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심판들이 불쌍하다."
지난 15일 서울 방이동 올림픽파크텔. 한국농구 발전포럼에서 심판 판정에 대한 얘기가 나오자 모비스 유재학 감독이 던진 코멘트였다. 유 감독은 지난 시즌 도중에도 그런 뉘앙스의 말을 몇 차례 했다. 농구에 대해 더하지도 빼지도 않고, 있는 그대로 냉정하고 정확한 시선을 견지하는 유 감독의 코멘트는 의미심장했다.
국내 남녀프로농구의 심판 판정은 문제가 많다. 각종 파울 콜 기준이 불분명하고(심판마다 기준이 조금씩 달랐던 U1파울이 대표적 케이스), 볼 없는 지역에서의 몸싸움에 휘슬이 잦고(FIBA룰을 역행하는 판정), 경기 흐름을 좌우하는 보상판정도 남아있다. 위치선정과 집중력 문제로 손쉬운 파울, 터치아웃 판정의 오류도 많다. 심지어 몇몇 농구관계자들은 지난 시즌 막판 비디오판독이 확대된 뒤 오히려 비디오판독에 의존, 책임감과 집중력이 떨어진 심판들도 보였다고 지적했다. 김동광 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심판도 프로다워야 한다. 바로 앞에서 감독이 보고 있는데 판정을 거꾸로 내리는 경우도 많았다. 프로답게, 최선을 다해줬으면 한다"라고 주문했다.
▲핵심을 찌른 만수의 코멘트
유재학 감독의 코멘트는 접근하는 관점이 약간 달랐다. 유 감독은 "미국 전지훈련에 가서 연습경기를 할 때 NBA 심판을 쓴다. 각종 국제대회서 FIBA 심판들의 판정도 겪어봤다. KBL 심판들이 NBA, FIBA 심판들에 비해 능력이 떨어지지 않는다. 몇몇 신인급 심판을 제외하면 종합적으로 KBL 심판들은 매우 잘 보는 편"이라고 했다. 실제 KBL의 경기당 평균 오심 개수는 NBA와 큰 차이가 없다는 평가도 있다. 물론 오심 개수를 떠나 결정적 오심으로 승패를 결정짓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게 가장 큰 문제이긴 하다.
그런데 유 감독은 "단순히 심판의 수준, 열의의 문제가 아니다. 심판들은 열심히 하고 있다"라고 말한 뒤 "가장 큰 문제는 매 시즌 규정이 1개씩 바뀐다는 것"이라고 KBL 수뇌부에 직격탄을 날렸다. 지난 시즌 도입된 U1 파울이 대표적이다. 속공을 시도할 때 수비자가 반칙으로 끊을 경우 부여하는 U1파울은 지난 시즌 내내 뜨거운 감자였다. 심판마다 기준이 다 달랐고, 경기 도중에도 기준이 조금씩 바뀐 경우도 있었다. U1파울 1~2개로 승패가 갈리는 경기도 있었다. 자유투와 공격권을 동시에 얻는 팀이 연속 3~4득점하면서 경기 흐름을 장악할 수 있었기 때문.
KBL은 지난시즌 개막 직전 갑작스럽게 FIBA룰을 전면 도입했다. 여기에 U1, U2파울은 전세계 어디에도 없는 로컬 룰. 심판들은 FIBA룰에 완벽하게 적응할 시간적 여유가 부족했다. 시즌 전 연습경기 몇 차례를 통해 대충 적응한 뒤, 곧바로 정규시즌에 들어갔다. 결국 실질적 준비 없이 급격하게 FIBA룰을 도입한 부작용이 속출했다. 심지어 시즌 도중 판정기준이 몇 차례 달라지기도 했다. 현장은 매우 혼란스러웠다.
한 농구관계자는 "규정이 바뀌면 심판들도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다. 갑작스럽게 실전에서 막힘 없이 판정하는 게 쉽지 않다"라고 했다. 완화되지 않은 몸싸움 규정이 대표적. KBL은 물론, WKBL 심판들도 여전히 몸싸움에 대한 휘슬이 잦다. 수년간 굳어진 콜 습관이 한 순간에 바뀌는 게 쉽지 않다는 증거. 하물며 KBL만의 로컬룰 U1, U2 파울은 한 시즌 내내 제대로 된 기준이 정립될 리 만무했다. 심판이 불쌍하다는 유 감독의 코멘트는 이런 맥락에서 나왔다. 결국 KBL 수뇌부의 무능한 행정을 꼬집은 것. 유 감독은 "그냥 FIBA룰로만 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라고 간단한 대안을 제시했다.
▲KBL 심판개혁, 실효성은
KBL 김영기 총재는 최근 기자간담회를 통해 심판 개혁을 내세웠다. 내용의 골자는 곧 방한하는 FIBA 심판부장으로부터 KBL 심판들을 교육시킨 뒤, FIBA가 실시하는 별도의 테스트를 통과한 심판들만 2015-2016시즌에 활용하겠다는 것. 이미 김 총재는 부임 후 몇몇 고과가 좋지 않았던 심판과 지난 시즌 재계약을 맺지 않았다. 대신 전체적인 심판 연봉도 조금 올렸다.
김 총재는 이런 시스템의 확대 및 정착 통해 심판의 전체적인 수준 향상을 꾀하겠다고 선언했다. 실효성이 있을까. 심판 자격증을 소유한 김태환 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당장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심판도 습관이 있다. 단발성 교육으로는 한계가 있다"라고 날카롭게 지적했다. 또 다른 농구관계자는 "김 총재의 전시행정"이라고 일축했다.
결국 심판들의 수준 향상은 시간이 필요하다. 장기적으로 수준 향상을 이끌어내야 한다. 김태환 위원은 "장기적으로 체계적인 심판 트레이닝이 필요하다"라고 했다. 더 이상 FIBA룰에 대한 부작용 및 부적응이 있어선 안 된다. KBL은 심판들이 FIBA룰에 완벽하게 적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특히 논란만 부추겼던 U1파울은 폐지하는 게 맞다. 속공을 무리하게 파울로 끊는 국내농구 특유의 악습도 FIBA룰대로 처리하면 언젠가는 완화될 수 있다. 유 감독이 주장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유재학 감독. 사진 = 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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