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천년만년 주성이와 함께할 순 없으니까요.”
동부의 시즌 마무리는 허무했다. 챔피언결정전 4연패. 마지막 무대에서 너무 힘을 쓰지 못했다. 그들이 갖고 있는 장점을 전혀 발휘하지 못했다. 동부는 역시 김주성-윤호영-데이비드 사이먼으로 이어지는 골밑 제공권과 수비력이 최대 장점. 하지만, 김주성과 윤호영이 체력저하와 부상으로 흔들리자 그대로 팀 자체가 무너졌다.
김영만 감독은 “주성이가 없을 때를 대비해야 한다. 천년만년 주성이와 함께할 순 없다. 수비도 더 해야 하고 외국인선수 제도가 바뀌면서 멤버 구성을 어떻게 할 것인지도 생각해야 한다”라고 했다. 한 마디로 앞으로 동부 농구 핵심은 ‘김주성 의존도’ 낮추기. 동부가 한국나이 37세의 간판스타 김주성과 서서히 이별할 준비를 시작했다.
▲김주성에게 의존할 수는 없다
4차전. 윤호영이 팔꿈치 부상으로 결장하자 동부 농구의 한계가 드러났다. 데이비드 사이먼이 분전했으나 제공권과 골밑 수비 등에서 모비스에 완벽히 밀렸다. 김주성은 확실히 예전과는 달랐다. 물론 긴 시즌을 치르면서 체력 저하가 눈에 띄긴 했으나, 예전에 비해서 확실히 상대에 타격을 안기는 골밑 득점과 블록슛이 줄어들었다. 본래 전성기에도 센스에 비해 파워가 부족해 포스트업을 즐기진 않았다. 지금은 수비력도 예전만 못하고 중거리슛 정확성도 떨어졌다.
대표팀에서 김주성을 지도했던 모비스 유재학 감독은 “원래 체력이 좋은 스타일은 아니다”라고 했다. 농구관계자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김주성은 서서히 정점에서 내려오기 시작한 듯하다. 하지만, 동부는 여전히 김주성이 빠지면 급격히 흔들리는 시스템을 갖고 있다. 김 감독은 이 시스템에 변화를 주고 싶은 것이다.
▲멤버 구성 변화
다음시즌부터 외국인선수 2,4쿼터 2인 동시 출전이 허용된다. 또 신장제한 부활로 1명은 193cm 이하의 선수만 뽑게 된다. 결국 대부분 팀은 2m대 정통빅맨과 193cm대의 언더사이즈형 빅맨을 뽑을 가능성이 크다. 세부적인 수비전술 발달로 단신 테크니션은 살아남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
동부는 선택의 여지가 있다. 김주성 의존도를 낮춘다고 해도 앤서니 리처드슨 같은 외곽 플레이어를 뽑을 가능성도 충분하다. 물론 그럴 경우 골밑에서 나와 외곽에 머무르는 모습이 습관화된 윤호영의 동선을 골밑쪽으로 조정할 필요는 있다. 대부분 팀이 4쿼터 승부처에 외국인선수 2명의 무차별 골밑 공격을 시도할 게 뻔하기 때문. 일단 김 감독은 “구단과 상의를 해봐야겠지만, FA로 풀리는 윤호영은 같이 가고 싶다”라고 했다.
김 감독은 “주성이가 없을 때를 대비해 빠른 농구를 해야 한다. 트리플 타워를 쓰지 못할 때를 준비해야 한다”라고 했다. 동부와는 그동안 어울리지 않았던 스피드를 앞세운 농구를 해야 한다는 것. 허웅, 두경민, 안재욱 등 발 빠른 가드들이 있다. 잠재력은 좋지만, 슈팅 정확성이 떨어지고 세부적인 공수 테크닉도 부족한 부분이 있다. 김주성 의존도를 낮추면서 윤호영과 외국인 빅맨 위주의 농구를 하더라도 젊은 가드들의 업그레이드는 반드시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멤버 변화가 필요하다면 구단과 상의하겠다는 게 김 감독 입장이다.
▲수비력 강화
올 시즌 재미를 본 특유의 수비조직력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김 감독은 “디테일한 수비력을 보완해야 한다”라고 했다. 김 감독이 올 시즌 사용한 지역방어는 복잡했다. 매치업 존이긴 했는데 상황에 따라 존을 허물고 자신이 맡은 공격수를 끝까지 따라가는 케이스도 있었다. 확실한 건 예전 드롭 존 같은 김주성의 활동량을 기반으로 한 수비에선 탈피했다는 점. 올 시즌 동부의 지역방어 역시 김주성의 골밑 방어력이 중요했다. 그러나 김 감독이 올 시즌 드롭 존을 거의 사용하지 않은 건 더 이상 김주성이 예전처럼 앞선과 골밑을 오가며 상대 공격수를 봉쇄하는 게 불가능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젊은 가드들은 많이 성장했다. 3~4차전서 적극적인 수비와 돌파력을 선보인 허웅은 단연 눈에 띄었다. 김주성 의존도를 줄이면 이들의 비중이 높아지게 된다. 결국 스피드를 앞세운 농구를 덧씌워야 한다는 게 김 감독 생각. 그는 “좀 더 열심히 하면 훌륭한 선수가 될 것”이라며 허웅을 칭찬했지만, “아직 파워와 수비력이 약하다”라고 지적했다. 김 감독은 “농구는 수비가 기본”이라고 강조했다. 아직 젊은 가드들은 발은 빨라도 테크닉은 부족한 편이다. 이들이 양동근을 봉쇄하지 못한 이유이기도 했다.
김 감독은 “선수들은 잘 했다. 내가 부족해서 (챔프전)졌다”라고 했다. 하지만, 김 감독은 올 시즌 좋은 지도자로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2년간 하위권에서 전전했던 동부를 정규시즌 준우승에 이어 챔피언결정전 준우승까지 이끈 공로는 인정받아야 한다. 이젠 김주성 의존도를 낮추면서 리빌딩에 돌입해야 하는 상황. 김 감독과 동부는 또 다시 시험대에 오른다.
[김주성(위), 김영만 감독(가운데), 허웅(아래). 사진 = 원주 송일섭 기자 andlyu@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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