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통합 3연패.
정규시즌, 챔피언결정전 통합 3연패. 우리은행은 한국 여자농구 역사에 굵직한 한 획을 그었다. 종목을 불문하고, 정규시즌과 포스트시즌을 3년 연속 동시 석권하는 건 결코 쉽지 않다. 올 시즌 통합 5연패에 도전하는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 실업과 프로 모두 최강 평가를 놓친 적이 없는 프로배구 삼성화재 블루팡스만큼 우리은행의 행보는 놀랍고, 높게 평가 받아야 마땅하다.
우리은행은 WKBL 출범 후 통합 6연패를 달성했던 신한은행 다음으로 가장 많은 연속 통합우승기록을 갖고 있다. 또한, 우리은행은 챔피언결정전 우승 7회로 8회의 신한은행의 뒤를 바짝 쫓고 있다. 8회 우승한 정규시즌은 이미 최다 우승. 이쯤 되면 향후 우리은행의 유일한 목표는 ‘레알신한’이라 불렸던 신한은행의 통합 6연패라고 보면 된다. 딱 절반을 달성했다. 우리은행은 레알신한의 길을 따라가고 있다.
▲훈련 없이 성적도 없다
위 감독은 “훈련 없인 성적도 없다”라고 했다. 우리은행은 올 시즌 대표팀 일정 소화로 예년에 비해 훈련을 많이 소화하지 못했다. 실제로 위 감독은 위기를 겪었다고 돌아봤다. “16연승을 한 이후였다. 선수들의 몸 상태가 생각보다 많이 좋지 않았다. 어떻게 해야 하나 싶었다”라고 돌아봤다. 결국 위 감독은 시즌 중반 이후 훈련량을 약간 늘려 시즌 막판과 챔피언결정전을 대비했다. 챔피언결정 2차전 직후 우리은행과 KB는 똑같이 이틀을 쉬었지만, 3~4차전서 우리은행의 활동량이 더 많았고 움직임도 예리했다. 훈련의 성과가 극한의 승부처에서 표출됐다.
위 감독은 “체계적인 훈련이 중요하다. 훈련 시스템이 잘 갖춰진 게 다행”이라고 했다. 위 감독은 지난 2년 연속 대표팀 일정으로 비 시즌에 우리은행을 옳게 돌보지 못했다. 그러나 위 감독이 없다고 해서 우리은행이 무너지진 않았다. 선수들과 코치들이 위 감독의 훈련 철학을 잘 알고 있었고, 특유의 훈련 시스템은 공고히 유지됐다. 전주원 코치마저 대표팀에 차출된 작년 여름의 경우 박성배 코치 홀로 저연차 선수들의 훈련을 이끌었다. 위 감독과 전 코치가 대표팀에서 돌아온 뒤 약 1개월간 훈련을 소화했지만, 우리은행의 시즌 준비는 다른 몇몇 팀들보다 훨씬 잘 됐다. 좋은 훈련 시스템이 자리 잡힌 결과.
▲위성우 감독 완벽주의
단순히 전력을 공고히 다진 것이 전부가 아니다. 3년간 팀의 내구성이 계속 좋아졌다. 위성우 감독 부임 후 첫 통합우승을 차지한 2012-2013시즌에는 베테랑 임영희를 재발견했다. 2013-2014시즌에는 박혜진이란 차세대 스타를 발굴했다. 2014-2015시즌에는 이승아와 양지희마저 한 단계 성장했다. 박혜진 이승아 임영희 양지희로 이어지는 우리은행 토종 주전라인업의 파괴력은 나머지 5개구단을 압도한다.
그러나 위 감독은 만족을 모른다. 그는 “내 눈엔 부족한 것 천지”라고 했다. 예를 들어 우리은행은 팀 수비력이 매우 좋다. 하지만, 개개인의 수비력은 균등하지 않다. 단지 로테이션 등 우리은행이 구축한 특유의 수비 시스템이 수비력이 약간 떨어지는 부분을 완벽하게 메워줄 수 있을 정도로 자리가 잡혔다. 위 감독은 “수비 로테이션은 물론, 기본적인 맨투맨 수비가 부족한 선수도 있다. 기본기부터 가르쳐야 할 선수도 보인다”라고 했다.
위 감독은 시야를 넓혔다. “임영희의 나이가 많다. 다음 시즌엔 백업 선수들의 육성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라고 했다. 알고보면 우리은행은 식스맨이 그렇게 풍부한 편은 아니다. 이은혜, 박언주, 강영숙 정도가 즉시전력 식스맨. 여자농구 6개구단이 안고 있는 공통적인 고민인데, 완벽주의를 추구하는 위 감독의 성에 찰 리가 없다. 위 감독은 근본적으로 주전과 백업의 기량 차를 줄여 선수층을 실질적으로 넓히겠다는 계획. 정상을 지키기 위해 당연히 해야 할 일.
▲레알신한 6연패, 절반 이뤘다
통합 3연패를 차지한 우리은행의 다음시즌 목표는 당연히 통합 4연패. FA, 트레이드 등 비 시즌 변수가 많겠지만, 여전히 우리은행은 2015-2016시즌에도 좋은 전력을 바탕으로 우승 후보로 군림할 가능성이 크다. 베테랑 임영희의 나이가 많다는 점, 외국인선수 선발에 변수가 있다는 걸 차치하더라도, 박혜진-이승아-양지희로 이어지는 토종 라인업은 견고하고, 강력하다.
박혜진, 이승아는 20대 초반. FA 등 계약상 변수가 있지만, 향후 10년 정도는 전성기를 누릴 수 있다. 30대 초반 양지희 역시 당분간 전성기 실력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돌발적인 악재를 최소화한다면, 그리고 우리은행 특유의 시스템을 공고히 유지한다면 롱런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과거 전주원 정선민 진미정 강영숙 하은주 등 이름값 쟁쟁한 스타들이 똘똘 뭉쳤던 레알신한과는 또 다른 의미의 롱런이 기대된다. 통합 6연패 도전은 먼 미래의 일. 당장 4연패 성공 여부도 알 수 없다. 하지만, 우리은행이 레알신한에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은 건 분명하다.
위 감독은 손사래를 친다. 그는 “과거 신한은행과 우리 전력은 비교가 안 된다. 또한, 지난 3년간 ‘우승을 해야겠다’는 마음으로 시즌을 준비한 적이 단 한번도 없었다. 매 시즌, 새롭게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준비해왔다”라고 했다. 하지만, 그 겸손함과 초심을 잃지 않는 자세야말로 롱런의 기본 덕목. 우리은행은 분명 레알신한의 길을 따라가고 있다. 그 종착지는 위 감독과 우리은행 선수들의 준비와 의지에 따라 결정된다.
[우리은행 선수들. 사진 = W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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