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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곽명동 기자]최근 이병헌이 악역을 맡은 영화 ‘터미테이터 제니시스’의 예고편 공개돼 화제를 모으는 가운데 역대 터미네이터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테크 누아르의 신기원을 이룩한 ‘터미네이터’의 T-800부터 7월 개봉하는 ‘터미네이터 제니시스’의 T-3000까지 기계로봇의 변천사를 살펴봤다. 편집자 주
T-800
‘터미네이터’ 시리즈의 상징과도 같은 존재다. 인간과 비슷한 수준의 생체 조직으로 덮인 기계로봇으로 피부가 벗겨지지 않는 한 인간과 구분이 불가능하다. 빛나는 빨간 눈으로 세계를 빨갛게 인식한다. 아놀드 슈왈제네거가 1, 2편 그리고 ‘터미네이터 제니시스’에서 T-800 역을 맡았다. 1편에서는 여전사 사라 코너를 죽이려는 악역이었고, 2편 ‘심판의 날’에서는 신형 액체 금속 로봇 T-1000으로부터 사라 코너와 존 코너를 지켜내며 “I’ll be back”이라는 명대사를 남겼다. 이번 영화에서는 한층 진화한 악당 T-1000과 T-3000에 맞선다.
‘피라냐2’로 골머리를 앓고 있던 제임스 캐머런 감독은 어느날 로마의 호텔에서 꿈을 꿨다. “쾅!”하는 폭발음과 함께 튀어나온 사람 모습의 금속 로봇이 바닥을 기어 자신에게 다가오는 이미지였다. 터미네이터 탄생 순간이었다. 살인로봇 이야기로 만들기에는 당시 영화 기술이 부족했고, 미래 배경으로 제작하기에는 세트 비용이 많이 들어갔다. 캐머런 감독은 미래의 살인로봇이 현재로 오는 시간여행 이야기로 발상을 전환했고, 결국 현재를 배경으로 한 저비용의 SF영화로 만들었다.
데뷔작 ‘피라냐2’로 참담한 실패를 맛본 캐머런 감독은 프로듀서 게일 앤 허드를 찾아가 ‘터미네이터’ 판권을 단돈 1달러에 넘기는 조건으로 연출을 맡겠다고 제안했다. 그는 메가폰을 잡는 대신 거액을 잃었다. 두 편의 ‘터미네이터’ 시리즈에서 한 푼도 받지 못했고, 비디오게임과 테마파크 캐릭터 이용에 관한 수익도 그림의 떡이었다. 그는 “내 영화 경력이 시작됐기 때문에 후회는 없다”고 말했다.
당시 제작비는 600만 달러였다. 기술력도 부족했던 시절이었다. 트럭 폭발 이후에 T-800이 다시 공격할 때, 로봇 모형을 실사 촬영하고 전신이 나오는 장면은 미디어처 모델을 이용해 스톱 모션 애니메이션 기법으로 촬영했다. 기술력이 뒷받침되지 않아 인간처럼 자연스럽게 움직이는 모습을 구현할 수 없었다. 그래서 T-800의 다리를 부러뜨리는 아이디어를 냈고,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유명한 일화 중 하나는 당시 배급사가 터미네이터 역에 O.J 심슨을 추천했다는 사실이다. 아놀드 슈왈제네거는 카일 리스 역을 제안받았지만, 악당 역에 더 큰 관심을 보였다. 캐머런 감독은 슈왈제네거를 만난 뒤에 터미네이터 역을 맡겼다. 카일 리스 역에 많은 배우들의 이름이 오르락내리락 했다. 심지어 가수 ‘스팅’의 이름도 나왔다. 많은 논의 끝에 27세의 마이클 빈에게 돌아갔다.
‘터미네이터’는 1984년 10월 26일 개봉하자마자 3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했다. 제작비 600만 달러의 10배가 넘는 7800만 달러 흥행수익을 거뒀다. 내셔널 필름 레지스트리와 미국 의회 도서관에 보관될 정도로 명작 반열에 올랐다.
T-850
T-800의 후속 모델이지만, 기본 골격이 동일해 외관상 T-800과 큰 차이점은 없다. ‘터미네이터 3: 라이즈 오브 더 머신’에 나오는 아놀드 슈왈제네거가 T-850의 모습으로 등장한다. 기존 T-800보다 능력이 상향됐지만, 강력한 적 ‘T-X’에 의해 온갖 고초를 겪는다.
T-1000
2편 ‘심판의 날’과 ‘터미네이터 제니시스’에 등장하는 액체 금속(Liquid Metal) 로봇이다. 신체가 액체 금속으로 만들어져 자유자재 변형이 가능하다. 양 손을 칼의 형태로 바꾸거나 다른 사람으로 변하는 것은 물론, 몸에 구멍이 나거나 갈라져도 다시 결합할 수 있는 능력을 지녔다. 2편 개봉 당시, 기상천외한 상상력과 뛰어난 특수효과의 집약체로 신선한 충격을 선사했다. 2편에서는 로버트 패트릭이 T-1000 역할을 맡았고, 이번 영화에서는 이병헌이 T-1000으로 등장한다.
