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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정수기 온수.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는 따뜻하다. 대신 끓지는 않는다. 어떠한 경우에도 안 끓는다."
서장훈은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절친한 형 김구라를 "정수기 온수"라고 정의했다.
서장훈의 표현처럼 김구라는 열정으로 뜨겁게 끓어오르는 방송인은 아니다. 늘 뭔가 못마땅한 표정. 얼굴에는 불만이 한가득. 게스트의 이야기도 듣는둥 마는둥. 그러다 게스트의 말에 빈틈이라도 보이면 쏜살처럼 달려드는 MC가 김구라다. 크게 기뻐하거나, 크게 낙담하는 적도 없다. 빚 얘기며, 아내 얘기며 민감한 가정사도 무덤덤하게 늘어놓는 독특한 연예인이다.
그런데 김구라의 표정이 딱 한번 진심으로 뜨거워질 때가 있다. 출연료 얘기할 때가 아니다. 바로 아들 얘기할 때다. MC그리로 불리는 김동현 군이 김구라의 아들이다.
얼마 전 MBC '황금어장-라디오스타'에서도 김구라는 순간 뜨거워졌다. 이현도가 "안 그래도 MC그리랑 딘딘이랑 '뭔가 모색해볼까' 하는 교류가 있다"는 이야기를 꺼내자 눈을 동그랗게 뜨며 "아, 그래요? MC그리가요?" 했다. 일명 '아빠카드' 지원도 아끼지 않겠다고 했다.
2일 '복면가왕' 제작발표회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있었다.
이날도 김구라는 투덜투덜. 이윤석이 '복면가왕'은 정규 편성대신 명절 특집이 더 적합하다는 생각이었다고 밝히자 "이 사람, 뻔뻔하네. 그런데 나왔단 말이야?"라고 호통쳤다. 복면을 쓰고 나타났을 때는 이날따라 왠지 더 불만 가득해 보였다.
하지만 제작발표회를 마치기 직전 한 기자가 던진 마지막 질문이 비로소 김구라를 웃게 했다. "MC그리를 출연시킬 생각은 없으신가요?"
"아, MC그리요?" '라디오스타' 때처럼 김구라는 눈을 동그렇게 떴다. 몸을 테이블에 바싹 붙이며 허리를 세웠다. "음, MC그리는 노래를 못해요" 하고 고개를 절레절레 저은 김구라. 그런데 자세히 듣고 보니 은근히 아들 자랑이었다.
"요즘 MC그리는 일주일에 세 번 정도 열심히 춤 연습도 하고 있습니다. 랩도 매일 배우고 있고. 요즘 사나이로 거듭나고 있는데, '분노의 질주'를 보고 와서는 사나이의 우정에 대해 느껴서 울었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제가 '그래라' 했습니다. 하지만 노래는 못합니다. 그리고 얼굴이 작아서 가면도 안 맞습니다."
김구라는 영락없는 '아들 바보'다. 동현 군이 열일곱 살이 되었지만 여전히 아들에게 뽀뽀하는 따뜻한 아빠다. 김구라는 이날 제작발표회에서 아들 자랑을 끝내고 마이크를 내려놓으며 나지막히 "고맙습니다"라고 했다. 정수기 온수 같은 남자 김구라도 아들 얘기할 때만큼은 가슴이 뜨거워지는 별반 다를 것 없는 '아들 바보'다.
[2009년 한 영화 시사회에 참석한 김구라(첫 번째 사진 왼쪽)와 아들 동현 군.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MBC 방송 화면 캡처-한혁승 기자 hanfoto@mydaily.co.kr]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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