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윤욱재 기자] "감독님 얼굴을 못 보겠다"
시즌 초반 좀처럼 타격감이 올라오지 않던 LG 4번타자 이병규(32·7번)의 한숨 섞인 한마디였다.
"항상 시작이 좋지 않은 편"이라는 그는 "팀의 4번타자를 맡아 기대한 만큼 못 해서 실망도 크다"라고 자책했다.
"나 스스로 급하고 답답하다 보니 오버 스윙이 나오는 것 같다. 원래 나는 끊어치는 스타일이다. 내 스타일대로 치면 되는데 세게 치려고 한다. 공한테 덤비면 안 되는데…"
지난 해 LG의 4번타자로 자리한 이병규는 팀내 최다 홈런과 타점을 마크하며 양상문 감독의 신임에 보답했다. 하지만 올해는 목 통증으로 개막전부터 결장하더니 그 여파가 타격 부진까지 이어지고 말았다.
초반 부진에 노심초사하던 이병규는 자신의 최대 장점을 살려 슬럼프 탈출을 노리고 있다. 바로 선구안이다. 영락 없는 '경상도 사나이'인 이병규는 그의 말만 들어보면 화끈한 한방이 잘 어울리는데 정작 매력 포인트는 선구안에 있다. 그래서 이병규를 보는 재미가 있다.
이병규는 마침내 지난 16일 잠실 KIA전에서 첫 홈런을 쏘아 올렸다. 쐐기를 박는 3점포. 사실 이병규는 그 전날부터 부활의 기미를 보이고 있었다.
전날 이병규가 상대한 선수는 바로 양현종. 양현종은 이병규의 스윙을 이끌어내기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이병규는 함부로 스윙하지 않았다. 이날 양현종에게 고른 볼넷만 3개. 궁극의 경지에 오른 선구안이 빛을 발했다. 양현종은 승리투수가 되긴 했지만 "앞으로 볼넷을 줄이겠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홈런을 친 이날 경기에서도 심동섭과 풀카운트 접전을 벌이다 볼넷을 고르는 장면이 있었다. 바깥쪽으로 꽉찬 공이 들어온 것 같았지만, 흔히 말하는 '1개 정도 빠진 공'이 들어왔는데 이병규가 이를 골라냈다. LG가 3-4로 뒤지던 6회말 공격에서 나온 볼넷으로 만루 찬스가 이어졌다. 이병규의 볼넷에 허탈함을 감추지 못한 심동섭은 결국 이진영에게 동점 밀어내기 볼넷을 줬고 정의윤에게 2볼을 내주고 최영필과 교체되고 말았다.
정상급 선구안을 갖춘 타자를 아웃시키기 위해서는 결국 방망이에 공을 맞춰야 하고 이는 스트라이크를 던져야 하는 부담으로 이어진다. 때문에 선구안이 뛰어난 이병규이기에 향후 활약을 기대할 수 있다.
지금도 타율은 .200에 그치고 있지만 볼넷 13개를 골라 출루율은 .407에 이른다. 재밌는 것은 볼넷 13개 가운데 좌완투수에게만 10개를 고른 점이다. 지난 해 이병규는 좌완투수를 상대로 182타석에 나와 타율 .259 3홈런 23타점을 기록했다. 그러나 볼넷은 40개를 골라 출루율은 .428에 이르렀다. 우투수에게 고른 볼넷 28개보다 12개가 많았다. 대신 우투수에게는 화끈했다. 타율 .338, 출루율 .414, 장타율 .627에 12홈런 56타점을 터뜨린 것이다.
우완에게는 장타와 해결사 능력을, 좌완에게는 경지에 오른 선구안을 보여주며 어느 투수를 만나도 경쟁력이 있다. 부활의 조짐이 보이는 이병규의 타격을 보면 이런 특징이 아주 잘 드러난다.
[이병규. 사진 = 마이데일리 DB]
윤욱재 기자 wj38@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