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민병헌의 시즌 초반은 좋지 않다.
두산이 치른 12경기 중 4경기에 결장했다. 출전한 8경기 중 온전히 주전으로 나선 경기는 5경기. 허벅지 부상 탓이다. 1일 대전 한화전서 8회 2루타를 때리고 주루 도중 왼쪽 허벅지에 통증을 느꼈다. 2일 대전 한화전서 결장했다. 3일 부산 롯데전, 9일 잠실 넥센전서 선발로 나섰으나 나머지 경기는 모두 대타로 나섰다.
김태형 감독은 "본인은 괜찮다고 하는데 내가 보기엔 그렇지 않다"라고 했다. 대타로 나서는 걸 보면 타격은 큰 지장이 없다. 하지만, 순간적으로 많은 활동량이 필요한 수비(우익수)는 결코 쉽지 않다. 적극적인 주루도 불가능하다. 또한, 대체자원 정진호와 국해성이 예상 외로 잘하고 있다. 아직은 시즌 초반. 김 감독은 민병헌을 무리하게 선발라인업에 집어넣을 생각이 없다. 사령탑 입장에선 당연하다. 10~11일 잠실 LG전 연이틀 결장. 12일 경기서 대타로 한 타석만을 소화했다.
▲강력한 출전의지
어차피 100% 컨디션으로 경기에 나서는 선수는 많지 않다. 대부분 선수는 조금 아파도 참고 경기에 나가고 싶어 한다. 민병헌도 마찬가지다. 경기 전 연습은 거의 정상적으로 소화한다. 뛰는 양은 조금 줄었지만, 겉으로 볼 땐 큰 이상은 없는 듯하다. 민병헌은 줄곧 "경기에 나설 수 있다"라고 말한다.
그는 지난해 생애 최고의 활약을 선보였다. 톱타자로 자리매김하면서 타율 0.345, 12홈런 79타점 85득점 16도루를 기록했다. 전형적인 톱타자가 아닌, 사실상 중심타자에 가까울 정도로 묵직한 한 방을 뽐냈다. 군 제대 이후 2년 연속 3할을 때렸다. 나이와 경험을 볼 때 최전성기에 접어들었다고 보면 된다. 타격에 관해선 누구보다 자신감이 있다. 경기 출전의지가 남다르다.
이유가 있다. 그만큼 준비를 많이 했다. 민병헌은 "원래 연습을 많이 하는 편이다. 나보다 연습을 많이 하는 선수는 드물 것이다"라고 자신했다. 이어 "아파도 타격이 안 되는 건 아니다"라고 했다. 실제 민병헌은 8일 잠실 넥센전서 6-3을 앞선 6회 대타로 등장, 넥센 김영민에게 결정적인 스리런포를 날려 이름값을 톡톡히 했다. 그는 "아프다고 쉬고 준비를 제대로 못했다면 절대 홈런을 치지 못했을 것"이라고 돌아봤다. 민병헌은 그동안의 준비와 훈련한 것이 억울해서라도 경기에 꼭 나서고 싶다.
▲야구는 몸으로 한다
민병헌이 경기에 나서야 하는 당위성이 또 있다. 그는 "야구는 머리로 하지만, 몸으로 하는 것이기도 하다"라고 했다. 무슨 의미일까. 그는 김영민에게 빼앗은 대타 스리런포를 떠올리며 "나도 모르게 스윙이 그렇게 된 것이다. 폼을 생각하고 친 게 아니다. 공을 확인하고 스윙한 것도 아니다. 그저 공이 날아오니까 몸이 반응했던 것"이라고 회상했다.
한 마디로 감각적으로 스윙을 했다는 의미. 이틀 쉬고 출전한 12일 LG전 8회 2사 1,3루서도 정찬헌을 상대로 볼카운트 2B2S서 연이어 볼을 골라내 볼넷으로 출루한 뒤 대주자 양종민과 교체됐다. 이 역시 민병헌의 이론에 따르면 감각적으로 볼을 골라낸 것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많은 훈련을 통해 몸이 스스로 반응하는 수준에 이르렀다는 게 민병헌 설명의 핵심.
민병헌은 "천재가 아니라면 머리로만 하는 야구는 한계가 있다. 야구는 몸으로 익혀야 한다"라고 했다. 모든 타자는 시즌을 준비하면서 타격코치의 조언 속에 타격 매커니즘을 꼼꼼히 체크한다. 잘못된 부분을 최소화하고 강점을 극대화해 자신에게 맞는 최상의 타격폼을 완성한다. 하지만, 타석에서 머리로 그 좋았던 폼을 의식하고 타격하는 건 아니라는 게 민병헌의 설명. 그만큼 연습을 많이 하면, 가장 좋은 폼이 자연스럽게 나온다는 의미. 대타 스리런포도 그렇게 나왔다.
민병헌은 "연습밖에 없다. 스윙을 많이 해봐야 최상의 폼을 몸이 기억한다"라고 했다. 실제 머리로 기억하지만, 정말 많이 연습하면 자연스럽게 나온다. 야구뿐 아니라 다른 스포츠도 마찬가지. 그는 "결국 야구는 멘탈싸움이다. 누구나 타석에선 긴장한다. 긴장감을 이겨낼 정도로 연습해야 한다"라고 했다. 민병헌은 아직도 타석에 들어서면 떨린다고 한다. 그때 평정심을 잃거나 과도한 긴장으로 좋았던 폼을 잃어버릴 수 있다. 실제 신인이나 저연차급 선수들이 시범경기서 잘하다가도 막상 정규시즌서 생각만큼 활약하지 못하는 건 이런 이유도 있다. 하지만, 민병헌은 그럴 단계는 지났다. 어느덧 연차도 제법 쌓였고, 또 누구보다 훈련을 많이 하면서 긴장감을 이길 수 있을 정도로 자신만의 야구관이 생겼다.
그는 "허벅지와 허리 통증은 달고 살아야 할 것 같다"라고 했다. 몸을 생각하면 분명 훈련량을 조절해야 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몸으로 야구하는 민병헌으로선 그 좋았던 감각을 유지하기 위해 연습량을 줄이는 게 쉽지 않다. 이 부분은 딜레마다. 시즌을 치르면서 적절히 조절할 수밖에 없다. 민병헌의 경기출전 의지가 높은 것도, 김 감독이 민병헌을 말리는 것도 이유가 있다.
[민병헌.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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