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원주 김진성 기자] 알고 보니 환상의 조합이었다.
냉정히 말해서, 아이라 클라크는 정규시즌서는 모비스의 계륵이 아니라 구멍이었다. 모비스 특유의 조직력에 전혀 적응하지 못했다. 이미 불혹을 넘긴 나이. 클라크의 농구 시계도 멈출 때가 됐다는 혹평이 뒤따랐다. 하지만, 유재학 감독은 좀 다른 말을 했다. “지금 저러는 건(기대 이하의 모습) 체력이 떨어져서가 아니라 몸이 덜 만 들어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당시만 해도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하지만, 플레이오프와 챔피언결정전서 유 감독의 말은 또 다시 맞아떨어졌다. 정규시즌서 외곽에만 겉돌던 클라크가 LG와의 4강 플레이오프 5차전 4쿼터에만 9점을 몰아치며 맹활약했다. 당시 클라크의 활약이 없었다면 모비스의 챔피언결정전 진출은 장담할 수 없었다.
이는 동부와의 챔피언결정전 맹활약 예고편이었다. 클라크는 챔피언결정전 4경기서 펄펄 날았다. 특히 2차전서는 17점을 올리며 8점에 그친 리카르도 라틀리프보다 더 나은 경기 지배력을 선보였다. 유 감독은 당시 라틀리프가 3쿼터 초반 파울트러블에 걸리자 클라크를 투입했고, 클라크는 경기 막판까지 건실한 활약을 선보이며 모비스의 완승을 이끌었다. 본래 힘이 좋은 클라크가 힘이 뚝 떨어진 김주성, 윤호영을 체력적으로 압도했다. 어깨 부상으로 고군분투한 데이비드 사이먼에게도 결코 밀리지 않았다.
클라크가 챔피언결정전 내내 맹활약을 선보이자 라틀리프의 부담감도 한결 줄어들었다. 라틀리프는 젊긴 하지만, 정규시즌 내내 사실상 상대 외국인선수 2명과 맞서 싸우며 체력적 부담이 컸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챔피언결정전서 클라크가 제 몫을 해내면서 라틀리프도 필요한 상황에만 힘을 쏟으면 됐다. 자연스럽게 라틀리프의 효과적인 활용으로 이어졌다. 외국인선수 시너지효과가 나타났다는 의미.
사이먼은 전자랜드와의 4강 플레이오프 5차전서 어깨를 다쳤지만, 챔피언결정전서 라틀리프에 그렇게 밀리지 않았다. 이 부분을 절묘하게 클라크가 메워냈다. 유재학 감독은 동부가 앤서니 리처드슨을 투입할 때 철저히 클라크를 투입했다. 외곽 수비가 가능한 클라크가 힘을 바탕으로 리처드슨을 압박하는 효과가 있었다. 클라크는 공격에서는 골밑 수비가 좋지 않은 리처드슨을 압도했다. 그리고 힘을 비축하고 나온 라틀리프가 승부처에서 힘을 내면서 동부와의 힘 싸움 완승으로 이어졌다. 지난 두 시즌에 비해 올 시즌 공격력이 일취월장한 라틀리프는 유 감독의 믿음에 완벽하게 보답했다.
KBL 외국인선수 규정에 따라 라틀리프와 클라크 모두 다음 시즌 KBL 복귀가 불투명하다. 하지만, 역사는 기억할 것이다. 라틀리프-클라크 조합은 모비스의 프로농구 최초 챔피언결정전 3연패를 이끈 황금 외국인선수 조합이라는 사실을.
[라틀리프(위) 클라크(아래). 사진 = 원주 송일섭 기자 andlyu@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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