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마이데일리 = 허설희 기자] (인터뷰①에 이어) 뮤지컬 '마마, 돈 크라이'(이하 '마돈크') 무대에 서고 있는 2015년, 송용진은 벌써 데뷔 17년차가 됐다. 1999년 뮤지컬 '록햄릿'으로 데뷔해 뮤지컬계에 새로운 매력을 발산한 그는 세월이 지나도 여전한 인기를 얻으며 '인기 뮤지컬배우'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인기에 젖어 있었다면 이렇게 오래 사랑 받지도 못했을 것이다. 무대를 쉽게 생각하지 않았고 관객들에게 빚을 졌다는 마음으로 작품에 임했다. 물론 젊은 시절 인기에 취해 있기도 했지만 순간이었다. 송용진은 배우로서 자신이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하는지를 잘 아는 똑똑한 사람이었다.
무대 위 송용진은 에너지가 상당하다. 특히 '마돈크'는 2인극이지만 송용진이 연기하는 프로페서V의 모놀로그 형식이라 더 에너지가 폭발한다. 송용진은 "소극장이다보니 에너지가 더 가깝게 전달된다"고 운을 뗐다.
"소극장의 장점이 그거예요. 저도 땀 날아가는게 느껴질 정도라 '얼굴에 튀면 어떡하지?' 걱정도 돼요. (웃음) 그 정도로 가까우니까 재미가 있어요. '마돈크'는 관객들과 호흡하는 것도 많잖아요. 관객참여극이라고까진 못하겠지만 소소하게 재미가 있어요. 매일 애드리브로 관객과 소통하는데 데뷔 17년차이니까 얼마나 많은걸 겪었겠어요. 당황스럽지는 않아요. 가끔 당황스러운 상황도 있지만 그 때 또 당황하지 않고 관객과 호흡하는게 재미있어요."
관객과 가까우니 연기 자체도 많이 신경 쓰고 있다. 앞서 밝혔듯 '마돈크'는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어려운 작품이다. 재연과 달리 삼연에서는 기자들이 아닌 한 명의 기자라는 설정이 생겼기에 혼란스럽기도 했다. 관객들을 기자들로 생각했던 재연과 달리 삼연에서는 시점과 말하는 방법부터 달라져 한 달 정도 몸에 익히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헤드윅'이 오히려 쉽다고 느껴질 정도였다.
"아무래도 '마돈크' 재연 스타일이 몸에 있기 때문에 바꾸는데 갈팡질팡 했어요. 다행히 오루피나 연출과 배우들이 많은 아이디어를 줘서 이해를 하고 다 풀었죠. 시대도 왔다 갔다 많이 하니까 말투나 행동도 많이 신경 써야 했어요. 프로페서V가 뱀파이어니까 외모는 젊지만 60년 이상 산 캐릭터로 잡았죠. 젊은 사람에게서 환갑의 사람 말투가 나오는 거죠. 또 뱀파이어로 변한 뒤에는 멋있어야 해요. 이게 또 갓 물렸을 때 멋있음과 현재의 멋있음이 다를 것이고.(웃음) 입체적으로, 시대별로 계산하고 표현해야 하니까 계속 바꿔가는게 참 어려웠어요."
나이는 물론 시대를 계속해서 오가는 프로페서V의 연기 중 제일 힘든 때는 어린 시절 부분이다. "나라고 손발이 안 오글거리겠냐"고 밝힌 송용진은 "연기니까 막 하는건데 이번에 그 부분을 살리려고 고민을 많이 했다"고 털어놨다.
"'조금만 비키세요~ 다들 미안~' 하면서 '슈퍼맨이 돌아왔다' 민국이를 따라하는 것도 고민을 엄청 하고 만들어낸 거예요. 사실 귀여운 남자는 2년 전에도 했었죠. 그 때는 '귀요미송'이 유행할 때라 '1더하기1은 귀요미'를 했었는데 관객 호응을 이끌어낼 수 있는 코미디 요소가 됐죠. 2년이 흘렀으니까 각자 잘 하는 것들을 찾아보자고 했는데 제가 아이를 엄청 예뻐해서 '슈퍼맨이 돌아왔다'를 진짜 좋아해요. 그래서 연습실에서 해봤는데 괜찮다고 해서 하게 됐죠. 요즘엔 사랑이도 해요.(웃음) 이거 하기까지 20개도 넘는 아이디어를 냈어요. 근데 다 안 먹히다가 '슈돌'이 딱이었죠."
귀여운 연기 하나도 허투루 하는 법이 없는 배우였다. "연기에 대해서 내가 얼마나 부족한가를 하면 할수록 느낀다"고 강조한 그는 무대를 무림에 비교했다. 충분히 연습하고 '나는 고수야'라는 마음으로 무림에 나가보면 진짜 고수들이 많아 자신의 존재가 작아진다는 것. 그 사이에서 칼이라도 한 번 휘두르려면 자기 계발을 멈출 수가 없단다.
