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강산 기자] 얼마나 잘하고 있나.
요즘 한화 이글스에서 가장 뜨거운 타자는 이시찬이다. 그는 올 시즌 12경기에서 타율 3할 6푼 1리(36타수 13안타), 3타점, 출루율 3할 9푼 5리로 맹활약 중이다. 팀 내 타율 1위에 안타도 4번째로 많다. 최근에는 2번 타자 2루수로 확실히 자리 잡은 모양새. 턱 부상으로 복귀가 늦어지고 있는 정근우의 공백을 완벽하게 메우고 있다. 한 번 잡은 기회를 놓치지 않는다. 노력의 결과다.
이시찬은 이학준이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지난 2004년 LG 트윈스에 2차 4라운드 31순위로 지명받은 기대주. 그러나 지난해까지 통산 279경기에서 타율 2할 1푼 1리 1홈런 30타점으로 눈에 띄는 성적을 남기지 못했다. LG 시절 한 시즌 최다 출전은 2011년 33경기, 이때도 타율은 1할 5리(19타수 2안타)에 머물렀다.
2012시즌을 앞두고 2차드래프트를 통해 한화로 이적하면서 중용 받기 시작했다. 이적 첫해 60경기에 나섰고, 2013년에도 97경기에 출전했다. 서서히 출전 경기 수를 늘려 갔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지난해에도 6월까지 단 7경기에만 출전하는 데 그쳤다. 잠시 1군에 등록됐다가도 얼마 지나지 않아 2군으로 내려가기 일쑤였다.
하지만 무너지지 않았다. 퓨처스 경기를 통해 타격감을 끌어올렸고, 지난해 7월부터 잡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당시 12경기 연속 안타를 기록하는 등 45경기에서 타율 2할 8푼 6리, 홈런 없이 9타점을 올렸다. 그런데 부상이 발목을 잡았다. 지난해 10월 9일 대전 두산전서 2루 도루를 시도하다 베이스에 손가락을 부딪혔고, 오른손 중지와 약지 인대가 손상됐다.
올해는 지난 1월 15일 오키나와 재활 캠프에 합류해 회복에 힘썼고, 뛸 수 있는 몸 상태로 돌아왔다. 시범경기 기간인 지난 17일 개명 신청을 했다. 19일 대전 롯데와의 시범경기서 전광판에 '이시찬'이라는 이름 세 글자가 떴는데, 알고 보니 이학준이었다. 한자는 복 시(禔)에 맑을 찬(澯). 그는 "선수로서 더 건강하고, 성공하고 싶다는 의미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올 정규시즌 개막 엔트리에 전격 합류해 제 기량을 마음껏 뽐내고 있다.
특히 2번타자로 나섰을 때 타율이 4할(20타수 8안타)에 달한다. 타점은 1개에 불과하나, 테이블세터 본연의 임무인 출루에 충실하고 있다. 주자 있는 상황에서 19타수 8안타(0.421), 득점권에서 12타수 4안타(0.333)로 강한 면모를 보인다.
그뿐만 아니라 좌투수(상대 타율 0.400, 5타수 2안타)와 우투수(0.370, 27타수 10안타)를 가리지 않고 잘 친다. 지난해에는 우투수에 66타수 18안타(0.273), 언더투수에 21타수 10안타로 무척 강했으나 좌투수만 만나면 18타수 2안타로 부진했다. 편식이 사라졌다. 특히 홈경기 타율이 4할 3푼 5리(23타수 10안타)로 팀 내 1위이다 보니 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길 수밖에 없다.
최근 활약은 그야말로 대단하다. 지난 7일 LG 트윈스전부터 9경기 연속 안타를 기록 중이고, 최근 3경기에서는 모두 멀티히트를 때렸다. 지난 14일 삼성전서는 팀이 4-3 살얼음판 리드를 지키던 7회말 절묘한 스퀴즈번트 안타로 승리를 도왔다. 전날(17일)에는 2안타로 2번 출루해 모두 득점에 성공, 테이블세터 본연의 임무를 수행했다. 최근 10경기 타율은 3할 8푼 2리(34타수 13안타)에 달한다.
이학준의 활약을 '개명 효과'만으로 설명하긴 어렵다. 단순히 이름만 바꾼다고 무조건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으니 말이다. 이학준은 부상과의 이별을 위해 겨우내 피나는 재활을 했고, 김성근 한화 감독의 눈에 들었다. 이시찬이 프로 11년차에 꽃을 피울 수 있을지 한 번 지켜볼 일이다. 일단 출발은 무척 좋다.
[한화 이글스 이시찬. 사진 = 한화 이글스 구단 제공, 마이데일리 DB]
강산 기자 posterbo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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