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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한국 주말극의 고질적 문제를 고스란히 답습한 MBC '장미빛 연인들'(극본 김사경 연출 윤재문)이었다.
12일 종영한 '장미빛 연인들'은 시청자들을 답답하게 하는 전개로 52부작을 채웠다. 많은 주말극에서 지적 받아온 느슨한 개연성과 극단적 설정은 '장미빛 연인들'도 어긋나지 않았다.
남자주인공 박차돌(이장우)부터 주말극의 빠질 수 없는 필수 설정 '출생의 비밀'이었다. 주말극 주인공답게 무조건 착하기만 한 성품도 제대로 갖췄다. 자신과 아기를 버린 백장미(한선화)를 다시 받아준 것은 물론 이를 말리는 가족들의 말은 들으려 하지 않았다. 사랑으로 포장하기에는 차돌의 모습은 과거를 잊은 듯 고집스러웠다. 사업을 펼쳐나가는 과정도 당하기 일쑤에 이해할 수 없는 선택만 반복해 사업 성공이 목표가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지나치게 착해서 미련스럽기까지 한 주인공은 차돌 이전에도 여러 주말극의 공통 사항이었다. 시청자들도 결말쯤 다다르면 마냥 착하기만 한 주인공에 고개를 끄덕이는 대신 답답함을 토로하는 게 일상이 된 지 오래다.
극단적 캐릭터의 자극적 악행도 빠지지 않았다. 딸을 버리고 도망가놓고선 뒤늦게 돌아와 엄마 역할을 하겠다던 장미의 뻔뻔한 모습이 대표적이고, 각각 남편과 딸에 집착하는 고연화(장미희)와 백만종(정보석)도 비이성적인 행동을 일삼아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인간의 내면과 인생의 가치에 대한 깊은 성찰이나 탐색을 기대하는 건 '장미빛 연인들'에서도 무리였다.
걸핏하면 등장하는 교통사고는 '장미빛 연인들'의 한계를 적나라하게 노출한 셈이었다. 툭하면 발생하는 우연한 상황이 극의 큰 흐름을 이끈다는 건 그만큼 우연이 아니고서는 극을 설득력 있게 이끌어갈 능력이 없다고 인정한 꼴이기 때문이다.
'막장 드라마' 비판에도 여전히 식을 줄 모르는 막장 드라마의 반복은 한국 드라마 발전의 심각한 걸림돌로 지적된다. 그럼에도 제작사나 방송사 관계자들은 흔히 "현실에는 더한 일도 있기 때문에 드라마가 현실을 반영했을 뿐이다"고 해명하는데, 도리어 막장 드라마가 현실에 악영향 주는 것 아닌지 되돌아 볼 일이다.
시청률은 첫 회가 13.3%(이하 닐슨코리아 전국기준)로, 50회 때 자체최고시청률 28.9%를 기록했다.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MBC 방송 화면 캡처]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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