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경기운영에 도움이 되죠.”
3일 잠실구장. 삼성전을 앞둔 LG 양상문 감독이 배팅 케이지 바로 뒤에서 타자들의 타격 연습을 유심히 지켜봤다. 보통 감독들은 경기 전 덕아웃에서 취재진들과 얘기를 나누면서 시선만 선수들에게 두는 경우가 많다. 특히 타자들의 타격훈련을 배팅 케이지 바로 뒤에서 계속 지켜보는 감독들은 많지 않다. 그러나 양 감독은 간혹 타격훈련을 마치고 돌아서는 선수들과 대화까지 나눴다.
양 감독은 잘 알려진대로 명투수 출신이다. 해박한 야구지식을 갖고 있지만, 아무래도 타격 쪽은 자신의 전문분야가 아니다. 그래서 타자들 관리에 신중을 기한다. LG 타선은 시즌 초반 외국인타자 잭 한나한과 박용택의 부상 이탈로 100% 전력이 아니다. 양 감독은 기존 타자들과 좀 더 긴밀한 스킨십을 통해 돌파구를 열고 있다.
▲김용의와 양석환에게 던진 질문
LG는 1일 잠실 롯데전서 시즌 첫 승을 거뒀다. 2-2 동점이던 10회말 2사 1,2루 찬스서 김용의가 롯데 마무리 김승회를 상대로 볼카운트 1B1S서 끝내기 1타점 좌중간 적시타를 날렸다. 하지만, 김용의 역시 2-2 동점이던 6회말 1사 만루 찬스에선 좌완 이명우를 상대로 볼카운트 2B1S서 투수 병살타로 물러나기도 했다.
양 감독은 이후 김용의에게 직접 끝내기 안타 상황이 아닌 병살타 상황에 대해 물어봤다. 양 감독에 따르면 김용의는 “이명우의 변화구를 노렸다. 슬라이더가 몸쪽으로 떨어지는 걸 생각했다. 실제 변화구가 들어와서 반응했는데 바깥쪽으로 빠져나가면서 정확한 타격이 어려웠다”라고 말했다.
양 감독은 8회말 2사 1,2루서 대타로 내보냈던 양석환에게도 직접 상황에 대해 질문을 했다. 양석환은 당시 볼카운트 2B2S서 유격수 땅볼로 물러났다. 양 감독은 양석환의 대답을 정확히 설명하진 않았지만, 오히려 확신에 찬 어투로 “결과가 좋지는 않았지만, 타석에서 자신감이 있더라”고 말했다.
▲질문의 속뜻
보통 감독이 직접 선수와 면담을 하지 않는 한 그라운드에서 선수와 야구에 대해 깊숙하게 얘기하는 경우는 드물다. 감독이 선수에게 기술적으로 조언할 게 있으면 해당 파트 코치를 통해 전달하는 게 대부분이다. 그러나 양 감독은 오히려 선수들에게 직접 다가가서 그들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양 감독은 “직접 그 선수에게 상황을 물어보는 건 선수 지도는 물론 경기운영에도 도움이 된다”라고 했다. 이어 “그 선수가 어떤 생각을 갖고 타석에 들어섰는지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그 과정을 통해 그 선수가 갖고 있는 역량을 정확하게 평가한다. 다시 말해 팀 전력 극대화를 위한 디테일한 스킨십.
양 감독은 “만약 선수의 생각이 잘못됐다고 판단할 경우 바로 잡아주기도 한다”라고 했다. 김용의와 양석환에게 물어본 상황은 모두 범타로 물러났던 타석. 양 감독은 혹시 두 사람이 해당 타석에서 잘못된 자세 혹은 마인드를 갖고 있지 않았는지 점검하고 싶었다. 사실 이 부분은 타격코치의 몫. 하지만, 양 감독은 때로는 직접 선수들과 대화하면서 선수들의 마인드와 준비자세, 능력을 파악하고 소통한다. 코치의 역할을 크게 건드리지 않는 선이라면 매우 효과적인 스킨십.
예를 들어 양 감독은 “경험이 적은 타자일수록 승부처에선 과감한 승부가 필요하다. 물론 2스트라이크 전까진 상대 투수의 구종을 잘 살펴봐야 하지만, 그 이후에는 과감하게 선택하는 게 중요하다. 되도록 빠르게 승부하는 게 좋은 결과를 낼 확률이 높다”라고 했다. 양 감독이 수년간 현장에 몸 담으면서, 그리고 타자들과의 스킨십을 통해 생긴 지론.
양 감독은 “타자라면 타격 결과를 떠나서 자신만의 확고한 생각이 있어야 한다”라고 했다. 이를 바탕으로 지도자와의 효율적인 스킨십을 통해 기술적인 성장을 극대화할 수 있다. 양 감독이 타자들에게 질문하는 근본적인 이유다.
[양상문 감독.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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