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
[마이데일리 = 강진웅 기자] 남자 프로배구 우리카드가 계속 배구단을 운영하겠다는 방침을 확정했다. 하지만 우리카드가 2년 전 드림식스 배구단 인수를 확정짓고도 모기업 수장이 바뀌었다며 인수 백지화 의사를 밝혔다 번복한 적이 있어 이번 결정도 악화된 여론에 등 떠밀린 결정이 아닐까하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한국배구연맹은(KOVO)은 3일 “오는 6일자로 우리카드를 회원사에서 임의탈퇴 하려던 결정을 철회한다”고 발표했다.
당초 우리카드는 지난달 31일 열린 제11기 6차 KOVO 이사회에서 “신설 카드사로서 자산규모나 손익, 예산 등을 감안 배구단 운영이 역부족이고 그룹 내 스포츠단 중복운영에 따른 운영부담으로 부득이 오는 6일자로 임의탈퇴를 요청한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이에 KOVO는 우리카드 배구단의 공식문서를 수용하고 차기 총회에서 안건으로 상정해 최종 의결키로 했다.
그러나 이 모든 결정은 불과 사흘 만에 뒤집혔다. 이사회 이후 KOVO 수뇌부는 우리카드를 설득하는 작업을 벌여왔다.
KOVO는 “우리카드 배구단의 임의탈퇴로 인해 배구계는 큰 충격을 받았고 관리구단 운영이 불가하거나 인수기업 물색이 불발할 경우 선수단 공중분해 등 프로배구 발전에 바람직하지 못한 영향을 미칠 것이 우려되는 상황”이라면서 “연맹은 우리카드에 배구단 운영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면서 정부의 민영화 정책 이후에 새로운 기업으로 배구단이 인수될 수 있도록 끊임없이 요청했다”고 밝혔다.
결국 우리카드는 KOVO의 끊임없는 설득과 인수한 지 2년 만에 다시 구단을 버린다는 악화된 여론 탓에 배구단 운영 포기 의사를 철회했다.
KOVO 관계자는 “만일 민영화 과정에서 우리카드라는 기업이 다른 기업으로 인수되더라도 배구단도 함께 인수돼 지속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사를 전해왔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우리카드의 배구단 운영 존속 결정은 진정성을 의심받고 있다. 이미 우리카드는 2년 전 KOVO의 위탁 관리 중이던 드림식스 배구단을 인수하는 과정에서도 한 차례 인수의사 백지화를 밝혔다 여론의 뭇매를 맞자 등 떠밀리듯 배구단을 인수한 바 있다.
게다가 지난해 7월 우리카드는 군 복무 중이던 국가대표 센터 신영석을 현대캐피탈로 현금 트레이드 해 그 자금으로 팀을 운영해 온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비난을 받았다. 이미 주력 선수를 다른 팀으로 트레이드한 사실까지 숨기며 구단을 매각하려 했던 우리카드를 이번에는 믿어도 되냐는 의심이 제기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KOVO는 “임의탈퇴 철회를 계기로 우리카드 배구단이 서울 장충체육관을 연고로 서울 팬들에게 당당한 모습을 보여주며 우리카드가 명문구단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연맹차원에서 적극적인 협조와 지원을 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우리카드의 번복으로 일단 사태는 수습되는 분위기다. 하지만 지금까지 우리카드의 태도를 비춰봤을 때는 이번 결정도 언제 다시 뒤집힐 지 알 수 없다. 현재 모기업이 민영화 작업 중인 우리카드는 향후 모기업이 다른 기업에게 넘어간다면, 기존 LIG손해보험이 KB금융으로 인수되며 배구단도 현 상태를 유지하며 인수된 것처럼 우리카드 배구단도 지속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우리카드는 이미 일련의 사태로 신뢰를 잃었다. 규정상 아무 문제는 없지만 주축 선수를 현금트레이드 해 팀 운영자금으로 쓴 것, 이 사실을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은 것은 신용이 가장 중요한 금융사로서 치명적인 잘못을 범한 것이다.
우리카드의 이번 결정이 우리카드 선수들과 코칭스태프에게는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만일 우리카드가 또 다시 배구단 운영에 난색을 표한다면 그 때는 사태가 더욱 심각해 질 수밖에 없다. 배구계 전체를 위해 부디 우리카드의 이번 결정이 여론의 비난을 회피하려는 임시방편이 아니길 바랄 뿐이다.
[우리카드 선수들. 사진 = 마이데일리 DB]
강진웅 기자 jwoong24@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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