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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곽명동 기자]“새벽 3시, 아무도 모르게 칼스바트를 빠져나왔다. 그렇게 하지 않았더라면 사람들이 나를 떠나게 내버려 두지는 않았을 테니까….”
독일의 대문호 괴테가 쓴 ‘이탈리아 기행’의 첫 문장이다. 그는 베로나, 비첸차, 베네치아, 볼로냐, 피렌체, 로마, 나폴리, 시칠리아 등을 다니며 이탈리아의 고대 건축에 매료됐다. 고전주의 예술작품을 본격적으로 탐구하며 자신의 예술적 지평을 넓혔다.
괴테는 “내가 로마 땅을 밟은 그날이야말로 나의 제2의 탄생일이자 내 삶이 진정으로 다시 시작된 날이라고 생각한다”라고 썼다.
영화도 이탈리아를 사랑한다. 그토록 아름다운 풍광을 어떻게 외면할 수 있겠는가. 어떻게 고대예술의 미학 앞에서 경탄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로마’의 페데리코 펠리니, ‘그레이트 뷰티’의 파올로 소렌티노 등 수많은 영화감독이 로마의 영속성을 스크린에 담아냈다. 영화 ‘로마 위드 러브’의 대사는 진리다. “로마는 시간이 멈춘 도시야. ‘인생무상’을 알게 하는 곳이지.”
▲트립 투 이탈리아-“극장을 나서는 순간 이탈리아 여행을 계획 중일 것이다”
시카고 드리뷴 지의 평가다. 워싱터포스트는 “최고의 휴가! 마법 같이 흘러가는 시간!”이라고 했다. 버라이어티는 “다이내믹 듀오 스티브 쿠건과 롭 브라이든의 고칼로리 이탈리아 투어”라고 엄지를 치켜 올렸다.
‘쥬드’ ‘인 디스 월드’ 등으로 유명한 거장 마이클 윈터바텀이 연출한 영화 ‘트립 투 이탈리아’는 영국의 두 국민배우 스티브 쿠건과 롭 브라이든의 이탈리아 6일 기행을 다룬 작품이다. 스티브 쿠건은 영국아카데미 5회 수상에 빛나고 뛰어난 각본가로도 활약하고 있는 국민배우이고, 롭 브라이든은 대영제국훈장을 받은 성대모사 전문 코미디 배우다.
2010년 영국 북부 레스토랑 투어를 성공적으로 담아낸 BBC TV시리즈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 ‘더 트립’ 이후 다시 뭉친 이들은 ‘전세계인이 한번쯤 꼭 여행하고 싶어하는 나라’로 손꼽는 이탈리아를 여행지로 삼았다. 피에몬테에서 로마, 그리고 카프리까지, 이탈리아의 주요 관광지에서 황홀한 만찬과 아름다운 풍광을 즐기는 두 배우의 모습은 오감을 충족시키는 감동을 전한다. 바이런, 셸리, 키츠 등의 영국문학과 인생에 대한 깊이 있는 대화는 지적 충만함까지 안겨준다. 앨라니스 모리셋부터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교향곡까지 팝과 클래식을 오가는 풍성한 음악의 향연은 이탈리아의 매력을 한층 끌어올린다.
‘트립 투 이탈리아’는 오는 4월 30일 개막하는 제16회 전주국제영화제 ‘월드 시네마스케이프’에 초청됐다. 5월 4일 오후 8시 야외상영장, 5월 6일 오후 2시 30분 CGV 전주효자 1관에서 상영한다. 정식개봉은 6월이다.
▲로마 위드 러브-사랑스러운 로마의 모든 것
뉴요커 우디 앨런 감독이 유럽 프로젝트를 시작했을 때 거장이 담아내는 유럽은 어떤 모습일지 영화팬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매치 포인트’의 런던, ‘내 남자의 아내도 좋아’의 바르셀로나, ‘미드나잇 인 파리’의 파리를 거쳐 그가 도착한 곳은 로마였다.
그는 “도시 그 자체로 하나의 예술작품인, 세상 그 어떤 곳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곳이다. 한 편의 이야기로 풀어내기엔 너무나 굉장한 곳이 바로 로마다”라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로마는 예술품이다. 촬영감독 다리우스 콘지는 콜로세움, 나보나 광장, 트레비 분수, 스페인 광장 등을 와이드 앵글과 파노라마를 적극 활용해 로마의 생명력을 스크린에 담아냈다.
건축가 존(알렉 볼드윈)이 로마의 옛 분위기를 느끼며 추억 속에 잠겼던 트라스테베레, 잭과 모니카(엘렌 페이지)가 몰래 사랑을 속삭였던 보르거세 공원, 이들이 야간 산책을 즐겼던 나보나 광장과 파스타의 재료를 구입했던 캄포 데이 피오리 시장 등 로마의 구석구석이 보석처럼 반짝거린다.
로마의 스타들이 거장들의 패션쇼를 보기 위해 찾았던 아라 파치스 박물관, 로마의 가로수길로 불리는 베네토 거리, 담쟁이가 자라는 알록달록한 건물이 인상적인 가리발디 거리, 1581년 세워진 분수가 여행객을 유혹하는 마테이 광장 등을 보고 있노라면 당장 로마행 비행기에 몸을 싣고 싶어진다.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줄리아 로버츠를 사로잡은 음식과 건축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는 전 세계 40여 개국에 번역 출판되어 850만 독자들을 열광시킨 엘리자베스 길버트의 여행 에세이 ‘eat pray love’를 영화화한 작품. 줄리아 로버츠는 극중에서 잘 나가는 작가이자 부유한 뉴요커의 삶을 살아가다 어느날 홀연히 이탈리아로 떠난다. 그는 첫번째 여행지 로마에서 미각을 사로잡는 음식에 감탄하고, 로마의 유적을 보고 깨달음을 얻는다.
감독은 그가 음식을 먹을 때마다 클로즈업으로 잡아냈다. 줄리아 로버츠가 파스타, 피자, 와인, 칠면조 등을 먹고 세상을 다 얻은듯한 표정을 지을 때 당장 로마로 달려가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된다. 줄리아 로버츠에게 로마 여행은 새로운 인생의 발화점이었다. 삶의 균형을 찾았으니까.
괴테는 이탈리아에서 돌아온 뒤 오랫동안 구상중이던 ‘파우스트’의 집필을 서둘렀다. 이후에 ‘빌헬름 마이스터의 편력시대’ ‘친화력’ 등 걸작을 썼다. 괴테는 37세에 떠났다.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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