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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승길 기자] MBC 월화드라마 '빛나거나 미치거나'를 더 빛나게 한 것은 분명 주연배우 장혁과 오연서의 호연이었다
'빛나거나 미치거나'가 7일 방송된 24회를 끝으로 지난 1월 첫 방송 이후 3개월간의 여정을 마무리했다. 역사대로 왕소(장혁)는 고려 4대 왕 광종이 됐다. 그리고 왕소와 마음을 나눈 신율(오연서)은 세계와의 교역이라는 또 다른 꿈을 이루기 위해 고려를 떠났다. 사랑을 확인했지만 두 사람이 함께 하지는 않는 묘한 엔딩이었다.
▲ 장혁과 오연서가 '빛나거나'
'빛나거나 미치거나'가 방송되는 기간 동안 시청자의 가장 큰 호응을 받은 부분은 장혁과 오연서의 호흡이었다. 극 초반 상대의 얼굴도 모른 채 치룬 혼인과 첫날밤부터 신율이 남장을 했을 때 진행된 남남로맨스, 후반부 위기 속에서 상대를 위해 희생하려 하는 순애보까지. 극 내내 두 주인공의 관계진전은 지지부진했지만 함께 하는 순간만큼은 애정표현을 망설이지 않는 이들의 로맨스는 극의 두 자리 수 시청률을 이끈 큰 요소 중 하나였다.
물론 극 초반에는 왕소의 너털웃음과 신율의 씩씩함이 두 사람의 전작인 MBC 드라마 '운명처럼 널 사랑해'와 '왔다 장보리'에서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지적도 있었다. 하지만 180도 변신하지 않았다고 해서 빛나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호탕한 상남자와 운명을 개척해나가는 캔디는 그만큼 장혁과 오연서가 가장 잘 소화할 수 있는 캐릭터였고 왕소는 이건만큼이나 로맨틱하고 섬세한 고려 로맨스남으로, 신율은 보리만큼이나 자신의 운명에 당당한 발해 신여성으로 표현될 수 있었다.
▲ 뻔한 전개는 '아쉽거나'
하지만 배우들의 호연을 더 빛나게 하지 못한 뻔한 구성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빛나거나 미치거나'가 주인공으로 선택한 고려 광종은 제작진도 첫 방송을 앞두고 짚었듯 왕권강화를 위한 개혁의 성과와 그로 인한 숙청의 암이 명확하게 대비되는 매력적인 인물이었다. 상대적으로 남성이 주가 될 수밖에 없는 사극의 한계 속에서 신율 캐릭터 또한 청해상단의 실질적인 지도자로서 마음에 품은 정인에게 천하를 안겨주기 위해 활약하는 매력적인 여성상으로 설정됐다. 이뿐 아니라 고려의 부흥 속에 살아가는 몰락한 발해의 공주, 왕건의 혼인정책으로 인해 저마다 강력한 외가를 등에 업고 있는 왕자들의 암투 등 극이 지향하는 바에 따라 흥미롭게 사용될 수 있는 재료도 풍성했다.
그러나 이러한 잠재력에도 '빛나거나 미치거나'는 남장한 여주와 그를 알아보지 못하는 남주, 반복되는 위협과 극적인 탈출, 여주인공의 납치와 남주인공의 구출, 대미를 장식하는 정적의 반란과 싱거운 진압 등 MBC 퓨전사극의 오랜 공식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고려와 발해라는 거대한 설정을 두고도 초반부 갈등이 남장 로맨스에, 후반부 갈등이 혼인 숨기기에 머물러있었다는 점도 아쉬움이었다.
▲ 시청률은 분명 '빛났다'
그럼에도 분명한 것은 '빛나거나 미치거나'가 시청자들의 큰 사랑을 받은 작품이었다는 사실이다. 지난 1월 19일 첫 회 시청률 7.9%(이하 닐슨코리아 전국기준)로 출발한 작품은 4회만에 10.2%를 기록하며 두 자리 수 시청률을 기록했고, 강력한 경쟁자였던 SBS 드라마 '펀치'가 종영한 직후인 2월 24일에는 자체최고시청률인 14.3%라는 성적을 거뒀다.
[배우 장혁(왼쪽)과 오연서. 사진 = MBC 방송화면 캡처]
이승길 기자 winning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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