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강산 기자] 돌이킬 수 없는 본헤드 플레이를 저질렀다. 하지만 흔들려선 안 된다. 이럴 때일수록 더 당당하게 그라운드에 서야 한다.
한화 이글스 포수 정범모에게 전날(21일) 잠실 LG전은 지우고 싶은 기억일 것이다. 자신의 실수로 내준 점수는 한 점뿐이지만 이는 경기 흐름에 어마어마한 영향을 미쳤고, 결국 팀은 0-10으로 대패했다.
상황을 되짚어보자. 한화가 0-2로 뒤진 5회말 2사 만루 상황 이진영 타석. 풀카운트 상황에서 쉐인 유먼의 6구째가 정범모의 미트에 들어왔다. 바깥쪽 공. 정범모는 유먼의 투구를 스트라이크로 확신하고 1루수 김태균에 공을 건넨 뒤 더그아웃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러나 우효동 주심은 요지부동이었다. 삼진이 아닌 볼넷. 밀어내기였다. 3루 주자의 득점은 당연했다.
그런데 아뿔싸. 정범모가 더그아웃으로 발길을 돌리는 사이 2루 주자마저 3루를 돌아 홈을 밟았다. 유먼이 뒤늦게 베이스커버를 들어갔지만 버스는 떠난 뒤였고, 송구도 부정확했다. 한 점을 줄 상황에서 어이없는 본헤드 플레이로 2점을 내준 것. 심판 콜이 나오기도 전에 스스로 판단하고 더그아웃을 향했다. 프로답지 못한 플레이였다. 여기저기서 질타가 쏟아진 건 당연지사.
하지만 지난 일은 잊어야 한다. 144경기를 치르는 장기레이스라면 더더욱 그렇다. 전날 본헤드 플레이에 사로잡혀 흔들린다면 팀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 그라운드에서 포수는 센터라인의 중심이자 투수를 포함한 8명의 수비수를 마주보는 유일한 존재다. 게다가 현재 한화 1군에 포수는 정범모와 허도환 둘뿐이다. 조인성이 돌아올 때까지 버텨야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주전 포수로 활약 중인 정범모가 흔들리면 그만한 마이너스가 없다.
정범모는 올해 초 스프링캠프에서 누구보다 굵은 땀을 흘렸다. 후루쿠보 켄지 배터리코치와의 강훈련을 묵묵히 소화했다. 훈련 프로그램 하나하나에 열과 성을 다했다. 훈련 분위기를 띄우는 것도 정범모의 몫이었다. 그야말로 눈코뜰 새 없이 바쁜 겨울을 보냈다. 어느 때보다 기대가 컸다.
일단 본헤드 플레이로 인해 가슴에 생채기가 났다. 비난은 어쩔 수 없다. 하지만 더 강해지기 위한 과정이다. 김성근 한화 감독은 "세상살이가 그렇듯 지난 일을 돌아볼 필요는 없지 않느냐"고 했다. 지금 정범모에게 필요한 자세다. 정범모가 흔들리면 한화 안방이 흔들리고, 그러면 팀 전체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한화 이글스 정범모. 사진 = 마이데일리 DB]
강산 기자 posterbo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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