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올해는 느낌이 좋습니다.”
두산 홍성흔은 올해 만 서른여덟. 프로 17번째 시즌을 맞이한다. 두산은 물론이고, 프로야구 전체로 봐도 최고참 급에 속한다. 홍성흔은 올 시즌에도 변함없이 두산의 중심타선의 한 축을 책임진다. 그런데 단순히 자신의 시즌 준비에만 집중하는 건 아니다. 나이와 연차가 높은 만큼 후배들도 많이 챙기고, 자신의 미래도 조금씩 설계 중이다. 한국야구에 대한 애정도 남다르다. 지난 25일 잠실구장에서 홍성흔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다.
▲2015년 두산, 느낌이 좋다
홍성흔은 “올 시즌은 느낌이 좋다. 팀 분위기가 그 어느 시즌보다 좋다”라고 했다. 이유가 있다. 그는 “쉬라고 해도 쉬는 선수가 없다. 책임의식이 높다”라고 했다. 홍성흔의 저연차 시절만 해도 자기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는 선수가 많았다. 이젠 시대가 달라졌다. 홍성흔은 “프로선수로서 책임감이 높다. 웨이트트레이닝과 러닝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철저하게 한다. 물 불 가리지 않고 시즌을 열심히 준비한 후배가 많았다”라고 했다.
홍성흔은 올 시즌 우완 셋업맨으로 뛸 김강률을 크게 칭찬했다. 그는 “강률이가 그러더라. ‘선배님 저는 올 시즌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준비하고 있습니다’라고. 진짜 그런 모습이 보였다. 11~12월에 웨이트 트레이닝장에서 살았다. 강률이가 진심으로 올 시즌 잘 풀렸으면 좋겠다”라고 했다. 비단 김강률뿐 아니라 올 시즌을 유독 벼른 선수들이 많다는 게 홍성흔의 설명. 지난해 가을야구를 하지 못한 아쉬움도 컸고, 김태형 감독이 새롭게 부임하면서 팀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홍성흔은 올 시즌 포인트도 짚었다. “만만한 팀이 없다. KT가 약하다고 하는데 내가 보기엔 절대 그렇지 않다. 베테랑들이 중심을 잡고 있다”라고 했다. 이어 뉴 페이스 박세웅을 거론하며 “신인 티가 나지 않는다. 직구와 변화구가 일정한 릴리스포인트에서 나온다. 타자 입장에선 굉장히 헷갈린다”라고 칭찬했다. 이어 “두산은 일단 내가 잘해야 한다”라면서도 “4번타자 잭 루츠가 잔부상 없이 뛰는 게 중요하다. 루츠가 빠지면 타선이 약해질 수 있다. 내가 보기엔 루츠가 허당 타자가 아니다”라고 내다봤다. 상대적으로 불안한 마운드, 특히 불펜을 두고서는 “분명 작년보다 좋아질 것이다. 강률이, (함)덕주, (변)진수, (윤)명준이 모두 정말 열심히 시즌을 준비했다”라고 했다. 실제 홍성흔은 그날 잭 루츠의 펑고 훈련을 돕는 등 자신보다 팀을 위하는 마음이 그 누구보다 컸다.
▲지도자 홍성흔
홍성흔은 자신의 미래에 대해서도 살짝 언급했다. 곧 40대에 접어드는 홍성흔은 미래를 설계하고 있다. “요즘 은퇴한 선수들이 해설자로 많이 진출하던데 난 제대로 배워서 지도자를 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 선수 때처럼 지도자로도 잘하고 싶다. 좋은 코치, 좋은 감독이 되고 싶은 마음이 크다”라고 했다.
두산 프랜차이즈 스타인 홍성흔은 팀내에서 신망이 두텁다. 두산뿐 아니라 프로야구 전체적으로도 이미지 좋은 스타. 그런 홍성흔은 올 시즌 부임한 김태형 감독을 보고 느끼는 게 많다. 홍성흔은 “김태형 감독님은 선수들에게 말씀을 많이 하지 않는다. 말 없이 카리스마가 있는 분”이라고 했다. 이어 “사적인 자리에선 동네 형 같은 분이지만, 그라운드에선 쉽게 다가가기 힘들다”라고 덧붙였다.
실제 김 감독은 두산 프랜차이즈 스타로서 코치로도 오랜 시간 몸 담았다. 또 홍성흔의 저연차 시절에는 최고참 포수였다. 홍성흔은 김 감독의 선수 시절 일화를 전하며 대단한 카리스마로 선수단을 사로잡는 인물임을 강조했다. 그는 “감독님은 그라운드에서 예의와 기본을 중시한다. 선수들이 감독님 앞에선 집중할 수밖에 없다”라고 털어놨다. 홍성흔은 김 감독이 김경문 NC 감독 밑에서 배터리코치로 활동하며 김경문 감독의 야구철학을 많이 흡수한 것에 동의했다. 김경문 감독과 김태형 감독을 차례로 모시게 된 홍성흔 역시 자연스럽게 두 감독의 야구철학을 받아들인 채 지도자에 입문할 것으로 보인다.
▲자랑스러운 한국야구
최근 몇 년간 한국야구는 ‘수준저하’ 논란에 시달렸다. 2~3년전부터 승부처에서 질 낮은 플레이가 속출, 경기 시간을 오래 끈다는 지적이 많았다. 실제 NC, KT의 유입 등 각종 이유로 신인수급 및 저연차급 기량 성장 속도가 예전보다 더디다. 이들이 기량이 떨어지는 베테랑들을 따라잡지 못하면서 리그 수준이 정체한 부분은 분명히 있다.
홍성흔의 시각은 약간 달랐다. 그는 “예전엔 내가 봐도 힘이나 기술 모두 일본과 미국에 비해 많이 떨어졌다”라고 했다. 이어 “이젠 그렇지 않다. 선수들이 자신의 몸에 투자를 많이 한다. 미국 스프링캠프 당시 마이너리그 선수들도 한국야구에 대해 좋게 말하더라”고 했다. 홍성흔은 애리조나 캠프 당시 인접 지역에서 캠프를 소화하던 몇몇 마이너리그 선수들과 대화해보니 그들의 한국야구 호평이 단순한 립 서비스가 아니었다고 털어놨다. 홍성흔은 “몇몇 마이너리거들은 한국에서 뛰고 싶어 했다”라고 했다.
홍성흔은 올 시즌 두산에 대해 자신감을 드러내면서도 전체적인 판도가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다고 했다. 그는 “예전엔 시즌 전에 느낌이 왔는데 올 시즌에는 정말 모르겠다. 10개구단의 전력과 수준이 상향 평준화 됐다”라고 했다. 17번째 시즌을 앞둔 홍성흔은 올 시즌에도 두산을 위해, 그리고 한국야구를 위해 그 누구보다 열정을 불태울 각오다.
[홍성흔.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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