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마야의 간절함이 통했다.
두산 유네스키 마야의 노히트노런. 9일 잠실 넥센전서 나온 KBO리그 통산 12번째 대기록이었다. 두산 소속으로는 1988년 4월2일 장호연 이후 2번째 기록. 외국인선수로도 지난해 6월27일 찰리 쉬렉(NC, 잠실 LG전)에 이어 2번째 기록. 마야 개인적으로도 생애 첫 노히트 게임이었다.
마야는 9회말 2사2루 위기서 유한준을 헛스윙 삼진으로 잡아내면서 마침내 노히트노런을 완성했다. 포효한 마야는 만세를 외치며 달려온 포수 양의지와 뜨겁게 포옹했다. 이후 자신을 축하하기 위해 마운드에 올라온 동료들 속에서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그는 "많은 생각이 떠올랐다. 눈물 밖에 안 나왔다"라고 했다.
▲김태형 감독이 확인한 마야의 간절함
김태형 감독은 8회 2사 후 마야의 교체를 고려했다. 김 감독은 직접 마운드에 올라갔다. 충분히 그럴 수 있었다. 노히트가 이어졌지만, 스코어가 1-0이었다. 홈런 한 방에 언제든 동점이 될 수 있는 상황. (실제 역대 1-0 노히트는 12회 중 단 2차례.)
마야는 2회 1사 후 7회 2사까지 연이어 범타 처리한 뒤 박병호에게 볼넷을 내줘 순간적으로 흔들렸다. 윤석민에겐 초구 좌익수 뜬공을 유도했으나 굉장히 잘 맞은 타구. 결정적으로 8회 2사 후 마야의 투구수가 114개였다. 마야의 이날 전 KBO리그 한 경기 최다투구가 115구(2014년 8월 24일 잠실 NC전, 9월 13일 부산 롯데전)였다는 걸 감안하면 김 감독으로선 마야의 상태를 점검할 필요가 있었다.
그러나 김 감독은 마야를 교체하지 않고 마운드에서 내려갔다. 그는 통역을 통해 마야에게 "투구수가 많은데?"라며 투구 의사를 물었다. 그러자 마야는 김 감독에게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김 감독은 마야의 의사를 단번에 알아차렸다. 그는 "마야의 눈을 쳐다보니 도저히 바꿀 수 없었다"라고 했다. 눈빛만으로 노히트를 향한 마야의 간절함을 알아차렸다는 것. 결국 김 감독은 그 순간 마야로 경기를 끝내기로 마음을 굳힌 듯했다. 김 감독은 마야가 9회 선두타자 임병욱에게 볼넷을 내줬을 때에도, 2사 2루서 강타자 유한준을 상대했을 때에도 마무리 윤명준을 투입하지 않았다. 사실 그 상황에선 마야를 빼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했다.
▲시몬의 기를 받았다
두산이 초청한 시구자가 특별했다. 2014-2015시즌 남자프로배구 OK저축은행의 창단 첫 우승을 견인한 외국인선수 로버트랜디 시몬이 마운드에 올랐다. 시몬이 시구에 나선 건 마야와의 인연이 큰 역할을 했다. 두 사람 모두 쿠바 출신. 마야가 시몬보다 6살 많은 형. 두산 관계자에 따르면 두 사람은 평소 '절친'이다.
마침 일정도 기가 막히게 맞아떨어졌다. 두산 관계자는 "마야 선발 등판 날짜에 시몬의 시구를 맞췄다"라고 했다. 시몬은 8일 V리그 시상식을 끝으로 한국일정을 마무리했다. 그리고 9일 마야가 선발 등판한 경기에 홀가분하게 시구자로 나섰다. 시몬은 시구 이후 마야와 포옹을 나눴다. 경기 후 한 야구관계자는 "시몬이 마야에게 우승의 기운을 전달한 것 같다"라고 웃었다. 실제 마야는 "시몬이 시구 후 나를 안아주면서 '너는 공격적인 투수다. 쿠바에서 하던대로 하면 잘 될 것이다'라고 했다. 시몬이 시구를 한 게 긍정적인 결과를 낳았다"라고 말했다. 마야로선 시몬의 방문이 심리적인 안정감 향상에 확실히 도움이 된 듯하다.
▲ 사상 첫 노히터+사이클링히트 동시 작성
마야와 두산이 대기록에 감격스러워 했을 때, 광주에서도 대기록이 수립됐다. NC 에릭 테임즈가 KBO리그 17번째 사이클링히트를 달성한 것. 사이클링히트는 노히트노런보다는 5차례 더 많이 나온 기록이지만, 어쨌든 흔히 구경할 수 있는 기록은 아니다. 테임즈는 1회와 3회 2루타, 4회 홈런, 7회 단타를 날린 뒤 9회 마지막 타석에서 KIA 임준섭을 상대로 3루타를 날렸다. 테임즈의 타구는 1루수 브렛 필의 몸을 맞고 굴절됐다. 극적인 사이클링히트.
더 놀라운 건 KBO리그 34년 사상 처음으로 노히트노런과 사이클링히트가 같은 날에 나왔다는 점. 지난 33시즌 동안 두 대기록은 모두 다른 날에 작성됐다. 두 대기록을 합쳐도 29차례에 불과하다. 둘 다 한 시즌에 한번도 나오기 힘든 기록이란 의미. 당연히 두 기록이 하루에 동시에 작성될 확률은 더욱 떨어지는 게 정상. 그러나 야구는 팬들에게 종종 상식을 벗어난 놀라움을 선사하기도 한다.
[두산 마야. 사진 = 잠실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