24살에 데뷔해 '뭐 저런 괴물이 나타났냐'며 주목 받은 것도 다 때를 잘 만났기 때문이란다. 당연하게 여겨지던 뮤지컬 발성이 아닌 일명 '악'으로 노래하는 어린 애가 나타나니 그게 신기했던 것 같다고 자평한다.
"그 때 운 좋게 록 뮤지컬들이 소개되던 때였어요. 록 뮤지컬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다 보니까 운 좋게 잘 불려 다닌거죠. 시대를 잘 만났던 거예요. 그래서 지금도 꾸준히 노력하고 쉬지 않고 해요. 노래도 그렇고 특히 연기적으로 많이 성장하고 싶어서 지금도 끊임 없이 노력하죠. 배우가 롱런하려면 연기를 잘 해야 해요. 다 필요 없고 연기만 잘 하면 되더라고요. 지금도 연기에 대한 목마름이 항상 있어요."
연기에 대한 목마름은 쉽지 않은 작품으로 해결한다. 매번 어려운 작품에 도전하며 스스로를 '3D 역할 전문 배우'라고 부를 정도다. 'Dangerous(위험한)','Difficult(어려운)', 'Dirty(지저분한)', 3D 역할을 맡아 극복해 나가는 과정 속에서 계속 성장해 나가는 것을 느낀다.
"정체되지 않으려고 해요. 나이 먹을수록 더 노력하지 않으면 도태돼요. 몸 관리, 목 관리, 연기 등 도태되지 않으려고 해요. 후배들보다 더 먼저 나와서 몸도 풀고 연습 하고 항상 더 해요. 어릴 때는 잘난 맛에 하기도 했죠.(웃음)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고 경험이 쌓일수록 무대가 정말 무서운 곳이라는 걸 느껴요. 무대 한 번 서는게 정말 어려워요. 예전 같지 않아요. 한 회 한 회 마지막 공연이라 생각하고 올라요."
무대와 관객이 귀하다는 것은 경험으로 느꼈다. 그는 과거 '헤드윅' 공연을 떠올렸다. 템포를 놓쳐 형편 없는 무대를 올린 날이 있었다. 커튼콜에서 창피함에 고개를 들지 못하고 있을 때 눈물을 흘리며 박수를 쳐주는 관객을 봤다. 자신의 거짓 연기에 감동 받아 박수를 치는 관객을 보고 고개도 들지 못하고 울었다. 창피함 때문이었다.
"그 경험을 하고나서는 무대에 함부로 못 서겠더라고요. 거짓말 하면 안 되고 노력한 만큼 박수 받아야 해요. 안 그러면 사기꾼이죠. 어디 가서 배우라고 할 수 없어요. 관객들의 박수는 배우들에게 빚이라고 생각해요. 그 과정에 대한 박수인 거죠. 열심히 준비하지 않았는데 박수를 받는다면 그건 사기꾼이고 도둑놈이에요. 커튼콜도 나가지 말아야 돼요."
진정한 예술인이었다. 연기 뿐만 아니라 밴드, 연출 등 다양한 활동을 하며 인정 받고 자신의 일을 사랑하는 진짜 예술인이었다. "잡귀에 능하면 몸이 피곤하다"며 고개를 내저었지만 안정된 삶보다 도전을 즐기는 예술인이다. 뮤지컬, 밴드, 영화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우른다.
"뭐 하나를 되게 잘 하면 모르겠는데 어설프게 할 줄 아는게 문제죠.(웃음) 지금은 제가 연출하는 세번째 뮤지컬을 쓰고 있는 중이에요. 또 40대 목표는 장편 영화 감독이 되는 거예요. 지금 시나리오 작업 중인데 제가 잘 하는 걸 내세운 뮤지컬 영화, 음악 영화를 한국 시장에 내놓고 싶어요. 40대 목표니까 마흔아홉살에 이룰 수도 있겠죠. 차근차근 꿈 꿀 수 있다는 게 좋아요. 꿈 꾸는 걸 멈추지 않고 뭐든 하고싶어요. 삶의 원동력이 돼요. 하고싶은 게 없다면 비참할 것 같아요. 계속 노력하며 사는 게 큰 즐거움이라 생각해요. 일로 먹고 살 수 있는 것도 감사하죠. 감사한 마음으로 더 열심히 하고 더 새로운 꿈을 꿀 거예요. 이런 일을 할 수 있다는 게 행복해요."
뮤지컬 '마마, 돈 크라이'. 5월 31일까지 서울 종로구 동숭동 대학로 쁘띠첼씨어터. 공연시간 100분. 문의 1577-3363
[뮤지컬배우 송용진. 사진 = 클립서비스 제공]
허설희 기자 husullll@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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