‘터미네이터2’는 제작비 1억 달러를 돌파한 최초의 영화였다. 조연 역할에 불과하던 특수효과를 전면에 내세운 이 작품은 아날로그 시대에서 디지털 시대로 넘어가는 초석을 닦았다. 스티븐 스필버그는 이 영화를 본 뒤 ‘주라기 공원’에 자신감을 갖게 됐고, 피터 잭슨은 10년 후 ‘반지의 제왕’ 시리즈를 시작했다. T-800을 만들었던 분장 및 캐릭터 디자이너 스탠 윈스턴은 “전편이 손수레였다면, 속편은 포르쉐”라고 말했다.
캐머런 감독은 당시 무명이었던 로버트 패트릭을 캐스팅했다. 그의 무표정은 냉정한 살인로봇 역에 잘 어울렸다. 대학 시절 축구선수와 육상선수로 활약했던 패트릭은 체격과 운동신경 면에서 캐머런 감독을 흡족하게 했다. 달리는 모습이 로봇처럼 보여야했기 때문에 패트릭은 코로만 호흡하며 전력 질주했다. 그의 달리기 실력은 너무 출중해서 오히려 촬영에 방해가 됐을 정도다. 어린 존 코너가 오토바이를 타고 주차장 밖으로 도망칠 때 무거운 경찰화까지 신은 채 카메라 차를 따라 잡아 NG를 내기도 했다.
T-1000은 칼로는 변하되 총으로는 변하지 못한다. 사라 코너가 머물렀던 정신병원의 철창을 통과할 때 총이 창살에 걸리는 데서 알 수 있다. 변신을 하려면 변신하려는 대상과 직접적인 접촉을 거쳐야하며, 같은 사이즈의 물체나 사람으로만 변할 수 있다.
ILM 스태프 35명은 6개월 동안 T-1000을 구현하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 로버트 패트릭을 찍은 영상을 기본으로 3D 모델링을 한 다음 배우의 세밀한 동작과 눈동자 움직임, 그리고 흉터까지 복사해 T-1000을 만들었다. 패트릭이 축구선수 시절에 입은 부상으로 남들은 인식하지 못할 정도로 아주 살짝 다리를 저는 것까지 모두 담아냈다.
‘터미네이터2’는 실제 배우의 골격을 스캔해 이를 바탕으로 한 3D 컴퓨터 그래픽 가상 캐릭터를 스크린에 구현한 최초의 영화였다. 1991년 7월은 디지털 특수효과 시대를 연 혁명적 순간으로 영화사 한 페이지에 남아 있다.
T-X
‘터미네이터 3: 라이즈 오브 더 머신’에서 시리즈 최초로 여성의 외형을 본 딴 모습으로 등장한 로봇으로, 크리스티나 로켄이 연기했다. 2편에서 T-1000이 용광로 속으로 사라진 이후에 더 발전된 형태로 개발된 모델이다. 기존 터미네이터들에 비해 형태가 날렵하고 반응 속도가 훨씬 민첩하다. 주행속도나 점프력 등 운동능력이 향상됐으며며, 지능과 공격력도 뛰어나다.
주변 모든 기계장비를 제어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으며, T-1000처럼 다른 인간의 모습으로 변형이 가능하다.
T-3000
‘터미네이터 제니시스’에서 최초로 등장하는 기계로봇으로 최첨단 나노 입자로 만들어져 변형이 자유롭고, 제거가 불가능해 그 어떤 터미네이터보다 위협적인 존재로 등장한다. 최근 공개된 ‘나노 터미네이터’ 예고편에서 압도적인 위용과 함께 비밀을 감춘 캐릭터로 등장해 영화팬들의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이 영화는 T-800, T-1000, 그리고 T-3000까지 과거형 터미네이터와 미래형 터미네이터이 격돌을 벌인다는 점에서 시리즈 팬들의 기대를 높이고 있다. ‘아바타’ ‘셔터 아일랜드’의 각본을 쓴 리타 캘로그디리스의 긴장감 넘치는 스토리라인을 제임스 캐머런 감독이 극찬했다는 소식이 알려져 기대감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터미네이터’ 리부트(Reboot) 시리즈의 첫 작품인 ‘터미네이터 제니시스’는 2029년, 존 코너가 이끄는 인간 저항군과 로봇 군단 스카이넷의 미래 전쟁과 1984년, 존 코너의 어머니 사라 코너를 구하기 위한 과거 전쟁을 동시에 그린다. ‘토르: 다크 월드’와 드라마 ‘왕좌의 게임’ ‘소프라노스’ 등으로 실력을 인정받은 앨런 테일러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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