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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안산 강진웅 기자] OK저축은행의 창단 두 시즌만의 우승은 ‘세계 최고의 미들블로커’인 로버트랜디 시몬을 빼고 이야기 할 수 없다. 그만큼 시몬의 존재는 젊은 선수들 위주인 OK저축은행을 버티게 하는 든든한 힘이었다. 특히 시몬은 실력 뿐 아니라 자신의 풍부한 경험을 국내 선수들에게 전수하고, 또 위기에서 선수들을 독려하며 팀의 리더로서도 제몫 이상을 해냈다.
OK저축은행은 1일 안산 상록수체육관에서 열린 2014-2015 NH농협 V-리그 남자부 챔피언결정 3차전 삼성화재와의 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1(25-19, 25-19, 11-25, 25-23)로 승리했다. 이로써 OK저축은행은 5전 3선승제의 챔피언결정전에서 3승 무패를 거두며 창단 두 시즌 만에 정상에 등극했다.
OK저축은행의 올 시즌 돌풍 요인으로는 세계 최고의 미들블로커인 시몬의 대활약이 단연 첫 손에 꼽힌다. 시몬은 1라운드부터 ‘레오 천하’라고 불리던 남자부 V-리그에서 큰 바람을 일으켰다. 그는 1라운드 6경기에서 223득점, 공격성공률 52.62%을 기록하며 OK저축은행의 초반 상승세를 이끌었다. 특히 원래 포지션이 센터인 시몬은 V-리그에 와서 라이트 공격수로 뛰면서 타점 높은 스파이크와 함께 뛰어난 블로킹, 특히 속공 능력까지 보여주며 전천후 공격수임을 입증했다.
2라운드에서 득점은 169점으로 다소 줄었지만 공격성공률은 오히려 55.73%로 높아졌다. 시즌 중반 시몬이 다소 부진하며 너무 많은 공격으로 인한 체력 저하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지만, 그와 OK저축은행 김세진 감독은 이 같은 걱정을 하지 않았다.
결국 시몬은 올 시즌 1043득점으로 득점 부문 2위, 공격종합에서는 공격성공률 55.38%로 3위를 기록했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자신의 원래 포지션이 센터이기에 올 시즌 라이트 공격수로 활약하면서도 세트당 블로킹 0.742개로 이 부문 2위에 올랐다. 특히 서브에서는 세트당 0.568개로 전체 1위, 속공에서는 71.90%의 성공률로 이 부문에서 압도적인 1위에 올랐다.
하지만 시몬에게도 고비가 찾아왔다. 한국에 오기 전 이탈리아에서 활약하던 시절부터 안고 있던 무릎 통증이 포스트시즌을 앞두고 심해진 것. 김 감독조차 그에게 너무 아프면 쉬라고 할 정도였다.
그러나 시몬은 더욱 파이팅 넘치는 모습으로 동료들을 이끌었다. 훈련 때 자신이 전위에서 블로킹을 하면 다른 선수들의 수비 위치를 지정해주고, 경기 중 다소 침체돼 있으면 본인이 나서서 선수들을 독려했다. 그리고 플레이오프와 챔피언결정전을 치르며 과연 이 선수가 무릎 부상을 안고 있는 선수인가라는 의심이 들 정도로 시몬의 활약은 대단했다. 이렇다 보니 국내 선수들은 시몬을 ‘정신적 지주’로 삼을 정도다.
송희채는 “시몬은 정신적 지주”라면서 “항상 믿음이 가는 공격수”라고 평가했다. 김 감독도 “포스트시즌에서의 모습을 보면서 확실히 시몬이 세계적인 클래스의 선수라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할 정도로 시몬을 칭찬했다.
사실 종목을 불문하고 대부분의 외국인 선수들은 자신이 나서서 리더의 모습을 보이는 경우가 흔치 않다. 하지만 올 시즌 V-리그에서는 시몬이 팀에서 리더로서 충분한 역할을 해줬다. 경기 승리 후에도 항상 “팀 동료 모두가 함께 잘해서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말할 정도로 동료들을 챙기는 모습을 보였다.
시몬의 활약은 챔피언결정전에서도 빛났다. 선수들을 다독인 리더십 뿐 아니라 코트 안에서의 능력도 최고였다. 그는 챔프 1차전에서 블로킹 5개 포함 25득점, 공격성공률 54.05%를 기록하며 맹활약했다.
2차전에서도 블로킹과 서브 득점 각각 2개 포함, 24득점(공격성공률 52.63%)을 기록하더니 이날 마지막 3차전에서도 블로킹 5개 포함 21득점(공격성공률 44.44%)을 기록했다.
특히 그는 경기 중 다소 득점력이 떨어지는 순간이 있었지만, 고비에서 잇따라 상대 공격을 가로막는 결정적인 블로킹 득점을 기록하며 기세를 완전히 OK저축은행으로 가져다 줬다.
시몬으로 시작해 시몬으로 끝난 올 시즌 남자부 V-리그. 시몬이 압도적인 실력과 뛰어난 인성으로 올 시즌 V-리그를 평정하며 OK저축은행의 창단 첫 우승이라는 새로운 역사도 생길 수 있었다.
[OK저축은행 로버트랜디 시몬. 사진 = 안산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강진웅 기자 jwoong24@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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