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양동근은 현역 레전드다.
한국농구는 지난해 인천 아시안게임서 남녀 동반 금메달을 딴 뒤 표류하고 있다. 아시안게임 금메달 열기를 2014-2015시즌으로 이어가지 못했다. 여러 문제가 있었다. 코트 밖에서 행정을 도맡는 일부 사람들의 이해할 수 없는 행보, 코트에서 맡은 임무에 최선을 다해야 하는 일부 감독, 선수, 심판들의 실망스러운 모습에 팬들이 염증을 느꼈다. 특히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서 KBL을 비난하는 플래카드가 등장한 건 충격적이었다.
그런 점에서 모비스 양동근(34)은 참 특별하다. KBL 불신시대에 팬들을 실망시킨 적이 거의 없다. 2004-2005시즌 입단 이후 9시즌동안 큰 부상 없이 거의 전 경기를 뛰었다. 9시즌 평균출전시간이 34분3초. 평균 12.6점에 5.1어시스트 1.6스틸. 기록은 평범해 보이지만, 정규시즌 MVP 2회, 챔피언결정전 MVP 3회로 MVP만 5회 수상했다. 챔피언결정전 우승 반지만 5개. 그만큼 그의 활약은 묵직했고, 비범했다. 모비스가 꼭 필요로 할 때 하이라이트 필름을 장식했다. 성실근면의 대명사라는 수식어로는 부족하다. 이젠 KBL 현역 레전드 반열에 올라섰다.
▲정말 타고난 철인일까
미스터리하다. 한국나이 35세의 양동근과 37세의 김주성의 체력 격차. 30대 중, 후반의 농구선수에게 2살 차이는 엄청나다. 그렇다고 해도 체력저하가 눈에 띄었던 김주성에 비해 20대처럼 팔팔하게 뛰어다닌 양동근은 확실히 연구대상이었다. 동부는 챔피언결정전서 끝내 양동근을 잡아내지 못했다. 결국 챔프전은 양동근 시리즈였다.
양동근은 “특별한 비결은 없다. 잘 먹고, 잘 자는 것밖에 없다. 아버지가 군인 출신이셨다”라고 했다. 기본적으로 철저한 웨이트트레이닝과 트레이너의 도움을 받지만, 강철 체력이 타고난 부분이 있다는 것. 여기에 특유의 강인한 정신력과 집중력이 결합돼 빡빡한 일정이 이어지는 포스트시즌서도 꾸준한 경기력을 발휘했다.
그런데 “절박함”이란 단어를 보탰다. 양동근은 “항상 절박한 심정으로 농구를 했다. 부유하게 자라지 못했다. 농구를 그만둘 뻔한 적도 있었다. 남들이 잘하는 게 있으면 그걸 보고 계속 연습했다. 독기가 있었다”라고 했다. 놀랍다. 양동근 정도의 레벨에 오른 선수가 절박함을 갖고 뛰는 건 쉽지 않다. 농구선수이기 이전에 사람. 정상에 오르면, 느슨해지는 게 사람의 본성. 하지만, 양동근은 빈틈을 절박함으로 채워왔다. 실제 최근 1~2년전 양동근의 경기력이 여전히 좋긴 해도 20대만큼은 못하다는 일각의 평가가 있었다. 하지만, 올 시즌 양동근의 경기력을 본 농구관계자들은 누구도 토를 달지 않았다. 모두 엄지손가락을 세웠다. 지금도 양동근은 만족하지 않는다. “패스도 못하고 드리블도 못한다”라고 했다. 약간의 불만족도 허용하지 않는다. 그래서 현역 레전드다.
▲언제까지 뛸까
양동근의 무한 체력과 스피드는 언제까지 발휘될까. 유재학 감독은 “5년은 더 뛸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양동근은 “모르겠다”라고 했다. 그는 “일단 모비스와의 계약이 내년까지다. 내년까지는 최선을 다해서 뛸 것이다. 그 이후엔 모비스가 계약을 하자고 하면 하는 것이고, 부상을 당하거나 체력이 급격히 떨어지면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것”이라고 했다.
자신에게 놀랍도록 냉정했다. 양동근은 “예전만큼의 기량이 나오지 않는데 5~10분 뛰려고 현역 생활을 연장하고 싶진 않다. 1분 더 뛴다고 팀에 보탬이 될까. 그건 아니다. 내가 기량이 떨어졌는데 선수 생활을 고집하면 다른 누군가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일 뿐”이라고 했다. 이어 “쇠퇴기가 오면 진지하게 감독님, 구단과 상의를 할 것”이라고 했다.
유 감독도 비슷한 코멘트. 그는 “리빌딩을 한다고 동근이에게 20분을 뛰게 한다면 지금 그 경기력이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본래 40분 내내 뛰는 것에 특화됐다. 출전시간이 줄어든다면 오히려 컨디션, 경기력을 유지하는 게 쉽지 않다고 내다봤다. 유 감독은 “동근이가 리빌딩 중심을 잡아줘야 한다”라고 했다. 다만, 언젠가 모비스도 양동근 없는 시대를 준비해야 하고, 양동근을 대신할 선수도 필요하다. 양동근이 있을 때 양동근의 후계자를 키우려면 출전시간에 대한 고민 혹은 양분은 유 감독이 풀어야 할 숙제다.
▲양동근을 배워라
양동근은 농구 재능이 타고난 편은 아니다. 실제 그에겐 여전히 이상민 김승현 같은 화려한 패스는 찾아볼 수 없다. 하지만, 절박함과 독기 속에 철저한 노력과 연구로 경기운영, 패스능력 모두 KBL 최상급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그리고 철저한 몸관리로 특유의 속공전개와 마무리, 수비력을 유지, 무결점 스타로 군림하고 있다. 심지어 겸손하고 예의 바르다는 소문이 자자하다.
국내에는 여전히 재능이 좋은 선수가 많다. 하지만, 재능을 꽃피우지 못하고 단명하는 선수가 너무나도 많다. 갖가지 사연이 있지만, 가장 큰 문제는 선수 본인의 노력 부족이다. 독기가 부족하거나 주위의 좋지 않은 유혹을 이겨내지 못한 채 자신과의 싸움서 지는 경우가 많다. 이는 고스란히 한국농구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졌다.
양동근 정도면 후배들에게 잔소리 한마디 해도 되지 않을까. 하지만, 그는 “얘기한다고 들을 것 같으면 벌써 했다”라고 했다. 다만 그는 “3~5분 정도 뛰는 선수들이 출전시간에 불만을 갖지 말고 자기 자신을 먼저 알아야 한다. 농구선수가 40분 내내 뛰는 건 행복한 것”이라고 했다. 양동근은 “못 알아듣는다면 그 선수의 그릇은 거기까지인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농구에 관해서 철저하고 냉정하다. 결국 프로는 남이 아닌 자신과의 싸움.
부질 없는 가정. 한국농구에 양동근 같은 선수가 몇 명 더 있다면 어떨까. 국제경쟁력과 KBL 흥행이 얼마나 올라갈 것인지는 알 수 없다. 다만, 한국농구 불신시대에 프로다운 프로농구, 보통 사람에게 희망을 주는 프로농구를 기대할 수는 있을 것이다.
[양동근.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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