췄고, 준수한 골밑 장악력을 뽐낸다. KB가 3점슛 위주의 농구를 하면서도 비키바흐가 KB 공격 밸런스를 맞춰준 부분이 있었다. 기록에 드러나지 않는 공헌도가 높은 스타일. 신한은행과의 플레이오프서도 쏠쏠한 활약을 펼쳤다.
그런 비키바흐가 우리은행과의 챔피언결정 1~2차전서 주춤했다. 서동철 감독이 득점력이 좋은 쉐키나 스트릭렌을 중용하면서 비키바흐의 비중이 줄어든 건 맞다. 하지만, 비키바흐 역시 실전서 경기력이 썩 좋지 않았다. 특유의 적극성이 많이 떨어진 모습. 하지만, 서 감독은 비키바흐를 다그칠 수 없었다.
이유가 있다. 26일 우리은행과의 챔피언결정 3차전을 앞두고 만난 KB 서동철 감독은 “미국에 있는 비키바흐의 고모가 최근 돌아가셨다. 엄마처럼 자신을 키워준 고모였다. 비키바흐가 시즌 중반부터 건강이 좋지 않은 고모에 대한 걱정을 많이 했다”라고 털어놨다. 이어 “신한은행과의 플레이오프부터 다운됐고, 경기력으로 이어졌다”라고 안타까워했다. 개인사로 코트에서 냉정함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지적.
서 감독과 KB 선수단은 그런 비키바흐를 다독이기로 했다. 라커룸에서 만난 서 감독은 왼쪽 가슴에 노란 근조리본을 달았다. 구병두 수석코치, 박재현, 박선영 코치 역시 마찬가지였다. 비키바흐를 비롯한 KB 선수들 역시 왼쪽 어깨에 검정색 끈을 달고 뛰었다. 비키바흐의 슬픔을 나누면서, 자연스럽게 조직력과 전투력 강화로 이어지는 효과를 노렸다.
하지만, 3차전 뚜껑이 열리자 KB의 기대대로 되지 않았다. 특히 전반전은 이번 포스트시즌 들어 최악의 경기력. 수비가 전혀 되지 않았고, 외곽에서의 효율적인 움직임도 실종됐다. 후반전서 반전했지만, 한 번 승기를 잡은 우리은행은 쉽게 역전을 허락하지 않았다. 우리은행은 비키바흐를 힘 좋은 강영숙이 맡으면서 전세를 장악, 쉽게 승리했다.
다만, 비키바흐의 경기력 자체는 1~2차전보다 훨씬 좋았다. 1쿼터 막판 투입, 샤데 휴스턴을 상대로 연속 6득점을 몰아쳤고 경기에 임하는 집중력도 향상된 모습. 고모를 잃은 슬픔을 코트에서의 집중력으로 승화하는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17점 9리바운드. 다만, KB로선 비키바흐의 전투력 강화가 팀 조직력 강화로는 이어지지 않았다. 결국 5전3선승제 챔피언결정전, 1승1패 상황서 가장 중요한 3차전을 내줬다. KB로선 뼈 아픈 패배였다.
[비키바흐. 사진 = W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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