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걱정이 현실화됐다.
두산 잭 루츠는 트리플A 통산 308경기 출전, 타율 0.295 42홈런 192타점을 올린 수준급 타자. 2012년과 2013년엔 메이저리그 뉴욕 메츠서 뛰면서 가능성을 인정 받았다. 아직 만 29세의 나이도 매력적이다. KBO리그 적응을 빨리 할 경우 롱런할 가능성이 있다. 실제 애리조나와 미야자키로 이어진 스프링캠프도 성실하게 소화했다.
김태형 감독은 일찌감치 루츠를 4번 3루수로 쓸 생각을 굳혔다. 한 가지 걱정거리는 루츠의 내구성. 그는 지난해 일본프로야구 라쿠텐에서 15경기만에 몸에 맞는 볼로 부상, 더 이상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과거 마이너리거 시절에도 팔, 햄스트링 등 부상이 잦았다. 아무리 좋은 능력을 갖고 있다고 해도 부상으로 뛰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
▲부상의 덫
두산은 루츠의 일발장타력, 3루와 1루 수비가 동시에 가능한 점을 높게 평가했다. 당연히 몸 상태에 이상이 없다는 걸 확인한 뒤 영입을 결정했다. 실제 루츠는 애리조나 스프링캠프부터 남들보다 30분 일찍 그라운드에 나와 훈련을 준비했다. 그라운드에 떨어진 공도 줍는 등 팀 융화에 적극적이었다. 김태형 감독의 신뢰는 깊어졌다.
그러나 막상 시즌에 돌입하자 부상을 호소한다. 5일 부산 롯데전서 송승준에게 투런포를 날렸다. KBO리그 첫 홈런. 그러나 이후 허리 통증으로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7일 잠실 넥센전서 결장했고, 8일에도 도저히 경기에 나설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결국 김 감독은 루츠를 1군에서 말소했다. 주사도 맞고 몸을 추스르는데 1주일 정도 걸릴 것이라는 예상. 1군에서 빠진 뒤 열흘간 푹 쉬는 게 낫다고 봤다.
▲극복법은
문제는 두산 타선에 루츠 의존도가 높다는 점. 타선의 중심인 4번 타자가 아파서 자리를 비우는 건 중심타선의 힘 약화는 물론, 팀 분위기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루츠가 빠지면 4번에 들어설 마땅한 타자도 없다. 지난해 호르헤 칸투도 은근히 잔부상으로 관리가 필요한 타입이었는데, 2년 연속 외국인타자의 내구성에 전전긍긍하게 됐다.
일단 김 감독은 5번 홍성흔과 6번 오재원을 차례로 끌어올리는 방법을 택했다. 두 사람은 부동의 3번타자 김현수와 클린업트리오를 형성했다. 7~8번 양의지와 김재환도 한 타순씩 올라와 6~7번을 형성. 대신 8번에 대체 3루수를 집어넣었다. 7일 경기서는 넥센 좌완 라이언 피어밴드를 상대하기 위해 김진형이 나섰고, 8일 경기서는 우완 김대우를 공략하기 위해 최주환이 나섰다. 두 사람은 루츠가 돌아올 때까지 플래툰 3루수로 기용된다. 수비력만 보면 루츠보다 더 나은 부분도 있다.
7일 경기서는 마운드가 무너지면서 루츠 빠진 타선의 위력을 점검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했다. 8일 경기서 홍성흔이 2안타 2타점을 기록하며 루츠의 4번 공백을 최소화했다. 결정적으로 루츠 대신 3루수로 나선 최주환이 8번 타순에서 3안타 2득점으로 맹활약했다. 7일 경기서도 경기 도중 출전, 2안타 2타점을 기록했다. 김 감독은 최주환이 좌완에 상대적으로 약점을 보인다고 판단, 강점을 극대화하기로 했다. 한편으로 강력한 두산 야수진의 단면이 드러난 대목.
문제는 그 다음이다. 루츠가 1군에 돌아온 뒤 다시 부상으로 빠지지 않는다는 법이 없다. 장기적으로는 무조건 손해. 김 감독은 "루츠가 있는 것과 없는 것은 천지차이"라고 했다. 설령 안타 1개를 치지 못하더라도 라인업에 버티고 있어야 상대에 위압감을 줄 수 있다는 것. 허벅지 부상으로 출전과 결장을 반복 중인 톱타자 민병헌 케이스와는 다르다. 두산에 발 빠른 타자가 많아 민병헌 공백은 최소화할 수 있다. 하지만, 루츠의 공백은 장기적으로 팀 장타력 감소로 이어진다. 가뜩이나 두산은 장타력이 고민인 팀. 베테랑 홍성흔에게 4번을 오래 짊어지게 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투타 주전들의 줄부상으로 버티기 모드에 들어간 두산. 루츠의 몸 상태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루츠.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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