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윤욱재 기자] LG에겐 기억하고 싶지 않은 10년의 세월이 있다. 2002년 한국시리즈에서 준우승을 거둔 팀이 10년 연속으로 포스트시즌 무대 조차 밟지 못한 것은 누구도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암흑기'라 불리는 이 시간 동안 LG는 야구계로부터 "리빌딩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세대교체가 더디다"라는 지적을 받았다. 베테랑 선수들은 암흑기의 '주범'으로 낙인이 찍혔다. 하지만 2013년 극적인 플레이오프 직행이란 작품을 이룬 중심엔 결국 베테랑들이 있었다. 그리고 지난 해엔 기적의 포스트시즌 진출로 다시 한번 저력을 발휘했다.
지금도 LG를 두고 리빌딩, 그리고 세대교체란 단어가 심심찮게 거론된다. LG는 여전히 이병규(9번), 박용택, 이진영, 정성훈, 봉중근, 최경철, 이동현, 신재웅, 이병규(7번), 손주인, 류제국 등 베테랑 선수들이 중심을 이루는 팀이다.
올해 LG는 출발이 좋지 않았다. 경기력이 나쁜 편이 아니었음에도 개막 3연패에 빠졌다. 게다가 박용택이 A형 독감으로 1군 엔트리에서 빠지면서 위기는 가속화되는 듯 했다.
다행히 박용택의 회복 속도는 빨랐고 엔트리에서 빠진지 정확히 열흘 만에 돌아왔다. 그리고 돌아오자마자 홈런을 터뜨리며 건재를 과시했다. LG는 개막 3연패에도 불구, 이후 8승 6패를 거두며 악몽 같은 4월을 보냈던 지난 몇 년간의 익숙했던 것과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우규민, 류제국, 잭 한나한 등 팀의 중심 선수들이 빠졌음에도 선전하고 있는 것이다.
LG가 6-1로 완승한 지난 17일 인천 SK전. 이 경기에서 박용택은 연타석 홈런을 터뜨리며 팀 승리에 앞장 섰다. 여기에 팀의 미래를 책임져야 할 오지환과 양석환의 홈런 역시 있었다. 오지환은 시즌 1호, 양석환은 프로 데뷔 1호 홈런을 기록한 것이었다.
이날 경기를 마치고 인터뷰를 가진 박용택은 뜻하지 않았던 시즌 초반의 공백에 대해 "사실 부담이 있었다. 내가 아파서 빠져도 팀이 좋은 결과를 내면 부담이 덜하다. 그런데 내 빈 자리가 크게 보이면 안타까운 게 사실이다"라고 가슴 속에 있던 심경을 털어 놓았다.
아직 LG엔 박용택의 빈 자리를 완벽하게 대체할 선수가 없다. 올해로 벌써 36세의 노장인 박용택은 팀을 두고 어떤 이야기가 나오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박용택은 말한다. "리빌딩과 세대교체에 있어 우리 팀이 가장 좋은 표본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멀쩡한 고참 선수를 빼고 새로운 선수를 넣으면 팀이 시들 수 있다. 의도적으로 기회를 준다고 그 선수가 좋은 선수가 되기는 쉽지 않다"는 박용택은 "한나한이 빠졌지만 양석환이 기회가 왔을 때 놓치지 않고 있다. 이래야 리빌딩이 되고 팀의 중심으로 성장하는 것이다. 투수도 마찬가지다. (임)지섭이가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있다. 그게 강팀이 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2002년 한국시리즈 준우승의 주역이자 암흑기의 '산증인'인 박용택이기에 할 수 있는 말이다. LG에서만 14년째 뛰면서 팀이 강해지고 약해지는 장면을 수없이 본 그다. 억지로 세대교체를 시도한다고 해서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팀 전체를 물갈이한다고 리빌딩이 이뤄지는 것도 아니다.
지금 LG는 베테랑 선수들이 팀을 이끌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이들이 영원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인위적인 세대교체를 시도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얼굴을 드러내는 젊은 선수들이 있지만 이들은 자연스럽게 기회를 얻은 선수들이다. 젊은 선수에게 무조건적으로 기회가 주어지면 베테랑 선수들의 반감을 야기하고 젊은 선수들 역시 부담이 커지면서 성장에 방해가 될 수 있다.
또한 요즘 추세를 보면 야구를 잘 하는 팀이 자연스럽게 세대교체 역시 성공하고 있다. 아니, 세대교체란 단어 조차 언급되지 않도록 대비가 되고 있다.
한 감독은 "삼성이나 두산을 보면 그 해답을 얻을 수 있다"라고 말한다. "이미 팀의 중심을 잡는 선수들이 있고 젊은 선수들이 자연스럽게 1군에 올라온다. 그리고 그 어린 선수들은 좋은 야구를 보면서 성장한다"라는 게 그 이유다. 박용택의 말대로 라면 LG 역시 그 길을 가고 있는 게 분명하다.
[박용택. 사진 = 마이데일리 DB]
윤욱재 기자 wj3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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